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새벽 6시30분에 기상한 한국 순례단원들은 설레이는 가슴을 달래며 성모동굴로 향했다.
역사적인 제 42차 국제성체대회가 개막되는 이날 한국대회가 개막되는 이날 한국 순례단원들은 성모동굴 앞에서 미사를 봉헌키로 돼있었다.
이른 새벽인데도 성모동굴 알에는 벌써 이태리신자들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었다.
조용히 차례를 기다려 이태리 미사에 이어 한국어 미사가 시작됐다.
이역만리、그것도 성모께서 친히 발현하셨던 바로 그 장소에서 우리는 우리의 성가를 부르며 한국어 미사를 봉헌했다.
아직 어둠이 채가시지 않은 성모동굴에서 울리는 힘찬성가 소리가 피레네산맥 계곡을 타고 멀리멀리 메아리쳐 간다.
하나이며 공번된 가톨릭 교회에 인간의 언어는 필요가 없었다. 피부 빛깔마저 다른 외국 순례객들도 하나같이 한국어 미사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가.
가톨릭 신자로서의 고마움、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이때처럼 가슴 뿌듯이 느껴본 적이 없다.
벅찬 감격에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전날 까지만 해도 동굴암벽에 걸려있던 수많은 치유자(治癒者)들의 목발들이 신기롭게 보였으니 이제는 그것이 별다른 느낌을 주지 않는다. 우리 자신이 성모의 그 따스한 사랑의 품속에 안겨 있음을 뜨겁게 느끼고 있는데 그 기적의 표상들이 무슨 필요가 있으라!
성모의 사랑에 취한 순례단원들은 그 사람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들 성수(聖수)를 양껏 마셨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순례단원들에게 뺏지와 언어별 그룹표시、그리고 가방이 지급됐다.
5대양 6대주 전세계 신자들이 참석한 이번 성체대회에서는 주최국인 프랑스의 불어를 비롯 영어 독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태리어를 6개국어 사용 그룹으로 나눠 각각 색깔이 다른 6개의 표찰을 달도록 돼있었다. 한국은 영어 그룹에 속해 연두색 표찰을 달았다.
한국 대표단임을 나타내는 태극 표지와 대회마크、그리고 영어사용 그룹표찰을 왼쪽가슴에 주렁주렁단 한국 순례단원들의 모습은 마치 빛나는 훈장들을 가슴에 번쩍이는 역전의 용사를 방불케했다.
대회참석 기념 스카플라를 목에 두르고 기념 백들을 둘러매고 나서기 이제는 정말 국제성체대회 한국대표단의 일원이란 실감이 난다.
만에 하나라도 불상사를 걱정한 안내자는 여하한 일이 있어도 주요 소지품들을 넣은 가방을 벗지 말라고 몇번이고 당부한다.
성체대회를 맞아 각국의 일류 소매치기들이 멀리「루르드」에까지 원정、순례자들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거리에는 또 집시들이 떼를지어 다니며 순례자들의 주머니를 뒤진다고도 한다.
도움을 호소하는 귀절이 적힌 마분지 조각을 코앞에 들이대고 시선이 그쪽으로 쏠린틈을 이용、잽싸게 주머니를 뒤지는 이들의 고전적(?)인 수법이 한국순례단에겐 통할리가 없었다.
그러나 성지에 와서까지 사람을 경계해야 된다는 사실이 모두의 마음을 서글프게 했다.
순례단원들의 모든 준비가 끝나자 인솔 책임 주교의 일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문희 주교는 먼저 대회본부에 들러 한국신자들이 앞으로 일주일동안 사용할 성당을 교섭、성 요셉성당을 하루 2시간씩 사용토록 허락을 받았다. 이어서 각국 대표자 모임에도 참석、대회전반에 걸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취재기자도 프레스센타에 등록을 마치고 프레스카드를 받았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오후 4시 환영대회를 시작으로 국제 성체대회는 개막된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우리는 비행기에 시달리고 버스에 흔들리며 이곳까지 오지 않았던가.
조용히 눈을 감으니 이 성체대회 성공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 조국의 얼굴들이 스쳐간다. 몸은 수만리나 떨어져 있어도 기도속에서는 항상 같이 하고있는 면면들、그들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한국신자의 참 모습을 모여야 겠다는 뜨거운 다짐으로 한국순례단 숙소는 열기에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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