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을 바로 잡는데 자퇴원을 쓰기로 했다. 교칙에 의해서 학생의 적을 파내는 일, 즉 퇴학처리라든가 자퇴원을 받아야할 때의 갈등과 아픔은 크기만하다.
그런데도 명은 자퇴원을 내야만했다. 명의 어머니와 나는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고 그때의 심정은 자신의 무능(?)을 인정하는듯 해서 우울했다.
『명 어머니, 우린 명을 놓쳐선 안될니다』
말없이 도장을 지갑에서 꺼내 찍는 명의 어머니는 손끝을 떤다. 그 가슴이 떤다. 그 가슴이 지금 가시에 찔린듯 아프리라는 걸 잘 안다. 입안에 쓰디쓴 침이 고이는 순간이다.
「습관성 가출」이었다. 명은 대개 습관적으로 가출하는 아이들의 특징답게 자신의 잘못을 주변 사람들한테 돌리려 하는 것이었다.
『반 애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는것 같앗어요』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내 눈을 마주 바라보며 명이 이렇게 말할때 나는 『왜 명은 늘 쫓기는 마음일까』하고 안타까와 했다
학기초 첫 홈룸(학급회의=HㆍR)에서 무단결석 하지말기로 결의를 하고 그 다음 월요일에 결석한 명이었다.
그때 부산에서 돌아온 명은「나를 좀 잡아달라」는 거였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면 결석하고 그 결석은 가출을 의미하는 명의 사고방식은 고칠 수가 없었다.
어려운 살림에 쪼들리는 명의 어머니는 명 때문에 입술은 까맣게 타돌고 한숨을 깊게 깊게 내쉬는 것이었다.
돌아온 명은 유리그릇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어지고 다시 급우돌과 어울려 잘다닌다고 생각될 즈음 또 결석하고 가출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빈번히 헛소리로 남는 명의 약속. 「선생님, 이번에는 머리를 박박 깎아서 집에 가두겠읍니다.」 답답한 심정을 명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지만 명의 가출병은 속수무책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급히 교무실로 달려온 반장을 따라서 양호실로 갔더니 명은 누워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혀돌 깨물까봐 입에 가제를 물리고 병원으로 실어가는 엠브란스 속에서 울고 싶었다.
나는 그날 「간질이 아니고 히스테립니다.」담당의사와 여러가지 얘기를 나누며 명이 뜻대로 잘 안되는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는 걸 잘 알수가 있었다.
매일 같이 15분씩 마주앉아서 얘기를 하고 명의 어머니는 버스길까지 오셔서 함께 차를 타고 귀가하는 것이었다. 결국 중학교 3학년때 체력장을 받을때 처음 나타난 히스테리는 발작하면 한 사흘 결석을 해야만했다.
학생은 무엇보다 학생다운 생활을 해야하고 학교를 빠져서는 안된다고 기초적인 자세부터 갖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의견의 일치가 명의 어머니와 이루어졌다. 그리고 규칙은 엄하다는 것도 가르치기로 했다. 학생으로서 가출하면 학생이라는 자격이 없어진다는 것을 가르치기도 했다.
명의 자퇴원을 처리하던 날 나는 온종일 입을 다물고 지냈다.
그런데 아 여름방학에 명은 두번이나 집으로 전화를 했다. 교복이 입고 싶다고 했다. 물론 그동안 착하게 집안에서 지내는걸 명의 어머니로부터 듣고 있었지만 「자퇴원」이 치료가 된 것일까?.
지금까지는 무학여고 교학주임이신 이민자 선생님께서 수고해주셨읍니다. 이번 호부터는 시인이며 교사이고 「생명의 전화」상담원으로 계시는 조순애씨가 집필해주시겠읍니다.〈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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