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지난 5월 3일 來韓한「사랑의 어머니」데레사 수녀가 서울ㆍ대구 등지를 방문하고 6일 출국하기까지 그를 수행했던 성가회 총장 이완영 수녀의「데레사 수녀 수행기」로 상하로 나누어 소개한다.
데레사 수녀의 한국 방문시 그를 수행해 달라는 부탁을 한국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회장 황우경 수녀로부터 전해들은 나는 그 순간속으로 몹시 당황했다. 나는 전에 그를 세번이나 만난 일이 있다. 귀로 들은 것만이 아니라 내 눈으로 보고 말씀을 나눈것을 통해 그를 알고 그를 깊이 존경하고 있었고 늘 그의 뒷모습을 지켜볼 자격조차 없는 나 자신을 놓고 괴로운 반성을 하고 있었기에 이번 방문중에는 멀리 군중의 뒤에 숨어 서서 그의 모습을 지켜 보리라 마음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가까이 가기 두려워 멀리선 그 티없는 거울같은 그를 곁에 모시고 다니며 그 안에 비추어지는 내 모습을 고통스럽게 지켜 보게 하시다니 참으로 하느님의 생각은 사람의 생각을 뒤엎었고 나는 그 밤부터 단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막상 데레사 수녀가 김포공항에 내린 순간부터 다시 공항을 떠날때까지 나는 그와 함께 있기위해 우리수도회와 형제, 이웃뿐 아니라 모든 신문ㆍ방송ㆍ텔레비전과 단절되어 사람들이 그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우리 한국 수녀들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는지를 알아볼 여유를 갖지 못했다. 오직 우리가 만나는 환영인파와 인터뷰 신청, 사진기자들의 사정없는 공격을 뚫고 데레시 수녀를 예정시간에, 예정된 장소에 모시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해야했다. 더구나 데레사 수녀와 수행한 폴렐수녀 둘다 시계를 차고 있지않았기 때문에 나의 책임은 더욱 컸던것이다. 다행이 두 수녀 모두 자주 나에게 시간을 물으며 예정된 스케줄을 따르기위해 정신을 많이 써주어『일어나시지요. 떠날 시간입니다』란 말씀을 부담없이 할 수가 있었다.
밀리는 인파를 벗어나 차에 오르면 데레사 수녀는 즉시 기도하며 침묵중에 잠심하는 것이었고 그럴대면 나는 한 수녀로서 선배수녀의 내적인 깊이를 엿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으로 눈과 귀를 모으곤 하였다.
대개의 경우 김 추기경이나 경 주교, 그외의 어른들이 차에 함께 타고 안내했기에 때문에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데레사 수녀의 내면을 훔쳐보기에 바빴다. 거듭 거듭나를 감탄하게 한 것은 그의 순수함과 단순하고 겸허한 마음이다. 1973년 처음 뵈었을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는 한결같은 순수함은 깊은 관상에서 온 것일 것이다.『기도를 하면 마음이 순수해지고 마음이 깨끗하며 하느님을 볼 수 있읍니다. 하느님을 보는 사람은 거룩합니다』한 수녀의 말씀같이 수녀는 순순하기에 거룩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성녀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하구나 하며 혼자 무수히 감탄을 했다.
데레사 수녀의 순수함은 모든 것을 끊어버리고 이탈하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완전 이탈의 자유로움이 그를 다른사람과 다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탈은 어떻게보면 이해하기 어려운면도 보여 주었다. 내가 그를 만난것이 이번으로 네번재. 삼일간이나 옆에서 모시고 다녔는데도 그는 나의 소속수도회의 이름은 물론 내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나와 진정으로 함께 있었고 차안에서도 행여 내가 불편할까 먼저 불편한자리에 앉는 바람에 나를 늘 송구스럽게 만드는 정도였다.
내가 옆에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나를 아껴 주면서도 나를 알려고 하지않는 그점에 나는 적이 의아했다.
마지막 밤 우리 수도회로 향했을때 차내에서야 비로소 우리 수도회의 이름을 물었다. 우리 수도회에 도착해서 원내 원장수녀님을 소개 받으면서 그럼 성가수녀회 총원장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총원장이란 것을 알고는 놀라는 표정으로 두 수녀가 똑같이 새로운 감사 인사를 하며 웃었다. 데레사 수녀는 사람을 너무나 깊이 사랑하기 때문에 사람을 보지 않는 것 같다. 즉 사람의 이름이나 명예ㆍ지위 재산 등을 보지 않고 오직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과 예수님을 하나로 보고 대하는 것이다.
예수님과 성체와 불우한 사람을 하나로 보는 그 눈빛에서 우리는 모든 사람을 하느님의 사랑안에 포옹하는 사랑의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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