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 교회역사에 새로운 章이 열렸다. 1백50여년전 이땅에 하느님나라의 터전을 마련하고 독립교구를 이룩한 목자들과 선조들의 위업을 기리며 그 높은 뜻을 오늘에 되새기기 위한 천주교 조선교구설정 1백50주년 기념신앙대회가 10월 18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장엄하게 펼쳐졌다.
<관련기사 4ㆍ5ㆍ7면>
80만을 헤아리는 신앙의 인파가 여의도광장을 입추의 여지없이 메운 가운데 오전 10시의 피로써 이땅에 심어진 신앙의 씨앗이 하나의 거대한 나무로 성장했음을 그대로 입증하는 한편 이시대가 요구하는 미래교회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획기적인 전기를 이룩했다.
천주교 조선교구설정 1백50주년 기념사업 총재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 주한교황대사 루치아노 안젤로니 대주교 윤공희, 노기남 재주교와 최재선, 나길모, 황민성, 박토마, 장병화, 이갑수, 두봉, 김재덕, 정진석, 이문희, 경갑룡, 박정일 주교 및 이동호 아빠스, 오도 아빠스 등 교회 고위성직자들과 5백여 명의 사제단 그리고 80만 신앙인이 한자리에 모인 이날 신앙대회는 고난의 긴역사 속에서도 이땅이 겨례의 정신사에 뿌리를 내린 한국교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이세상에 드러난 하나의 중대한 사건이였다.
천주교 조선교구설정 1백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신앙대회는 오전 8시30분 가톨릭교회 전례의 핵인「미사」를 하나의 믿음 속에 봉헌하기 위해 신앙을 모으는 마사전에 절로 시작, 「기념미사」「미사후예절」등 모두 3부로 나뉘어 진행했다.
오전 10시 대회장 경갑룡 주교의 대회 선언으로 막이 오른 신앙대회는 전날밤 부터 줄기차게 내린 가을비가 행사당일 새벽까지 이어져 많은 우려를 자아내게 했으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18일 새벽 5시부터 1백50년 생일의 기쁨을 함께 나누려는 수많은 인파가 광장으로 몰려들면서 그 열기는 뜨겁게 타올랐다.
『교구설정 1백50주년을 맞는 긍지를 안고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조가 외기 위해 하느님의 도구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을 선언한다』는 경갑룡 주교의 대회선언문 낭독으로 이어진 이날 신앙대회 개회예절은 집행위원장 최석호 신부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축하메시지 낭독, 시인 김남조씨의 축시 낭송순으로 진행했다.
이날 신앙대회에서 80만 신자들은 모진고난과 박해를 이기고 오늘에 이어져 온 순교선열들의 고귀한 정신을 되살려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교회의 좌표를 설정하는 누룩의 역할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하면서 이땅에 하느님의 평화가 영원히 함께 하기를 마음과 마음을 모아 기원했다. 이번 신앙대회 기념미사 중 참회예절을 주도한 김수창 신부는 공동고백의 보속으로 『한사람이 한명 전교할 것』과『신앙대회후 쓰레기를 주울것』을 설정, 현실에 적절한 보속을 주었다는 평을 들었으며 방송인 신원균씨가 낭독한 한국의 첫사제이며 순교복자인「김대건 신부 옥중서간」은 80만 신자들의 마음을 보다 깊은신앙의 세계로 이끌었다.
3천여 명의 연합성가대의 우렁찬 대합창 소리가 여의도 하늘에 울려퍼지면서 서시히 분위기가 고조된 기념미사는 80만이라는 거대한 인파가 한자리에 모여 있음에도 불구. 조금도 동요됨이 없이 정돈된 자세와 질서를 유지하는 등 가톨릭 신자로서의 위엄과 긍지를 한껏 드높였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날 미사 중 강론을 통해 『교구설정 1백50년을 맞는 우리 교회는 겨레앞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등불을 밝히는 교회로서 세상의 빛과 땅의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사랑을 위해 평화를 취해 우리자신을 십자가에 바칠때 이겨레의 부활과 해방의 역사를 이어받아 약속된 땅으로 인도해 갈 수 있을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날 기념미사는 윤공희 대주교가 주례한 성세서원갱신식에 이어 신자들의 기도지방 특산물 봉헌順으로 진행됐으며 특히 우리의 복자들이 하루빨리 성인반열에 오르기를 염원하는 신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은 시성시복을 위한 기도를 봉헌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신앙대회에 앞서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시작된 주례단 입장행렬은 십자가ㆍ복음서ㆍ김대건 신부의 유해ㆍ태극기ㆍ교황기ㆍ교구기ㆍ본당기를 앞세운 사제단과 주교단의 행렬이 자그만치 4백m에 이르러 가톨릭 최대규모의 대행사임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그런데 이날 기념미사전례는 이기명 신부가, 사회는 김충수 신부가 각각 담당, 뛰어난 진행으로 가톨릭 사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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