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절두산순교성지(주임 변우찬 신부)는 4월 29일부터 10주간 2011년 상반기 교양강좌를 시작한다. ‘종교와 문화, 홈통으로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강좌에서는 조현범(한국교회사연구소 책임연구원) 박사가 강사로 나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교양인들이 종교와 문화를 바라보는 폭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게 돕는다. 앞으로 10주 동안 강의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1) 문화적 상상력과 종교적 감수성
절두산순교성지 2011년 상반기 교양강좌에서는 교양적 측면에서 종교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이런 식의 접근을 통해서 생각이 풍요로워지고 자기 신앙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강좌의 취지는 절대적인 신념을 상대화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인류 역사에서 문화의 옷을 입고 등장했던 다양한 종교현상에 대해서 폭넓은 안목을 가지게 되면 나와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로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현대문화 속에서 다양하게 마주치는 현상들을 교양의 차원에서 접근해 함께 이야기를 풀어보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강좌의 목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관점을 바꿔보자는 것입니다. 당연하게 보이는 것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첫 번째 강의 주제는 문화적 상상력과 종교적 감수성입니다. 상상력의 범위는 굉장히 넓고,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가 침체돼 있을 때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특정한 상상력이 과도해지면 문제가 생깁니다. 이를 어떻게 규제할 것이냐. 이런 문제는 감수성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자기 몸과 주변의 삶과 인생과 우주에 대한 따뜻한 애정 어린 시선이 있을 때 과도한 상상력이 가지고 오는 문제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교양의 관점에서 종교를 이야기하는 것은 침체되어 있는 문화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고 한국문화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합니다. 또한 종교의 경우 방향성을 상실한 상상력만으로 뻗어 나갈 것이 아니라 문화 안에서 갈고 다듬어질 때 균형감각 있고 풍요롭고 따뜻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극단적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종교와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인문적 교양에 해당하는 사고원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익숙한 것을 낯설다고 생각하고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 요일은 자명하게 살고 있는 우리 삶의 리듬입니다. 칠일을 주기로 오일을 일하고 이틀을 쉬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시간주기를 지배할 만큼 강력합니다. 육일 일하고, 하루 쉬는 개념은 원래 유대교에서 히브리바이블에서 생성된 관념입니다. 하지만 칠일을 단위로 하는 요일주기를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20여 년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처음에는 현재와 같은 명칭이 아닌, 예배일(禮拜日) 예배일(禮拜一), 예배이(禮拜二) 등 중국식으로 각 요일을 명명했습니다. 태양력을 채택한 것도 1895년 고종 32년 때의 일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요일’이 역사적, 지역적으로 다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친숙하게 여기기’입니다. 낯설게만 바라보면 우선 거부감부터 생깁니다. 그러나 약간만 넘어서서 익숙한 것으로 생각을 바꾸면 마음이 열립니다. 우리는 강좌가 진행되는 동안 이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종교와 문화에 관하여 새로운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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