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상한 꿈이었으요. 뉘집의 엄마가 아기를 가진지 석달째 되던 어느 오월이었어요. 밤 꿈에도 엄마는「은총의 풀밭길」이란 이름이 붙은 네잎 클로바 밭을 보았어요.
다섯 잎새나 여섯 잎새짜리도 더러는 있었지만 네잎 틀로바가 가장 많던 그 클로바 밭을 말이지요. 물론 훨씬 더 많던 세잎새들의 사이 사이 아주 작디작은 것에서부터 아가들의 손바닥만한 크기에 이르기까지의 네잎 클로바가 참으로 많던 그 클로바 밭을 말이지요.
그래, 한번은 스페인에 살고있는 펜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그 중의 한 잎새를 뜯어 넣어 보냈더니『한국의 땅이 이렇게 기름진 줄 몰랐다.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일까?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라는 회답이 오기도 하였어요.
그리고 엄마의 처녀 시절, 가장 친한 친구가 눈송이처럼 새하얀 옷을 입고 어느 성모 동정회의 회원이 되어 첫 서원을 하던 날, 그때도 오월이었어요.
처녀 시절의 엄마는 다른 어떤 선물과 함께 작고 큰 일곱 잎새의 네잎 클로바를 네잎 클로바의 무늬를 그린봉투속에 넣어서 가지고 갔었어요.
그랬더니 그 다음 만났을때 친구 수녀님은 자기가 그날 여러사람으로부터 받은 선물들중의 어떤것보다도 그 행운의 일곱 잎새의 클로바가 너무 너무 기뻐 눈물까지 나왔다는 얘기를 하였어요. 아니 그 기념으로 아주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면서 그 한알 한알이 모두 장미꽃 모양으로 조각이된 크림빛 상아묵주를 기념으로 주었어요.
따라서 지금은 남의 집 엄마가 된 먼 지난날의 그 아가씨는 그「은총의 풀밭길」산책을 아침 저녁으로 곧잘 즐기곤 하였어요. 그리고 머지않아 태어날 슬기로란 이름의 아가의 아빠와 결혼을 해서 멀리 떠나와서도 친정집 생각보다 더 자주 그곳「은총의 풀밭길」에대한 그리움이 일던중 간밤에도 그것 꿈을 꾸었어요.
그런데 꿈엔 자기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포도광주리를든 한 어린 목동이 피리를 불면서 많은 아기 양물속에서 그곳 네잎 쿨로바 밭을 거닐고 있질 않겠어요.
무지개가 둥글게 그 둘레를 감싸고있는 그 네잎 클로바 밭의 어린 양떼들 속에서 말이지요.
엄마는 잠에서 깨어나 아빠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무지개가 축복과 약속을 뜻한다는 것 밖에는 더 이상 알수가 없었어요.
그러는 가운데 일곱 달이 더 지나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 났어요. 차츰 그얼굴 모양이 또렷해지면서 엄마는 자꾸만 언젠가 태몽을 꿨을때 본 그 어린 양치기 생각이 났읍니다. 그 얼굴과 이얼굴이 너무 닮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럼 양떼는 무엇이고 피리는 무엇일까? 혹시 이 아이가 복음 선포의 사명자가 되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하필 네잎 클로바 밭에서?』
그러구러 슬기로의 나이가 여섯살이 되면서 되게 열병을 앓았읍니다. 아니 소아마비에 걸린 것이었어요. 병원이란 병원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으며 또 여러 한약방을 다니면서 침도 맞고 하여 한쪽 다리가 3cm짧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읍니다. 아니 그렇게 비스듬한 자세로 슬기로는 자라나고 있었어요.
엄마는 비로소 꿈의 의미를 알았읍니다. 클로바로서는 세잎 클로바가 정상적이기 때문입니다. 네잎이니 다섯잎 클로바는 비정상 … 아아 그렇다면 한번 앓았던 다리때문에 비정상적이된, 다시말해서 신체 장애자가된 자기의 아들이 그런대로 주님의 양치기가 되려는 것일까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슬기로는 그 이름처럼 지혜와 슬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그 마음가짐이 매우 너그러웠어요.
그러니까 슬기로의 돐날이었어요. 돍잔치가 끝나자 모두들 이내 집으로 돌아갔지만 모처럼 오신 외할머니께서는 며칠더 계시다가 가기로 하였댔어요. 엄마는 친정어머니가 너무 너무 그리웠던 나머지 그냥 얘기를할때도 외할머니의 손을 꼭잡고 있었어요. 아니 할머니와 엄마는 그 사실마저도 미처 느끼지 못하였는데 그걸 일깨워 준것은 슬기로였어요. 얼굴이 빨개지면서 다가와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세차게 둘이의 손을 떼어놓았으니까요. 엄마와 외할머니는 매우 재미있다는듯 손을 더 꼭잡았읍니다.
그러자 슬기로는 잠깐 어떤 생각을 하더니만 이번에는 엄마와 외할머니가 서로 껴안게 하는것이 아니겠어요. 그러고는 자기의 단중잎 같은 두손, 아니 고사리 같은 두 팔로 서로 껴안은 엄마와 외할머니를 덮어 감싸 안는것이 아니겠어요. 아주 즐겁다는듯 웃으면서 말이지요. 그때 부엌에서 수고 누나가 들어오자 슬기로는 엄마와 수고누나를 또 그렇게 하게하고 그둘을 또 자기가 껴안는 것이었어요.
이윽고 외할머니께서 말씀하셨어요. 『얘는 말이 아기이지 어름보다 더 슬기롭고 너그럽구나. 장차온 세계를 껴안을거야. 두고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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