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흥분, 아쉬움…. 8·15 이산가족의 「감격적인 만남」은 3박 4일 행사로 끝났다. 남북 이산상봉단은 『살아서 다시 만나자』란 말을 남긴채 꿈만 같던 시간을 보내고 각자 서울로 평양으로 돌아가고 돌아왔다.
이번 만남을 통해 우리는 민족 분단의 비극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인위적으로 가를 수 없는 혈육의 정을 재확인했다. 상봉의 꿈을 이룬 당사자들뿐 아니라 이를 지켜본 7천만 온 국민이 마음의 벼글 허물었다.
특히 이념과 체제차이를 뛰어넘어 남북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진한 감동 속에서 남북 화해 분위기가 확산됐고, 통일의 당위성이 더욱 부각됐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도적 차원과 함께 남북 관계개선을 위해서도 이산가족 만남을 이어나가야 함이 명백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도 몇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상봉 장소가 서울과 평양으로 한정돼 그리던 고향집을 직접 가볼 수 없는 제약이 있었다. 돌아가신 부모님 산소에 성묘도 하고 가족들과 하룻밤이라도 같이 자며 회포를 불 수 있다면 회환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남북 이산상봉단은 한결같이 『돌아가신 부모님 산소에 성묘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만나는 가족 수를 다섯 명으로 한정한 것도 재고할 일이다. 모처럼 혈육의 정을 나누는 자리에 굳이 인위적 장벽이 필요한 것인지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상봉단의 눈물은 기쁨과 감격의 눈물이었다. 50년동안 쌓인 한(恨)의 눈물이기도 했다. 이번에 혈육 상봉의 꿈을 이룬 이산가족들은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무대위에서 뜨겁게 포옹하고 마음껏 울었다.
그러나 무대뒤에서 소리없이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우선 이산의 아픔이야 똑같지만 컴퓨터 추첨에서 떨어져 이번 기회를 놓치고 다음을 기다리는 사람이 무려 7만6000여명이나 된다. 이런 형편에서 겨우 100명씩의 일시적 만남을 두고 흥분하고 감동하는 것은 어느 면에서 보면 처량한 노릇이다. 이나마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일회성 행사는 전체 실향민들에게 오히려 아픔만 배가될 뿐이다. 또 한 번 만나고 난 후 편지 한 장 주고받지 못하고, 만남 후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확인 못하면 그 만남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시 말해 85년 첫 이산가족 상봉 때 평양에서 누나를 만났던 한 실향민의 말처럼 이들에게 주어졌던 일회성 혈육상봉은 그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줄지 모른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은 제도적으로 접근해 모든 실향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이른 시일 안에 더욱 많은 사람드이 만나도록 상봉을 제도화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양측이 협력해 이산가족들이 생사를 확인하고 편지를 교환하며, 면회소를 설치 운영해 대규모 만남이 수시로 이루어지도록 애햐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 정부도 면회소 설치에 최대 역점을 두고 북한 당국과 협상을 벌여나가기로 해 우리의 간절한 염원에 부응하고 있다.
어쨌든 새천년 첫 광복절의 이산가족 만남은 남북이 대결의 시대를 극복하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상징적 사건이다. 남북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이번 상봉에서 보여준 민족적 에너지를 분단 극복의 힘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국민대화합을 실현하는 것이다. 통일을 향한 힘도 민족의 화합과 일치가 모아질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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