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의 와중에서도 끝까지 간직했던 순교자의 녹슨 십자가ㆍ빛바랜 유화를 그리고 각종 문헌자료와 사진자료들이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한층 숙연하게 만들었던「교구사 자료전시회」. 천주교 조선교구설정 1백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세종문화회관 대전시실에서 열렸던「교구사 자료전시회」는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된 1백50년 교구역사의 발자취와 함께 그 안에 깊숙하게 자리한 순교자들의 고귀한 숨결과 얼을 되찾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의와 가치를 지닌 전시회로 평가됐다.
『어화 벗님네야 우리 본향 찾아가세 동서남북 사해팔방 어느 곳이 본향인고…』4ㆍ4조의 구성된「思鄕歌」誦詠소리가 전시회장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가운데 9월 7일 부터 12일까지 6일동안 계속된 교구사 자료전시회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관람객이 연일쇄도, 짧은 전시기간 중 최다인원 참석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7일 오후 3시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 경갑룡 주교와 1백50주 기념사업 집행위원회 위원장 최석호 신부, 최석우 신부 등 관계 인사들이 개막테이프를 끊으면서 시작된 이번「교구사 자료 전시회」는 교구설정 이후 고난의 한국 근대사화 함께 피와 땀으로 얼룩진 한국교회사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 귀한 자료들이 총망하돼 교계는 물론 일반학게 매스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I, 문헌사료, II, 유물유품, III, 천주가사, IV,사진자료 등 모두 4개 분야별로 나뉘어 전시된 이번 전시회 자료가운데는 박해시대를 살았던 신자들의 생활상을 낱낱이 기록한「최 바시리오 이력서」(유명ㆍ한글사본ㆍ원주 최기식 신부소장)와「송 아가다 이력서」(한글사본) 등이 첫선을 보여 비록 순교자의 대열에는 빠졌으나 혹독한 박해를 딛고「살아남은 순교자」들의 처절한 신앙생활을 그대로 보여주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 자료들은 박해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신자들이 일생을 통해 살아야 했던 고난의 삶이 바로「순교 그자체」였음을 입증, 죽어야만 칭송을 받는 오늘의 교회사에서 순교의 새로운 의미를 제시한 획기적인 사료로 교회사가들의 평가를 받았다.
특히 현재 발견된 순교자의 유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이 루갈다의 십자가(전주 金眞召 신부 소장)는 남편 유 요한과 함께 동정부부로 순교, 숭고한 신아의 세계를 보여 주었던 이 루갈다의 높은 신덕을 그대로 음미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茶山 정약용의 무덤에서 발굴된 십자가(부산 복자수녀원 소장) 역시 일부학계와 유림에서 다산이 천주교 신자임을 부인하는 說을 뒤엎을수 있는 결정적 자료로 역시 높게 평가됐다.
또한 한 가계에서 16명의 순교자를 탄생시킨 朴順集 일가의 유화 14처병풍, 임종을 돕기위해 사용했던「善者의 죽음」과「惡者의 죽음」등 두폭의 유화도 이번 교구사 자료전시회를 계기로 발굴되고 또 찾아진 귀한 사료로서 역시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 전시됐다.
순교자의 유품과 함께 일반신자들의 발걸음이 유난히 많이 멈추었던 자료는 구한말 한국풍물과 교회사 관계 칼라사진. 19세기초 한국에 왔던 빠리의 방전교회 삐숑 신부(Pishonㆍ宋世與)가 수집, 남긴 칼라사진 가운데「조선교구 설정 1백주년 기념미사 및 기념식」등 관계사진들과「배론신학교 전경」준공직후의「명동대성당」등 교회관계 사진들과「독립문」「영은문」「남대문」「흥선대원군」「개항이후 신식조선군대의 훈련 광경」등 한국풍속사진 등이 전시돼 1백년전 구한말의 생생한 현장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이 사진들은 순교자의 피위에 세워진 한구교회의 발자취를 밝히려는 한 아마추어 교회사가-삐숑 신부의 노력으로 한국전통 문화와 교회 등 그가 살던 시대의 기록을 남겨준 것으로 초기선교사들의 각별한 애정 등을 나타내주는 특이한 자료로 평가됐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회는 이 사진 자료들의 채식원판을 유리함에 넣어 확대, 환등으로 비추어 보도록 배려하는 등 입체전시 효과를 최대한으로 노렸다.
전주 金眞召 신부와 신자들의 육성으로 녹음한 天主歌辭 誦詠소리가 계속 울려퍼지는 가운데 天主歌辭를 특별히 마련한 이번 전시회에는 최양업 신부가 지은 천주가사를 한권의 책속에 담은「歌帖」(부산 오륜대 복자수녀원 소장)이 첫선을 보였는데 이 歌帖은 최 도마 신부의 작품을 밝히는 유일본으로「思鄕歌」「善移歌」등 모두 11편이 실려있다.
한편 1백50주 기념사업부 위원장으로 이번 교구사 자료전시회의 주역 최석우 신부는『이번 교구설정 1백50주 기념자료전시회는 1백 50주년의 교구 발자취를 돌아보는 뜻깊은 자료들로 전시장을 꾸몄다』면서『특히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자료중심으로 전시하기 위해 많은 고심을 했다』고 밝혔다.
최 신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초대장 사진 서적자료 등 사료에 관해 신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실』이라고 평가하고『이를 계기로 교회는 물론 모든 신자들은 교회사료를 보존하고 후대에 남기는 일에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를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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