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수도원에서 줄곧 생활하면서 깊이 느낀 것은 이 수도원은「이 세상의 불」이라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성령의 불을 지르는 불이었다.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사실은 이 수도원은 이 세상을 지탱하고 떠받쳐 주고 있는 곳이다. 이 수도자들은 이 세상을 철저히 끊어버리고 은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이 세상 깊숙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이 세상의 문제를 자기의 문제인양 안고있고 이 세상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인양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는 자들이었다.
사실 내가 이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놀란것은 이들이 이 세상을 버렸는데도 그토록 이 세상에 깊이 침투되어 있고 이 세상의 문제에 얼마나 예민한지 그 사랑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들은 하루종일 기도를 하지만 자기자신들을 위한 기도는 찾아보기 어렵고 모두가 세상을 위한 기도, 남을 위한 기도였다. 곧 수도자의 삶은 그리스도의 삶을 닮은 봉사의 삶이었다.
이들 수도자의 생활은 덜 바쁘리라고 생각되겠지만 사실은 활동세계의 사람들보다 더 바쁘다. 하느님을 찾기에 바쁘고 기도하기에 바쁘고 자기를 정화하기에 바쁘고 이 세상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에 바쁜 사람들이며 일분일초도 낭비없이 철저히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려고 온 정열을 쏟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이들은 수도원안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도 하루에 세계일주를 몇바퀴씩 하는지 모른다. 주님의 자비와 사랑이 이세상 모든이들에게 내려지도록, 만민의 구원을 위해서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는 자들이다. 특별히 이세상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가장 소외되고 버림받은 가난한 형제들에게 얼마나 예민한지 모른다. 이들 수도자는 이 세상을 철저히 끊어버렸기에 이렇게 깊이 침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러기에 이들의 생활전체가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거룩한 삶이될 수 있는 것이었고『내가 거룩한것과 같이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하신 주님의 말씀을 생활하는 자들이었다.
이수도원 안에는 하느님 외에는 아무도 찾아볼 수 없을만큼 침묵과 고독안에서 수도자들은 하느님과 깊이 밀착되어 살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은 하느님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이 성소로 불림을 받은 자는 참으로 하느님의 큰 은총을 받은 자들이다. 이곳 수도자들의 기도의 힘은 탐욕과 거짓과 폭력과 죄악으로 가득찬 이 더러운 세상을 내리치려는 하느님의 팔을 놀랍게도 꼭 붙잡고 있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깊이 체험했다. 세상의 죄인들을 대신해서 이들이 하느님께 자비와 은총을 빌고 있는 이 기도의 힘!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위대한 힘이 또 어디 있으랴!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큰 위대한 사도직이 또 어디있으랴!
오늘날 신앙이 없는 물질에 젖어있는 세상 사람들은 이러한 수도자를 완전히 무용한 사람들로 취급하고 만다. 심지어 크리스찬까지도 여기서 완전히 면제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나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기도가 얼마나 큰 활동인지, 얼마나 큰 사도직인지를 다시 한번 깊이 확신할 수 있었고 이「기도의 사도직」은 오늘날 이 세상을 위해 이 교회를 위해 가장 유익하고 필요한 사도직임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수도자들은 기도라는 사도직을 통해서 이세상과 교회에 힘을 불어넣고 있으며 보다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수도자들은 자기와 다른 크리스찬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수도자이기 이전에 참된 크리스찬으로 살아가려고 하며 자신이 죄인이라고 깊이 느끼고 회개와 보속의 삶을 사는 자들이다.
사실 내가 이곳 수도원에 와서 제일 먼저 느낀것은 하느님 앞에 서기에 부담한 죄인임을 느꼇고 갈수록 이 느낌은 커갔기에 나는 그저 하느님께 감사할 뿐이었다. 이 고마움에 나는 더 회개하고 보속해야 했다.
수도자들은 끊임없이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면서도 자기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히 공동체 안으로 자신을 숨기는 참으로 겸소한 자들이었다. 이들이 드러나지 않게 자기 자신을 희생하여 사는 모습 속에서 나는 이 삶이 참으로 참된 길임을 확신하게 되었고 자기 자신을 백색의 무건 속으로 숨기며 자신의 일생을 온전히 하느님과 이 세상을 위해서 바친 이들은 이 세상의 어느 권력가도, 그 어느나라의 대통령도 할수 없는 일을 철저히 숨어서 하고 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숨어서 하는 이 위대한 힘에 나는 완전히 말려들어갔다.
이들이 드러나지 않게 철저히 숨어서 일을 하기에 이 수도원 공동체는 참으로 큰 힘이었고 큰 사랑의 공동체가 될 수 있었다.
이 수도자들은 이곳 수도원 공동체에 자신을 완전히 몰입시킨 사람들이었다. 그러기에 이들에 의해서 집행되는 전례는 한마디로 압도적이었다.
이들 모두가 자신을 모두 수도원에 깊이 숨김으로써 이 수도원은 하나의 커다란 힘이 되었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생산해 내는 공장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이곳 수도원 성당은 여러곳에서 부터 온 방문객으로 붐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이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목마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방문객들은 하느님의 헌존을 이들 수도자들 안에서 보고자 모여드는 사람들이었다. 하느님의 사랑에 목마른 방문객들은 그 갈증을 해소하고자 이곳을 찾아든다. (이곳 수도원 성당은 유일하게 개방하며 함께 기도할 수 있다)
결국 나는 한 달 동안 이곳에서 이들과 함께 살면서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았고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는것은 나에게 있어서 커다란 하나의 빛이었고 큰 휴식이었다.
나는 이들과 함께 살면서 나도 모르게 이들의 삶에 젖어들었고 전염이되고 말았다. 또한 어려운 이 생활을 난 철저히 이들이 서로를 위하며 희생을 아끼지 않는 그 사랑의 덕분으로 한달을 잘 살아갈 수 있었고 침묵속에서 주는 형제적인 사랑은 말로서 주는 사랑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었다.
참으로 이들의 삶은 위대하다.
그것은 그들이 숨어서 큰 희생을 바치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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