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 밀리는 해조음을 꿈속에서도 귀에 담으며 노란텐트 안에서 사흘 밤을 보냈다고「회」는 얘기했다.
국민학교 때부터 단짝인「영」이 희의 집에까지 와서 희의 어머니를 설득(?)했다.
희는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남녀 학생 여덟명이 텐트 두개를 해변에 세울 때 망설였다.
막연하지만 어머니를 속인게 바로 일행이 영의 집 동네 친구들이고 모두 부모가 허락했다는 그 점이 아니었던가.
『난 좀 불안해』
영은 희의 이런 미온적인 태도를 웃어버렸다.
『야 촌스럽게 굴지마』
사실 보수적인 희야의 어머니는 이상할만큼 쉽게 허락했다고 보인다. 가끔 느껴지는 바, 어른들은 맹목적인 믿음과 필요 이상의 간섭을 되풀이하는 얼간이가 될 때가 많은 가 보다.
마지막 밤이었다. 그들 여덟명은 어두운 모래 사장에 둘러 앉아서 정말 신나게 놀았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는가? 콜라와 함께 빈 소주병의 수효도 차츰 늘어만 갔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이런걸「혼숙」이라고 하는걸까.
아무런 성지식(性知識)도 없는 철부지들의 어이없는 여름방학. 큰 실수였다.
희의 아픔을 우선 풀어 주어야 했다. 그래서 어머니와 함께 나누도록 했다.
『싫어요. 엄만 기절할거에요』
가장 이상적인 의논 상대자는 그때 동행했던 일행 중 어느 누구도 아니라는걸 이해시키는데 힘이 들었다.
『얘기를 일단 꺼내고 보면 용기가 생기지. 그러고 다 털어놓고 나면 답답한 가슴이 확 뚫릴걸』
내가 대신 말해주는 것보다 회가 진실된 마음으로 솔직하게 말하도록 격려했더니 드디어 마음을 굳게 먹는것이었다.
사흘째되던 날밤 바닷가의「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가슴이 아프다.
금년 들어 소년 소녀들이 함께 피서하는 모습이 부쩍 많아진 것 같았다.
식구들이 갔던 강원도 연곡 해수욕장에서도 둘씩 짝지어 온팅이 많았었다.
여러 남녀 소년 소녀들이 수돗가에서 공중도덕도 무시하고 소란을 피울 때 많은 어른들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걸 보며 나자신 부끄러웠다.
내 자녀가 아니라고 외면하는 저 무책임한 어른들. 아니 부모들.
먹다 남은 음식을 아무데나 막 버리는 그 아이들에게 『구덩이를 파고 묻지 그래』
또 수돗가의 수도꼭지에 수대로 매달려서 법석대는 그 아이들에게
『이봐, 이 수도는 학생이 산거 아니지 않아. 두어개만 차지하고 양보하지 그래』
겨우 내가 한말은 이거뿐인데…
『아유 신경질나, 왜 반말로 하지.』자기네 패들에게 내뱉듯이 하는 저 귀엽게 생긴 얼굴의 소녀가 순간 불쌍하게 보인다.
나는 희의 얼굴을 생각했다.
그러나 상냥하고 예절바른 희가 저러지는 않았다는 걸 잘안다.
서늘한 바람이 불면 희의 상처도 서서히 아물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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