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성월을 맞아 순교선열드르이 순교가 초래한 최대의 결실인 교구설정의 의의와 순교정신을 최석우 신부의「순교정신과 150周」를 통해 알아보기로한다. <편집자주>
이번에 우리는 복자성월을 예년과는 달리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이란 뜻깊은 해에 맞게 되었다. 이러한 일치는 분명히 복자성월에 그 의의를 더해 주는 것이다. 사실 교구설정이야말로 순교가 초래한 최대의 결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교구란 단순히 지역만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 지역내의 하느님의 백성을 가리킨다. 이 하느님의 백성이 주교에게 위탁되고 한편 주교는 그에게 위탁된 하느님의 백성을 사제단과 협력하여 다스리고 가르치고 성화하게 된다. 주교는 사도들의 후계자이므로 하나이고 거룩하고 공번되고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그 교구 안에 현존하게 된다.
우리가 교구설정 1백50주년을 기념하는 것은 교구설정과 더불어 한국교회가 주교와 사제와 평신도로써 하느님의 백성의 일부를 구성하는 동시에「로마」교회에 편입됨으로써 사도적 교회와 결합되고 그 결과 한국신자들의 구원이 완전히 보증되기에 이르런 것을 자축하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血祭로서 교구를 탄생시킨 순교자들에게 감사하기 위해서이다.
하느님은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그의 외아들을 이 세상에 파견하였고,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복음을 모든 시대에 걸쳐 모든 민족에게 선포하도록 그의 사도들을 온 세계에 파견하였으며 사도들은 주님의 구원 사업을 지속시키기 위해 제자들을 그들의 후계자로서 전세계에 파견하였다. 이리하여 복음은 마침내 이웃 중국과 일본에까지 전파될 수 있었다. 사도들의 후계자들이 우리나라 한국에 까지 파견되지는 못했으나 우리 선조들은 그 소식을 들었고 천주교 서적을 통해 마침내 그것을 신앙으로 받아들였다. 이리하여 파견이 따르지 않은 선교가 한국에서 실현되었다. 이것은 그때까지 세계 교회사에서 거의 들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이 소식에 감격한 北京주교는 즉시 그러한 사실을「로마」에 알렸다. 그래서 한국에 복음이 기묘하게 기적적으로 전파 되었다는 소식이 교황에까지 전달 되었다.
그러는동안 더 놀라운 소식이 한국교회로 부터 北京교회에 전해졌다. 이번에는 한국에 박해가 일어나서 5명이 순교했다는 것이다. 성사도 신부도 없이 신앙을 지탱한다는 자체가 벌써 어려운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으로써 신앙을 지켰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소식을 풍문으로 전해들은 중국의 한 주교는 좀더 자세한 소식을 전해줄 것을 北京주교에게 간청했다. 北京주교는 즉시 이에 관해 그에게 장문의 편지를 써서 보냈고 그는 또 이것을 유럽 친구들에게 보냈다. 원래 라띤어로 쓰여진 이 편지는 곧 여러 나라말로 번역되어 전 유럽에 전파되었다. 당시의 유명한 성체회는「빠리」시내에 전단을 뿌리고 동양에 주교와 신부들을 보내기 위해 단체를 만들 것을 제의했다. 이 전단에 한국 얘기가 자주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한국교회소식에 자극 받았을 것이 확실하다.
이번 복자성월을 맞으면서 우리는 특히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만일 한구교회에서 일찍부터 순교자들이 탄생되지 않았더라면 교황을 위시하여 유럽 사람들이 한국교회의 기묘하고도 딱한 사정을 그렇게 동정했을리 만무하고 따라서 조선교구의 설정도 그렇게 빨리 실현될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순교자들의 결실이 곧 조선교구 설정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조선교구가 한국 순교자들의 결실이라면 또한 한국 순교자들은 한국포교의 수확인 동시에 그 완성을 의미한다. 성인은 선교활동의 완성이다. 다시 말해서 포교활동의 목표는 하느님의 백성을 성화하여 종말적인 완성으로 인도하는데 있다. 교구설정도 결국이에 기여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한국의 성인은 바로 우리의 순교자들이 오복자들이다.
한국 교회의 짧은 역사에 비해 다른 교회들보다 더 많은 순교자를 배출하였다면 한국에서의 포교활동이 빨리 완성되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는 마땅히 이 사실을 자부하고 전세계에 자랑해야 할줄로 믿는다.
그런데 우리 순교자나 복자들은 이미 하느님 곁에서는 완성되어 있으나 지상교회에서는 완성되어 있지 않다. 지상교회에서 완성되려면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교황을 통해 그들이 하느님 곁에서 그들의 완성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선포되어야 한다. 이것이 곧 시성식이다.
김대건 신부를 위시하여 한국순교복자 103위의 시성수속이 정식으로「로마」에 접수되어 진행 중에 있는것으로 안다. 그리고 늦어도 오는 한국교회창립 200주년까지는 그것을 성취시키고자 우리 주교단이 교황에게 특별한 배려를 간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숙원인 시성 수속이 왜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을까. 그것은 두말 할 것없이 기적이 없는 때문일 것이다. 즉 우리 복자들의 전구를 통해서 얻은 뚜렷한 기적이 없기 대문이다. 기적이 없다는 것, 또한 그것이 복자들의 탓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탓이라는 것 이것이 우리가 복자성월에 반성해야 할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첫째로「모든 성인의 통공」에 대한 우리 자신의 신앙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죽은이들을 도울 수 있고 또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가톨릭의 고유한 교리이다. 이에 대한 깊은 신앙이 없다면 위령성월과 마찬가지로 복자성월도 우리에게는 무의미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복자들의 전구로 기적을 얻어내려면 먼저 우리에게 그들의 하느님 곁에서 살아 있고 따라서 우리와 대화할 수 있고 우리의 청을 들어줄 수 있다는 확고한 신앙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다음 우리의 기도가 더욱 효율적이 되려면 공동체적이어야 한다. 즉 모두가 연대책임에서 이 기도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증언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우리복자들의 시성운동에 책임을 느끼고 참여할 때 그것은 곧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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