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 천주교회가 군사목을 시작한지 올해로 만 30년이 된다. 누구의 말을 필요도 없이 30년의 연륜은 모든 면에서 굳건한 기반 위에 서 있을 세월이다. 그런 의미에서 군종신부단이 금년부터 자립을 선언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처사였다. 군종신부단은 이제 人的인면과 物的인면에서 스스로 있을만큼 위대한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군종신부단의 이와 같은 성장 이면에는 주교단의 이해와 협조는 물론 선배 신부들의 피눈물나는 노력과 함께 교형 자매들의 기도와 도움이 지대하였음을 깊이 인식하며 이 기회에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6ㆍ25전쟁의 와중에서 시작된 군종사목은 침체와 반성을 거듭해왔으며 심지어는 군사목을 담당하는 군종신부가 어떤 군에는 한사람도 머물러 있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60여명의 군종신부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것은 웬만한 교구보다 많은 인원이다. 물론 이 숫자는 개신교와 불교, 특히 개신교와는 비교도 안되는 것임을 부언해 두고자 한다.
군종사목의 당위성
군종사목의 당위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교회는 모든 상황의 모든 사람에게 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교회가 봉사해야 할 대상은 무수한데 아직도 힘에 부치는 현실에서 그렇게 많은 희생을 군 사목에 바쳐야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몇마디 하고자 한다. ① 군종사목의 대상은 이땅의 젊은 청년들이다. 특히 젊은이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는 성교회가 끊임없이 강조해온 바이며 특수한 여건에 있는 그들에 대해서는 더 큰 배려가 요구되는 형편이다. 특히 군에 들어와 있는 동안 그들은 자신의 인생관이나 가치관 또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확고한 사상적 바탕을 마련해야 하면 군 복무를 마치면 대개 사회의 일선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활동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있다. 여기에 군사목의 필요성이 있는것이다.
② 군 사목은 신자 장병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장병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날 군 사목의 목표가 군의 신자화에 있거나 신자 장병들의 수계생활만을 돌보는것일 수는 없게 되었다. 군 사목은 군대를 그리스도화(복음화)하는데 그 목표를 두어야 한다.
다시말해서 군대를 복음에 맞는 올바른 군대로 만드는 것이 군 사목인것이다. 이렇게 볼때 군종신부의 부족은 가히 절대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군종신부는 신자 장병들이나 일반 장병들 뿐아니라 군인가족들까지도 사목해야 하며 방위병과 예비군까지도 돌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끝으로 한가지 더 부언해 둔다면 군사목은 특수사목 성격상 철저한「외인출입금지」구역이며 보안은 군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오직 군인만이 군대에서 군종신부의 필요성은 어느 사목분야에서 보다도 더 증대된다.
군종신부단의강화
신자들에게는 군종신부단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그것은 교회의 최소행정 단위인 교구와 비교해서 군종사목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군종신부단에도 교구와 같은 체제를 이루고 있다. 총재구교가 있고 사무처와 사목국、관리국이 있으며 본당신부나 본당신자들에 해당되는 군종신부들과 그 신자들이 있다. 쉽게 말해서 군종신부단은 일종의 전국적 특수교구라 할 수 있으나 아직 교회법상 교구적인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일종의 準敎區(guasi Dio-cesis)인 셈이다.
따라서 군종신부단을 사목행정적인 면에서 강화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군종신부단의 지도체제를 살펴보자.
총재주교가 있지만 전담(Full-time)이 아니다.
주교만 그런 것이 아니고 꾸리아(Curia)를 이루고 있는 모든 신부들도 그렇다. 총대리、사무처장、사목국장、관리국장을 맡고 있는 신부들이 모두 현역이어서 다각기 벅찬 일선 군종 현장에서 사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군종사목에 관한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며、치밀한 사목계획을 수립하고、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줄 힘있는 꾸리아를 기대한다는 것은 산에서 물고기를 잡겠다는 억지를 부리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장기복무자의 확보이다. 다시 말해서 군사목이라는 특수한 성소를 자신 안에서 확인하고 장기적으로 군종사목에 종사할 신부가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경험의 축적이 가능하며、경험이 축적되지 않고서는 군사목의 정립이 불가능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늘날 군사목의 정립 다시 말해서 군사목의 아이덴티티를 찾는 문제는 대단히 시급한 일이다. 군종신부는 군인이면서 동시에 신부이다 군종신부는 훌륭한 군인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신부여야 한다는 뜻으로 이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만 훌륭한 신부로서 훌륭한 군민이며 훌륭한 군인으로서 훌륭한 신부가 될 수 있느냐、다시말해서 군종신부의 아이덴티티-나아가 군사목의 아이덴티티-가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일은 결코 1~2년에 이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장기 복무군 종신부의 확보는 더없이 요청된다 하겠다. 군사목현장에서 장기복무 군종신부가 필요한 이유는 군대사회의 특수성에서 나오기도 하는데 군대사회는 철저한 계급사회(위계질서체제)라는 사실때문이다.
계급이 있어야만 상부조직에 참여할 수 있고 정책입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늘날 교회는 사람에게만 세례를 베풀어서는 안되고 온갖 체제와 조직 등에도 세례를 베풀어야 되겠다는 의식이 강화되고 있지 않은가? 여러 말할것 없이 군사목이 존재하기 위해서 장기복무자들의 확보문제는 꼭 해결 되어야 하는 것이다.
몇가지 문제해결책
앞에서 거론된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몇가지 해결책을 생각해 본다.
우선 꾸리아를 강화해야 되겠다. 군종신부단에 사제 평의회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각 군종신부회의 야전군신부회의、군단신부회의(지역회의)등이 있으나 사제 평의회는 그 성격상 자문기관에 불과한 것이므로 꾸리아 자체를 보강하는 문제는 대체로 남는다.
꾸리아에 전담해 일할 신부를 둘수는 없을까?
교구에서 이해만 해준다면 이미 장교로서 군복무를 마친 신부 가운데 한둘을 군종신부로 소집하는 대신 몇 년간 꾸리아에서 일하게 할 수도 있을것이다.
장기복무 군종신부의 확보 문제는 해결 불가능한것인가? 그렇지 않다. 여러가지 오해와 비협조 요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장기복무 중인 신부들이 15명이나 있는 것을 고려해볼 때 교구와 신자 일반의 이해와 협조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될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신부들의 마음속에서 자라나오는 군사목이라는 특수 소명에 대한 호소를 육성시키는데 교구라는 이기주의를 과감히 타파하고 초교구적으로 적재적소에 인력을 푸는 시가가 온 것이다. 주님은 그와 같은 희생에 대해 더 큰 보답(더많은 사목자들)을 주실것이다.
후원에게는 기대
군종신부단이 이미 자립을 선언했다. 그것은 결토 자만에서 나온 소치가 아니다. 전국주교들의 고민을 덜어드리고 교형자매들의 후원과 군종신부 자신의 성장으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에서 나온 결과이다. 군종후원회를 통해서 끊임없이 후원해주신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다시한번 여러분의 기도와 희생을 삼가 청하는 바이다.
군사목은 그 어는 사목분야보다 더 큰 보람과 결실을 안겨줄것으로 확신하며 겸손되어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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