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외국인 친구는 어떻게 할까요?』
『그 친구도 걸어가야 한다』두목은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너희 몇명은 저 늙은 회장과 함께 여기 남아 있어라. 그는 너무 늙어 우리와 같이 행동할 수 없다. 그리고 아무런 쓸모도 없고』
마적떼는 길을 떠나 산아래 멀리 내려갔다. 번스 신부는 치우회장이 마적들에 이끌려 언덕너머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쳐다봤다. 그는 노회장이 어떤 일을 당할 것인가를 크게 걱정했다.
이로부터 거의 일년후 번스 신부는 치우회장이 그달말에 풀려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다. 마적들은 노회장을 돈과 무기 그리고 탄약을 요구하는 서신과 함께 「통후아」로 돌려 보냈었다. 그러나 일체의 몸값도 지불하지 않는 것이 당시 선교정책이었다. 왜냐하면 만일 한번이라도 그 대금을 지불할 경우 어떤 사제도 마적들의 탐욕의 대상이 돼 붙잡히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날 마적단은 친절한 한 농부의 집에 도착했다. 그들은 여기서 번스 신부가 건강을 회복할때까지 머물러 있기로 결정했다. 마적 한명이 그 외국인 포로에게 줄 음식을 사기위해 읍내로 보내졌다. 그는 저녁이 가까이돼 돌아와서는 익살스럽게 떠들어 댔다. 『난 길에서 군인들을 만났단 말이야』그는 그때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그 녀석들은 이 지역에 마적들이 있는지를 묻더군』
『그래서 넌 뭐라고 대답했나?』두목이 물었다.
『난 그 녀석들에게 이곳에는 만사가 대단히 평화스럽다고 말해 줬지요』그 무법자는 계속 지껄여댔다.
『난 수개월동안 마적들이라곤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그 바보들은 내말만 믿고 가버리더군요』
그날밤 번스 신부는 쌀밥과 계란 그리고 뜨거운 물을 먹었다. 그날밤 음식이야 말로 번스 신부가 체포된 후 얻어먹은 가장 훌륭한 것이었다.
마적들은 그 농가에서 약 열흘간 머물렀다. 그집 농부의 아내는 마적들에게 그 신부를 석방해 주도록 수차 간청했다.
『그분은 착한 사람입니다』그 부인은 두목에게 호소했다.
『신부님은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십니다. 신부님은 그들이 병들어 아플때 약을 가져다 줍니다』
『내 상관께서 신부를 데려오도록 명령했단 말이요. 내게는 그를 놓아줄 권리가 없어요』
어느날 군인들이 그 지역에 와 있다는 보고가 전달됐다. 곧 그 곳을 떠나기로 결정됐다. 그때까지도 번스 신부는 기운을 회복하지 못해 썰매를 의지해야만 했다.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넘어가자 일해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온도계는 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두목은 자기부하들이 도로는 전혀 이용치 말고 게속 숲과 들판을 통해 가도록 지시했다.
한번은 강을 건너다 썰매가 얼음속에 빠지게 됐다. 번스 신부는 구조됐으나 전신이 흠뻑 젖었다. 차가운 날씨로 인해 그의 옷은 꽁꽁 얼어 붙었다. 해가 뜬후 두세시간이 지나 일행은 숲속 개척지에 있는 오두막 집에 닿았다 두목은 자기 상관에게 그선교사의 허약한 상태를 보고하러 가는동안 번스와 부하 몇명을 이집에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이틀이 지나 두목은 다른 15명의 무법자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난 당신을 장도목님 휘하게 인계하도록 책임을 맡았소』마적 한명이 번스 신부에게 말했다.
『난 내 구역으로 돌아가야만 하오. 장두목께서는 당신을 우리 수령님께로 데려다 줄거요』
『후회장님은 데려가지 않겠소?』번스 신부는 물었다.
『그분은 당신을 안전하게 도와 줄 것이요』
『그는 당신과 함께 가게될 거요』
두목은 신부에게 응답했다.
『그건 곧 그가 바라는 일이니까』마적두목은 부하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놓고「퉁후아」쪽으로 가도록 지시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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