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아침 여느날 보다 일찍기상한 순례단은 서둘러 아침식사를 끝내고 짐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16일부터 성체대회가 열릴、우리의 목적지「루르드」를 향해 떠나는것이다.
「루드르」까지는 1010km、우리 이수(里數)로는 2500리나 되는 머나먼 길-갈길은 멀기만 한데「빠리」에서의 바쁜 일정탓인지 몸은 벌써 지쳐오기 시작한다.
「빠리」시가를 빠지는 외곽도로는 때마침 혁명기념일을 맞아 휴가를 떠나는 차량들로 꽉 메워져있다. 더구나 시내 주요 간선도로는 휴가철을 이용、보수공사를 벌이고 있어 외곽도로가 너무 붐빈다고 안내원이 귀뜀해 준다.
우리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준 총보산、그래서 더욱 우리를 신앙적 열기로 들뜨게했던 곳、유행의 도시、문화의 도시「빠리」 이「빠리」를 상징하는 에펠탑이 이제 서서히 두로 멀어져가고 있다.
도착 첫날 「빠리」의 방전교회에서의 감격적인 첫미사、그리고 전교의 본부 뜰을 거닐던 老사제들의 주름깊은 얼굴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나도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게 했던 4박 5일간의 「빠리」에서의 일정이 흔들리는 버스속에서 하나 하나 떠오른다
몽마르뜨 언덕의 관광객들과 유랑화가들、그리고 단속 경찰관들에게 쫓기며 조잡한 기념품들을 팔던 혹은 노점상들、휘황찬란한 불빛을 강물에 쏟으며 세느강을 오르내리던 관광 유람선의 한가로운 모습、웅장하면서도 섬세한건 축미를 자랑하던 노뜨르담 대성당、마치 두부 모를 자른듯한 정원수의 태열속에 온갖 모습으로 우리의 눈길을 유혹하던 베르사이유의 조각들、세계문화유산의 보고투브르、프랑스 혁명당시 수많은 피를 뿌렸던 꽁꼬르드광장、그리고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개선문의 그 꺼지지 않는 영원한 불길-.
또한 유행의 되시답게 화려할것으로만 생각했던것과는 반대로 빠리쟝들의 그 검소한 차림새는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지 않았던가.
극도의 개인주의는 남의 권리를 존중하는 시민의식으로 승화됐고 기독교 정신의 생활화로 利己보다는 利他의 정신이 몸에베어 어디서나 질서와 조화를 잃지않던 시민들、그리고 때마침 혁명기념일을 맞아 폭죽을 터뜨리며 거리를 누비던 젊은이들에게서 느낄수 있었던 자유와 민주、그리고 진정한 애국심의 참 의미-모두가 낯선 우리에겐 값진 교훈이 아니었던가.
상념에 젖어있는 동안 순례단을 실은 3대의 버스는 어느듯 샬뜨르에 도착했다.
「빠리」를 출발한지 1시간20분만에 80km를 달려온 것이다.
인구 5만의 조용한 전원 도시 「샬뜨르」시가 한복판에 하늘높이 치솟은 2개의 종각을 자랑하며 샬뜨르대성당이 그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끝없이 뻗어있는 삼림을 북으로 끼고 남쪽으로는 지평선 끝까지 밀밭의 황금물결이 아물거리는 넓은 평원에 우뚝솟은 샬뜨르 대성당의 종각은 「샬뜨르」시가의 상징이기도 하다.
높이 103km의 남쪽 종각은 단순하면서도 날카롭게 뻗어 다분히 남성적인 느낌을 준다. 반면 벽면 조각이 눈부신 높이 112m의 북쪽 종각은 첫눈에 여성적인 인상을 풍겨주고 있다.
바로 이 종각 안에 있는 무게가 5톤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종에서 울리는 은은한 종소리는 넓은 샬뜨르 평야에 끝없이 메아리쳐 간다.
이는 마치 그리스도의 사랑의 목소리처럼 마을과 모든 이들의 마음을 따사로이 달래준다. 온갖 탐욕에 젖은 인간의 마음을 씻어주는 이종소리를 담은 샬뜨르의 종각을 일컬어 프랑스의 한작가는「신앙의 칼」이라 비유했고「오르레앙」태생의 프랑스 시인 빼귀는「영원불멸의 탑」이라고까지 예찬했다.
성당 정면쪽 3개의 정문은 화려한 석조 조각들로 눈부시고、가운에 문위의 둥근「장미의창」을 비롯、성당 창문을 수놓은 스테인드 글래스의 찬란한 광채는 모든 순례단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작은 유리조각들에서 흘러나오는 5색의 조화가 저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는가?
하느님을 찬미하고 그의 영광을 드높이려던 프랑스 국민들의 신앙의 깊이를 이 뛰어난 성당건축에서도 엿볼수 있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바이킹족의 침입과 화재、또는 벼락으로 몇차례나 파괴되고 소실되었으나 다시 이를 재건、오늘날까지 이토록 화려한 성전을 보놎해온것도 이곳신자들의 끈질긴 신앙적 집념 때문이 아닐까.
순례단은 넓은 성당을 지나 지하 동굴성당으로 내려갔다.
폭 10m에 길이가 70~80m 정도나 되는 동굴성당안은 한여름인데도 엄습해오는 냉기로 온몸을 오싹하게 한다.
까타꼼바를 연상케하는 지하성담 제단정면에는 기적의 목각 성모상이 안치되어 있다.
석회로 바른 벽면의 퇴색된 벽화는 이성당이 겪어온 오랜 풍상을 말해주고 있다.
지하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 순례단은 다시 목적지「루르드」를 향해 머나먼 순례의 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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