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와 보속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깊이 묵상하는 사순절이 시작됐다. 서울대교구에서 매주 토요일 마련하는 사순절 특별 강론이 지난 7일 명동성당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아래글은「과연 이웃은 누구인가」란 주제로 함세웅 신부가 강연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루까복음 10장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과연 이웃은 누구인가」라는 명제에 답을 주고있다. 이 비유는 신앙인이 무엇을 해야하는가 하는 실천적 행동지침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적 배타적 관점에서 주로 한정된 의미의 이웃개념에 젖어있던 유다인들에게「네이웃을 네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며 이웃은 또다른 나자신임을 알려준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놀랍고 권위있는 것이었다.
이웃과 하느님을 직결시킨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르면 이웃사람은 곧 하느님 사랑이라는 정식이 생긴다. 따라서 이웃이란 독자적인 개념이 아니다. 나자신이나 하느님과 맺어지는 관계서 이웃사람은 그 참뜻이 나타나며 나자신의 구원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 비유에서 율법교사가 다시 이웃에 대한 정의를 요구했을대 그리스도께서는 이웃이 어떤것인가를 정의하지 않으시고 사랑을 실천한 사마리아인을 제시하시며 그와 같이 하라고 명령하신다. 결국 이웃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나』『어떤이의 이웃이 돼야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뀌게 된다. 영원한 생명에 촛점을 맞춘 루까복음사가는 이웃 사랑의 계명을 실천적인 계명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비유에서는 율법이라는 유다의 한정된 게명이 잘 설명되고 있다.
율법준수에 모법적 인물이었던사제와 레위인이 등장되지만 곧 사제나레위의 한계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들은 부정을 피해야 한다는 율법은 준수 했지만 자비와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가르침은 어겼다. 반면 이방인 취급을 받고 경멸당했던 사마리아인이 강도당한 이웃을 보살펴 줬다. 유다의 전통사회 속에서 존경받던 사제와 레위인이 배척당하고 오히려 배척받은 사마리아인이 진정한 이웃이 되었고 이사마리아인의 행동을 그대로 본받으라는 새로운 복임으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복임이 말하는 사랑은 이론의 정립으로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다. 누구든지 어려운 사람은 항상 도와줘야 한다는 명령이「누가 과연 제 이웃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신앙과 구원의 핵심요소는 실천과 행동이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사랑의 이중게명을 통해 인간에게 버려지고 잊혀진 사람에 대한 사랑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확신할 수 있다.
루까복음사가는 또한 그 사랑과 실천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암시해 주고있다. 당시에는 사제와 레위인의이 같은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율법도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구원의 계기를 만난 이들은 그 계기를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80년대로 접어드는 한국교회는 이 비유에서 깊은 반성의 자료를 얻어야겟다.
우리 모두에게 희생이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이웃사랑 실천의 계명을 받는 신앙인에게 고뇌와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기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언제나 자기만을 앞세우는 현대인들에게는 올바른 가치관을 상실하는 징후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타인, 즉 이웃을 앞세우신다. 올바른 가치관이 병든 현실속에서 사순절을 맞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한 분별력과 판달력을 지니고 참으로 자신은 진실된 사람으로 도움을 청하는 타인에게 이웃이 되었는가를 반성하는 일이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이웃사랑의 실천적인 명령외에 또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다. 강도 당한 이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로 유다인에게 배척 당한 그리스도가 이방인들에게 수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걸으신 길은 同化의 길이었다.
人生을 취해 강생하신 그리스도는 병자를 고쳐주셨고 자비와 사랑으로 죄인을 용서해 주셨으며 소외된 자의 벗이 되어주셨고 이 모든 희생과 고통, 십자가를 통해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 되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의 가장 가까운 이웃 즉 마태오복음 25장 최후 심판장면에서 명시된 가장 보잘것 없는 사람의 이웃이 되어야 한다.
사순절은 그리스도의 생애, 특히 구원사의 사건을 기억하도록 초대한다. 자선을 베풀고 기도하며 단식하라는 마태오 복음 6장의 말씀은 사순절의 특징을 잘 요약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자선과 기도 단식은 이웃안에서 진정한 뜻이 밝혀지는 것 들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을 전인류의 사건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예수께서 자신과 이웃을 하나로 생각하셨을 뿐 아니라 이웃과 자신을 일치시키고 동화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웃과 관련된 사건은 우리의 사건이고 전인류의 사건인 동시에 하느님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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