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 출애굽기 이외에 빠스카의 신비를 엿보이는 구약성경은 바로 노아의 대홍수 이야기이다.
흔히 노아의 홍수이야기는 하느님이 세상을 멸망시키는 이야기로 생각해 왔으나 그 내용은 실상 멸망시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하여 구원하는데 있는 것이다. 하느님은 세상에 의인(義人)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을 아끼시고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다. 하느님 야훼께서는 외인 노아와 전세계적인 계약을 맺으셨다. 하느님께서는 홍수로 묵은 세상을 휩쓸어버려 깨끗하게 하고 당신의 은총으로 보존된 노아의 가족과 짐승들로서 새로운 세상을 만드신 것이다.
야훼께서는 노아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이제 나는 너희와 너희 후손과 계약을 세운다. 배밖으로 나와 나와 함께 있는 새와 집짐승과 들짐승과 그 밖의 땅에 있는 모든 짐승과도 나는 계약을 세운다. 나는 너희와 계약을 세워 다시는 홍수로 모든 동물을 없애버리지 않을 것이요 다시는 홍수로 땅을 멸하지 않으리라. 너 뿐아니라 너와 함께 지내며 숨쉬는 모든 짐승과 나 사이에 대대로 세우는 계약의 표는 이것이다. 내가 구름사이에 무지개를 둘 터이니 이것이 나와 땅사이에 세워진 게약의 표가 될것이다』(창세기9ㆍ9~13)
하느님이 세우신 계약은 인간 뿐아니라 온 우주와 맺은 세계 구원의 보증 계약인 것이다. 계약의 표인 하늘의 무지개는 평화와 희망의 상징으로서 하느님은 세상을 새롭게 함으로써 이세상과 끝없는 평화를 이루고 영원한 구원을 허락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구원의 희망은 바로 그리스도의 부활로써 성취되기 시작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세계가 결코 멸망치 않고 새롭게 되어 영존하며 인간과 모든 피조물이 그리스도께서 누리는 불멸의 영광에 참여한다는 보증인 것이다.
그러므로 성세성사로써 그리스도의 부활생명을 지닌 크리스찬은 이미 자신안에 구원이 이루어져있으며 또 이 희망의 무지개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크리스찬은 아직 희망없이 사는 세상 사람들에게 이 희망을 보여주고 천국과 영생을 증거하는 증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다음 성체성사 즉 빠스카의 신비를 상징하는 성서구절은 요수아기 3장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의 요르단강 도하 이야기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40년간의 광야생활을 마치고 이제 바야흐로 약속된 땅으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 요르단강을 건너야했다. 이때 강은 마치 저 옛날 홍해가 갈라지듯 다시 갈라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위에서 내려오는 물이 우뚝 멈추게 벽같이 서있고 소금바다(사해)로 흘러가던 물은 뚝 끊어져 백성들은 발을 적시지 않고 무사히 강을 건넜던 것이다.
이것은 결약의 궤를 멘 사제들이 요르단강에 들어설 때 생긴 일이었다.
여기서 요르단강 도하는 하느님의 인도와 보호를 엿보이며 역시 광야에서 새로운 땅으로 들어가는 빠스카의 신비 즉 구원의 신비를 드러내는 것이다. (요르단강에서 몸을 씻은 나아만의 문둥병 치유 기사-열왕하 5장참조-도 세례의 물로 새 사람이 되는 구원의 신비를 실감나게 드러냄)빠스카의 주인이신 그리스도는 바로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셨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시고 묻히심으로써 어두움의 세계、고통의 바다를 건너고 마침내 부활날 이른 새벽에 불멸의 새 생명을 입고 다시 살아났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크리스찬은 성체의 물속에서 죽음을 건너고 새 생명을 입은 후 마침내 부활의 세계로 들어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사람이 되는 재생、곧 새로운 창조 이다. 우리는 누구나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날 때 비로소 구원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빠스카의 신비를 상징한 이야기가 구약에 많이 나오고 있다. 한예로 열왕기하 2장에 나오는 예언자 엘리야의 승천기사이다.
엘리야는 하느님의 예언자로서 일생을 거룩하게 마칠때가 되자 자신의 예언직을 제자인 엘리사에게 맡기고 둘이 함께 광야로 나갔다. 그들이 광야로 들어가고 있는데 하늘에서 불수레가 내려오더니 그들 둘을 따로 떼어놓았다.
이때 별안간 엘리야는 회오리바람을 타고 하늘높이 올라가고 그의 외투만 모래 땅위에 떨어져 있었다.
이것은 무엇을 상징하는것일까?
이것은 우리가 성세성사를 받을 때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강한 성신 즉 하느님의 영을 입고 하늘높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도행진 2장에도 보면 성신 강림날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2ㆍ2)사도들 가운데 불혀 같은 성신이 내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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