공산주의자들이 만주를 점령하기전 만주의 울창한 숲들은 수많은 마적떼들의 소굴이었다. 지금도 무법자들은 우뚝솟은 나무들 아래로 이따금씩 털이 긴 만주지방 호랑이와 마주치면서 가파른 산중턱을 허둥지둥 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그곳 소식을 들을 수 없어 확실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때까지 그들이 활동상은 익히 들어 잘알고 있다.
이들 동양의 마적들은 의적 로빈훗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이들은 자기네 먹이들로부터 금품을 빼앗기 위해서는 어떤류의 고문이나 야만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잔인한 살인자들이었다. 이따금씩 그들은 외딴 마을들을 습격, 모든 주민들로부터 공물을 거둬들이기도 한다. 더욱 흔히 그들은 여행자들을 약탈했다. 때로 함정을 파놓거나 복병을 매복시켜 놓기도 했다.
바로 팬실베니아주「핏츠버그」출신의 젊은 선교사였던 제라드 도노반 신부가 죽음의 유혹에 걸려든 것도 이 책략에 의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클라렌스 번스 신부가 피납돼 10개월간이나 모진 수난을 당한것도 바로 이 함정에 빠져든 때문이다.
번스 신부의 이야기는 그가「퉁후아」에서 선교활동을 하고있던 어느날 아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눈이 많이 오는 2월 초순이었다.
당시「퉁후아」주임이었으며 나중에 메리놀회 총장을 역임한 존 W. 콤버 신부는 번스 신부를 혼자 남겨두고「푸순」에 있는 선교센타로 떠나갔다. 그때 미국서 선교사가 돼 이곳에 온지 얼마되지 않았던 번스 신부는 그 지방 언어를 거의 알지 못했을 뿐아니라 병상에서 일어난지도 얼마되지 않은 상태였다.
콤버 신부는 자신이 떠날 때 후라는 총회장에게 번스 신부를 잘 보필하도록 당부해 뒀기에 그에게 별다른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9시경 한 남자가 성당에 찾아와 치우라는 나이많은 회장에게 무슨 얘기를 건넸다. 그의 말은 그 지역에 천주교신자 가정이 새로 이사해 왔는데 그 가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였다. 치우 회장은 이 소식을 번스 신부에 보고했다.
『이분 가족이 살고있는 곳은 여기서 얼마나 됩니까?』번스 신부는 물었다.
『약 5마일 정도됩니다』그 남자가 대답했다.
『말을 데려다 마차를 준비하십시오』그 젊은 선교사는 서둘렀다.
『우리는 지금 당장 출발할겁니다』
『신부님, 조심하셔야 합니다』젊은 총회장 후가 만류했다.
『그 지역은 마적의 은신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병자의 가족은 전혀모르니깐요』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번스 신부는 총회장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정말 함정인지 아닌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전갈이 사실이며 따라서 사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믿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 그러시다면 신부님과 치우 회장님은 마차로 가십시오』총회장이 제의했다.
『저는 자전거를 타고 앞서 가겠습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평온한지, 그렇지 못한지를 당장 알아낼 수 있을겁니다』
『총회장님께서 그런 모험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번스 신부는 다소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저는 신부님을 보필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후 회장은 대답했다.
그로부터 얼마후 일행의 행렬은 시작됐다. 후 회장은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앞서갔으며 번스 신부와 치우 회장은 마차를 타고갔다.
그날은 청명하고 차가운 날씨였으며 몸집이 자그마한 만주 조랑말은 총총걸음으로 마차를 끌었다. 마차가 지나는 도중 이따금씩 시장에 가는 농군들을 마주치기도 했다. 모든것이 대단히 평온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마차가 농군 4명이 줄지어가는 옆을 통과하자마자 갑자기 그들 중 하나가 큰소리로 불렀다. 치우 회장은 말고 삐를 끌어당기면서 말을 멈추었다. 그러자 즉시 농군으로 생각되던 그들이 마차 주위를 에워쌌으며 몇은 방한복 속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당신은 퉁 후아서 온 신부요?』
그들중 하나가 물엇다.
『네 그렇읍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너희들을 체포한다』그 사람은 자기 동료들에게 마차에 오르도록 지시하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들중 하나가 마부석에 올라앉자 치우 회장을 옆으로 밀어내고 고삐를 잡았다. 그리고는 말 좌우측을 날카롭운 채찍으로 매질하며 말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차는 도로를 질주해 갔다.
얼마후 번스 신부는 병자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지역을 바로 봤다. 후 회장은 도로가에서 자전거에 기대선채 번스 신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번스 신부는 그에게 피신토록 신호를 보내면서 양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사태를 재빨리 깨달은 후 회장은 젊은 미국인 신부와 운명을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그는 마차와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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