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들의 피로 물든 한국 가톨릭 敎會史는 그 진폭이 넓고 체험이 강렬한 만큼 연구와 접근의 방법도 다양하다. 그 가운데 이 책은 순교의 피가 흐른 땅을 찾아 聖地의 개념 으로 照明하면서 교회사를 접근한 巡禮記이다. 일반적으로 가톨릭 교인들은 순교지에 대한 관념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에 얼마나 많은 聖地가 어떠한 교회사적 사건을 담고 오늘날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많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한국 교회창립 2백주년을 얼마 앞두고 교회가 안고있는 문제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때에 이책의 저술을 통해 언론인으로 말씀의 使徒的 역할을 한 (金 추기경의 추천사) 저자는 성실하게 聖地의 현장들을 직접 밟고 기록하여 교회의 역사와 순교의 의미를 오늘의 교회와 민족앞에 現在化시켜주었다. 그가 찾아본 곳은 경기도 천진암 주어사에서부터 시작하여 제주도 觀德亭에 이르는 全國에 걸치고 있다. 그 현장에서 그는 『유서깊은 산골과 이웃한 고을에 감사 또는 부사가 머문곳일수록 순교자들의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11면) 는 사실을 확인한다.
1백 70페이지에 걸친 그리 두껍지 않은 이책은 한줄에서 죽음을 뛰어넘어 다시 산 역사로 바뀐 순교의 의미를 추구하는 저자의 절절한 마음을 느끼게한다. 평이한 문장이면서도 감동적이다. 또한 글로만 적은것이아니가 사진을 선명하게 찍어 성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순례자들을 위하여 성지의 현주소와 지도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신앙과 신학의 토착화를 흔히 쉽게 얘기하는데, 토착화는 피를 흘리는 희생이 없이는 허황된 얘기뿐이다. 이런 점에서 진실한 토착화기 한국의 성지 속에서 이미 일찍부터 시작되어 오히려 오늘날 우리의 발을 뜨겁게, 부끄럽게 만들고 있지 않나고 이책은 은근히, 심각히 묻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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