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쯤
당신께 바치는 나의 기도가
그리 놀랍고 새로운 것이 아님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의 얼음도 풀리는 봄의 강변에서
당신께 드리는 나의 편지가
또다시 부끄러운 죄의 告白書임을
부끄럽지 않게 하소서
살아있는 거울 앞에 서듯
당신 앞에 서면
얼룩진 얼굴의 내가 보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나의 말도
어느새 낡은 구두 뒷축처럼 닳고 닳아
자꾸 되풀이할 염치도 없지만
아직도 이 말없이는
당신께 나아갈 수 없음을 고백하오니
용서하소서, 이 죄인,
여전히 믿음이 부족했고
다급할 때만 당신을 불렀음을,
여전히 게으르고 냉담했고
기분에 따라 행동했음을,
여전히 나에겐 관대했고
이웃에겐 인색했음을,
여전히 불평과 편견이 심했고
쉽게 남을 속단하고 미워했음을,
여전히 참을성 없이 행동했고
절제없이 살았음을,
여전히 말만 앞세운 이상론자였고
걸과 속이 다른 위선자였음을
용서하소서, 주여.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으라 하셨습니다
이 사십일만이라도
거울 속의 나를 깊이 성찰하며
깨어사는 수련생이 되게 하소서
이 사십일만이라도
나의 뜻에 눈을 감고
당신 뜻에 눈을 뜨고 하소서
때가 되면 황홀한 문을 여는
꽃 한 송이의 준비된 침묵을,
빛의 길로 가기 위한
어둠의 턴넬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내 잘못을 뉘우치는 겸허한 슬픔으로
더 큰 기쁨의 부활을 약속하는
은총의 때가 되게 하소서
재의 수요일 아침
사제가 얹어주신 이마 위의 재처럼
잘디잔 日常의 회색빛 근심들을
이고 사는 나
참사랑에 눈뜨는 법을
죽어서야 사는 법을
십자가 앞에 배우며
진리를 새롭히게 하소서
맑은 聖水를 찍어
십자를 긋는 내 가슴에
은빛 물고기처럼 튀어오르는
이 싱싱한 기도
『주여,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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