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종교가 뜻하는 바는 진리의 터득과 또한 그 종교가 제시하는 윤리의 실천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인간의 구원에 있다. 종교영화의 목적은 그 해당종교 자체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선전의 목적과그 종교의 윤리를 실천케하고자 하는 계몽의 목적 두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물론 한 영화안에서도 위의 두가지 목적을 함께 지닐 수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오늘날의 종교영화는 선전보다 계몽에 치중해야 한다.
종교가 인간과 사회를 떠나서는 의미를 잃는 점에 비추어 과학、경제、인구의 문제 등이 한데 엉킨 와중 속에서 상실되어 가는 인간성과 올바른 가치관을 다시 찾아주고 또한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도록 용기를 얻게 해주는 곳에 구호가 아닌 감동을 가진 설득력으로서의 오늘의 종교영화는 그 의의와 목적이 있는 것이다. 스탈린 뭇솔리니 그리고 히틀러는 하나같이 집권하자마자 곧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서 국립 영화제작소를 건립했다.
그들이 영화예술을 부흥시키고자 해서 그런것은 아니고 영화를 이용하여 그들의 정치이념으로 국민들을 세뇌코자 한바 영화의 마술같은 효용가치를 익히 체득한 처사인 것이다.
훌륭히 만들어진 영화는 정말 마술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주여 아무것도 모르고 죄를 저지르는 저들을 용서하시고 가난한 이 조선을 부디 잊지 마소서』이것은 김대건 신부가 처형되기 직전에 바친 기도라 한다.
하나、이런 기도를 김대건 신부 혼자만이 바쳤는가. 그것은 모든 순교자들의 하나같은 염원이요、기도가 아니었겠는가. 처형장에서 그들이 마지막 생명을 불사르며 바친 이기도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그들에 대한 연민과 존경과 사랑이 한데 어울린 어떤 전류의 덩어리 같은 것이 가슴속으로 부터 솟구쳐 올라옴을 막을 길이 없다. 내가 그리스도를 본적이 없는것 처럼 그들 또한 본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나의 「임」으로 간직하고 있는것 처럼 그들 또한 아련한 「임」이 되어 나의가슴 안에서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하늘로부터 아래로 내려 온 것이 아닌、이땅에서 하늘을 향해 위로 올라간 한국천주교회、그 한국천주교회를 세운 우리의 선조들을 영화의 화면으로 재현해야 하는 이유 중의 몇가지를 살펴 보고자 한다.
첫째、뿌리 알도록 촉구
제나라 역사를 모르는 국민을 한번 상상 해 보자. 세종대왕、이순신 장군 그리고 성춘향이를 모르는 한국인-한국국민으로서의 기본교육이 한국어와 한국의 역사이듯이 한국 천주교인의 기본교육은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와 한국천주교회의 역사이어야 한다. 우리 국민이 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모르는 고아일 수가 없듯이 한국천주교인 역시 이벽과 김수환 추기경을 모르는 제 나라 종교의 고아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비 없는 자식이 없듯이 어찌 이벽、김대건이 없는 한국 천주교인이 있을 수 있겠는가. 전 이순간、한국천주교회의 뿌리인 우리의 순교복자들에 대해、그들을 과연 우리가 얼마 만큼이나 알고 있는지 이글을 읽으시는 신자들과 함께 우리모두의 부끄러운 가슴속을 조용히한번 들여다 보기를바란다.
둘째、「임」을 심어줘
영화는 지식과 정서의전달、그 두가지 기능을 다 가지고 있다. 훌륭한 영화를 통하여 우리가 받아들이는 김대건은 이미동상속에 갇힌 차가운 과거 속의 인물이 아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감동의 덩어리로서 우리 안에서 우리와 함께 숨쉬는 싱싱한 생명체로서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순교복자들을 우리들의 가슴 마다에 새로운 친구이자 「임」으로 새겨줄 것이다. 어떠한 기념대회도 기념행사도 영화가 하는일 처럼 순교자들의 역사를알게해주고 그들을 앎으로써 또한 감동을 받게 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셋째、시성운동의 일환
우리의 순교자들 중엔 왜 아직 성인이 없을까? 그러나 그들을 성인이 되게 하기 위해선 먼저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라고 김대건에게 말하기 전에 김대건、그를 먼저 사랑해야만 한다. 예수를 사랑함으로써 그를 우리의 그리스도라 부르듯이、김대건、그를 사랑함으로써 그를 우리의 성인이라 부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순교복자들을 「임」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필히 거쳐야 한다. 배우들을 통하여 영화 화면에 나타난 순교복자들과 관객은 일체감을 이룬다. 화면 속의 그들의 비애와 열정과 환희는 관객 또한 동시에 함께 느끼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하여 순교복자들에 대한 연민과 존경과 사랑이 한데 어울린 「임」이 관객인 우리들의 가슴에 심어지게 된다.
넷째、교훈을 주기 위해
초기 한국천주교회의 선인들은 종교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선각자였으며 사회 개혁가들이었다.
그들의 투쟁은 한마디로 무지와의 끊임없는 싸움이 었다. 그들이 종교 한가지 만을 위하여 순교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만일 그들이 권좌에 오를 수 있었고 그들의 사상이 정책으로 실행될 수 있었다면 이 땅의 근대화는 우리 자신들의 손에 의해 이미 한 세기를 앞지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선인들은 종교적인 면에서는 순교자들이며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순국 열사들이었다. 그들의 자랑스런 보배로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의 참된 가치란 과거의 사실들이 오늘에 교훈을 주는 것에 있다. 2백주년 기념 영화는 천주교인으로서 또한、그 종교를 실천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사회인으로서의 오늘의 우리들 자신을 비추어 보는 거울의 역할을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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