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성소주일을 맞아 아직 우리나라에는 진출하지 못한 관상수도회인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면면을 미국의 어느 트라피스트 수도회를 방문、함께 생활을 해온 오 라우렌시오 신부를 통해 3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註>
나는 신학생 때 토마스 머턴의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토마스 머턴을 연구하게 되었다. 그런데 토마스 머턴을 연구하다가 토마스 머턴에 대한 관심보다는 토마스 머턴의 수도원 트라피스트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에는 나도 트라피스트 수사가 되고픈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사제가된 후 나는 사목생활에 깊이 투신했고 사제로서의 생활도 참으로 기뻤고 보람있게 보냈다. 그러나 사제생활을 해나가면서 내면적으로 깊이 요구되는 것은 깊은 기도생활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사제생활을 해가면서 나는 신학생 때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그 욕망은 갈수록 커갔다. 그런데 어느날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용기를 주셨고 미국의 어느 트라피스트 수도원과 관계를 맺어주셨다. 마침 그 수도원은 한국에 진출할 뜻을 둔 수도원이었다.
이 얼마나 고맙고도 기쁜 일인지 몰랐다. 드디어 주교님의 허락을 받아 수속을 해서 미국 뉴욕주에 있는 수도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내가 트라피스트 수사가 되고픈 꿈을 가진지 5년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수도원에 도착한 나의 마음은 두려움과 호기심과 기쁨으로 가득찼다. 이곳은 정말 고요하고 평화스럽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만상이 다 깊은 침묵과 고요로 덮혀 있었고 하느님이 깊이 현존하는 곳이었다. 성당안에 들어섰을 때 수사들은 아침기도를 바치고 있었고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은 이 세상 사람들 같지않고 저 천상세계의 사람들만 같이 느껴졌다. 함께 기도하면서 내마음은 너무나 벅찼고 이 죄인을 이 거룩한 장소에 불러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너무나 고마와서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기도후 원장신부님의 따뜻한 환영을 받고 수련장을 소개받았다. 수련장은 나를 데리고 내가 머물 방으로 안내했고 지켜야 할 규칙을 알려줬다. 이곳은 철저한 침묵생활이고 독방생활을 하는 곳이었다. 내 독방은 한두평 남짓한 작은 방이었고 침대와 책상 스탠드와 시계 그리고 성서와 규칙서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지극히 단순한 방이었다. 이제 하느님과 함께 단둘이서 살 내독방이었기에 관심을 가지고 방을 살폈다.
수련장은 나를 데리고수도원 곳곳을 안내했고 수사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알고보니 이 수도원은 토마스 머턴이 살던 겟세마니 수도원에서 부터 갈려 나은 수도원이었고 머턴과 함께 살던 수사들고 꽤 있었고 도서관에는 토마스머턴의 강의록이 잘 정리되어 있어 나는 그의 강의록을 즐겨 읽었다.
드디어 도착 다음날 부터 정식 수도생활이 시작되었고 예외없이 다른 수사들과 꼭같은 생활이 시작되었다.
과연 어려운 이생활을 할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으나 나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며 단순한 마음으로 살고자 했다.
기상은 새벽 2시、일어나자 즉시 성당에 가서 새벽기도가 시작되었다.
모든 기도는 노래로 시작해서 노래로 끝나는 아름다운 전례였다. 새벽에 긴독서를 들을때 줄곧 나는 졸음과 싸워야 했다. 새벽기도후 각자 독방에서 묵상시간을 가지며 아침기도전까지 각자 혼자 식당에 가서 빵 몇조각과 커피로 식사를 한다. 수사들은 혼자 식사중에 책을 들고 영적독서를 하면서 식사를 하거나 아니면 깊은 묵상중에 식사를 한다. 아침기도는 새벽 5시에 시작되고 기도중에 미사가 봉헌된다.
사제 8명과 수사를 합쳐 40여 명 되는 이수도원의 미사는 이곳 전례의 정정이 었다. 둥그런 제대에 모여 함께 미사를 봉헌할때 난 이수도원은 바로 이세상의 불이며 전생명력의 핵심이며 이세계를 떠바치고 있음을 깊이 체험했다. 아침기도가 끝난후 즉시 새벽부터 각자 맡은 지역에서 2~3시간의 노동이 시작되고 모든 작업지시와 연락사항은 게시판을 통해서 알려진다.
작업복을 갈아입은 수도자의 모습은 말단 노동자의 모습이었다. 머리는 하느님을 위해 다 삭발하고 외모는 모두가 단식과 기도로 단련된 검소한 모습들이다.
작업중에도 절대 침묵이다. 필요할때는 수화로 통하고 더 필요할때는 말로 통할 수 있다. 나는 일주일 한두번씩 이 수화를 배웠다.
하느님과 함께 있을 것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사랑에서 모두가 깊은 침묵중에 일한다.
이들은 일하면서도 쉬지 않고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일하며 기도하고 있다. 나는 빵공장에서 빵을 하나 하나 담으면서 하느님을 모르는자、죄인들、한국과 한국교회를 위해서 많은 기도를 바쳤다. 이상하게도 일하면서 하는 기도는 분심없이 잘 되었다. 또한 노동은 나의 정신을 새롭게 해주었다 일하는 도중에 작업복 차림으로 8시경에 모여서 3시과(Terce)를 바친후 또 작업장으로 혹은 각자 기도의 시간을 갖는다. 다시 낮기도 6시과(Sext)를 하기 위해 성당에 모이고 기도후 함께 모여서 침묵 중에 독서를 들으면서 식사를 한다. 점심후 잠깐 쉴 수 있고 1시에 모여 9시과 (None)를 바친후 즉시 오후 일이 시작된다. 이곳은 수십만 평이 되는 큰 수도원이라서 밖에 일도 많다. (농장ㆍ목공ㆍ기계등) 오후 노동이 끝난후 수도원에 돌아와서 저녁기도를 바치고 각자 묵상 시간중에 각자 오전과 같이 식사를 하고 끝기도 할때 까지 또 기도시간을 갖는다.
끝기도 후 7시 이후 각자 잠자리에 들 수 있다.
결국 이들의 하루의 생활은 침묵에서 시작해서 침묵으로 끝나고 하루에 일곱번씩 주님께 찬미를 드리고(시편120) 6시간의 노동、6시간의 취침、6시간의 각자 기도、6시간의 공동기도로 하루가 짜여져 있으며、오락시간도 TV、라디오、신문도 없다. 단、필요한 세상뉴스는 가위질 당하여 도서관에 매일 놓여진다.
도서관에는 수도자들의 영적생활을 위해 많은 책과 잡지들이 있고 수도원 곳곳에 관상과 묵상을 하기 편리하게 방들이 꾸며져 있고 수도원밖은 온갖 새들과 아름다운 대자연이 펼쳐져 있고 노루까지 와서 수도자들과 함께 노는 지상의 낙원이다. 수도자들의 유일한 휴식은 주님안에서의 휴식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들은 24시간 항상 휴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진 자들아 다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태오11ㆍ28)의 말씀을 실제사는 사람들이다. 이 수도자들은 수도원안에 그대로 머뭄으로써 온 세상에 하느님을 전하는 「하느님의 증인」들이며、24시간 항상 주님과 함께 있기 위해서 잠시도 한눈을 팔지않고 하느님을 찾는 「하느님의 사람」들이며、하느님만을 사랑하기 위해서 이세상의 것을 철저하게 다 버리고 이 지상에서 저 천상의 생활을하는 사람들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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