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의 C학생이 자퇴하는 절차를 알고자 상담실을 찾은 것은 6월중순이었다. 단순한 자퇴절차에 대한 상의라면 대개 담임선생님과 상의하는 편일것 같아서 진정한 문제가 무엇일까 여러면으로 짚어보면서 대화를 끌어갔다. 그러나 C는 자퇴하려는 사유를 듣고 싶어할때는 입을 다물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꼭 명문대학을 가겠다고 고집했다. C가 알고 싶어하는 대로 자퇴절차를 알려주기만 하라는 요구였다. 차츰 대화가진 행되면서 C의 태도나 언사에서 상담교사에게 저항 이상의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것 같이 느껴졌으나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C는 공격적인 입장을 고주했고 상담교사는 공격에 대한 부담감으로 대화는 진전되지 않았다. 상담교사는 자신의 방어적인 감정이 C에게 도움이 되지 못함을 깨닫고 솔직히 자신을 털어놓기로 했다.
C는 상당한 침묵 후에 마침내 상담실을 찾은 참마음을 말하기 시작했다. 매년 실시되는 교우조사가 그해에도 5월 중순에 이미 실시되었다. 상담실에서 마련한 학생수 만큼의 질문지가 학급 담임교사에게 맡겨지면 담임교사는 적절한 주의와 방법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학급운영록에 기입하고 지도자료로 삼는다.
마지막으로 질문지는 담임교사의 간단한 의견이 삽입되어 상담실로 되돌아 와서 보관되고 이용된다. C의 담임교사는 창의력도 경력도 있는 중견교사였다. 그래서 교우조사의 취지와 학생태도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지도를 했으면서도, 작성된 내용을 회수하는 과정을 소홀히 했던 것이다.
C는 원래 주변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자기위치에 대해 가금씩 회의를 느껴오고 있었던 터이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이 교우조사에서 C를 어떻게 기입할까 하는 긴장된 기분이었다. C는 시험지 답안작성 만큼이나 힘들여 요구된 항목에 자기표현을 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담임교사가 보이지 않았다. 맨뒷자리에 앉은 친구들이 일어서서 자기줄 질문지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C도 엉뚱한 충동이 일었다. 빨리 일어서서 주변친구들의 질문지를 거두기 시작했다. 대부분 순순히 내주었지만 몇 명은 C에게 주지않고 다른 친구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정말은 그 친구들의 내용이 보고 싶었는데 실패를 한 셈이었다. 자리에 도로 앉았으나 마음이 안정되질 않았다. 반장이 거둔것을 정리하여 교무실을 향해 교실을 나서자 뚜렷한 계획도 없이 C도 따라나섰다.
몇층을 내려갔을때 반장과 나란히 걷게 되면서 궁리가 떠올랐다.
C가 담임교사에게 용무가 있어서 가는 길이니 자기가 전하겠다고 제안하여 쉽게 모두의 것을 인계받게 되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어 곤란은 있었지만 짧은 시간에 보고 싶었던 내용은 대강 훑어볼 수 있었다.
C는 평소에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에게 기대했던 반응을 얻지 못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후 친구들이 C를 가까이 대할때에는 모두가 이중성격자 같아서 그들을 멸시했고 그들끼리만 어울리면 C가 초조해 하고 매달리는 마음인것 같아서 화를 내는 학교생활이 계속됐다.
공부로 이겨볼려고도 했지만 오히려 능률이 오르지를 않아 더욱 초조하기도 했다.
집에서도 계속 화난 표정을 했다. 그래도 집에서는 모두가 잘 대해 주니까 기분이 조금은 풀리지만 학교에만 오면 친구들 동정살피기에 급급한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싫어서 학교를 그만 두기로 작정한 것이다.
2학년도 반이나 지나서 전학하면 문제아로 인정되기 때문에 자퇴밖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친구들을 다시 만나지 않는 방도로만 계속 여러가지로 생각하고 고민한 마음이 몹씨도 측은했다.
상담을 통해 C는 친구들의 태도(반응)에 민감한 특성이 자존심에 거역되기보다는 친구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것 같았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습관들일 수 있는 좋은 특성으로 발전시켜야겠다고 유도해 보았다.
또한 교우조사 질문지가 개개인 모두에서 성실하고 진실된 마음을 적도록 원전할 수 없음을 이해시켰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마음은 자주 상황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간단한 활동으로 체험하게 하여 4회 상담으로 종료됐다. 윗내용과는 별개로「교우간의 좋은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으로」의 현상을 지적한다.
많은 학생들이 친하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을 뿐이다. 그쪽에서 먼저 친구하자는 표현을 해 주기만을 바라기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친구없는 교약하리만치 허전한 생활을 하는 학생수가 적지않다. 먼저 표현하는 용사에는 해당없는 그러면서도 간단치 않은 문제인듯 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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