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가 정지하자 마자 근처의 집안에 숨어있던 8명으로 구성된 제2의 마적떼가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총을 휴대하고 있었다.
『빨리 내려!』두목은 권총을 손에 들고 번스 신부와 치우 회장에게 손짓하면서 명령했다.
번스 신부는 마차에서 기다시피해서 내려왔다. 그는 병을 앓은지 얼마안돼 대단히 허약함을 느꼈다.
『그놈이 갖고 있는것을 샅샅이 다 뒤져라!』 두목은 명령했다. 마적들의 거친 손들이 그 선교사의 주머니를 모조리 다 훑어 지나갔다. 그러자 병자에게 발라줄 성유를 포함한 시계 등 모든 것이 꺼내졋다. 나중에 묵주는 돌려받았다. 『신부님은 지금까지 쭉 병석에 있어왔습니다』 후 회장은 두목에게 애원듯 말했다. 『신부님은 오늘 아침에 겨우 일어나셨습니다. 그것도 누가 죽어가면서 신부님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해서 말입니다』
『닥쳐!』 두목은 고함을 질렀다. 『우리는 잡아가더라도 신부님만은 놓아 주십시오』후 회장은 용감히 요구했다.
『만일 당신들이 신부님을 산속으로 끌고가면 그분은 돌아가시고 말거요』
『닥쳐!』마적두목은 큰소리로 명령했다. 『우리일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요?』번스 신부는 물었다. 『나는 돈많은 장사꾼이 아니요. 나는 가진 돈이 없소』『네놈을 우리 수령님께로 데려갈 것이다. 그러면 수령께서 만사를 처리하실 것이다』그 마적은 투명스럽게 내뱉았다
그러나 그 마적은 번스 신부가 병중에서 일어난지 얼마안돼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부하들에게 썰매를 가져오도록 명령하고 또다른 부하들에게는 프로들을 결박하도록 했다.
이윽고 썰매가 도착했고 번스 신부는 그위에 떠밀려 올라탔다. 후화 치우회장은 썰매뒤에 붙잡아 매도록 했다.
그후 마적떼는 도로를 벗어나 산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후 내내 마적들은 들판을 지나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며 계속 나아갔다.
폭설로 인해 진도는 용이치 않았다. 해가 질무렵 한오두막 집에 도착한 마적들은 여기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결정했다.
번스 신부는 난폭하게 떠밀려 집안으로 들어갔으며 양손은 묶이지 않았다. 마적들은 배불리 저녁식사를 했으나 번스 신부에게는 물 한모금도 주지 않았다. 얼마후 다른 마적들은 잠자러 사라지고 3명이 포로들을 감시하기 위해 남아있었다.
밤9시경 보초 한명이 나타나 잠자는 마적들을 깨우면서 나직이 말했다.
『군인들이 우리 뒤를 쫓고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산밑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마적 두목은 죽시 탈출한 것을 명령했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속을 헤치며 마적들은 번스 신부를 밀고 끌어당기면서 산위로 올라갔다.
산꼭대기에서 마적떼는 멈춰섰다.
그들은 보초가 군인들이 떠나갔음을 보고할때까지 춥고 어두운 산속에서 몇시간을 기다려야했다. 마적들은 오두막으로 다시 돌아왔다. 번스 신부는 추위와 굶주림에 너무나 지친 나머지 차가운 마루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체포된 그 다음 첫날은 메리놀 선교사에게는 지루하기 이를데 없었다. 이날 그는 처해가 질무렵 군인들이 그들 바로 뒤에 진을 치고있다는 전갈이 전달됐다. 그것은 번스 신부가 유괴됐다는 보고가 일본군에 전달돼 군인들이 산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던 것이다. 또다시 두목은 부하들과 포로들이 산위로 올라가도록 명령했다.
그들은 거대한 눈보라에도 불구, 밖에서 잠을 자면서 그날 밤새도록 그곳에서 지냈다.
새벽이 가까워오자 두목은 부하들을 불러놓고 의논했다『우리가 이 지역에 있는 것을 군인들이 알고 있는것 같다』두목은 계속 말을 이었다『여기를 떠나야 할 것 같군』『길이 험악할 뿐 아니라 눈이 너무 쌓여 썰매를 사용하기가 곤란합니다』한 마적이 대답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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