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한 험한 길을 자동차로 달리다가 잘 포장된 길로 들어섰을 때의 기분이란 목에 걸린 가시가 빠졌을 때의 시원함 같다고나 할까. 옹졸한 자기중심의 생각、자기안에 주저앉은 이기주의적 상태에서 벗어나 관대하고 이해할 줄 아는 여유있는 만남을 경험했을 때의 심정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하루에도 수 없이 자기안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는 답답함을 느낀다고 본다. 변덕스런 삶의 리듬이 숨막히는 나날을 되풀이하게 한다면 그건 무엇보다 진실하지 못한 위선적 만남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기에 회개란 위선적 자아에서 벗어날 때 시작되는 것이라 본다 『너희는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마르꼬 1장 3절)『모든 골짜기를 메우고、산과 언덕을 깎아 내려라. 절벽은 평지를 만들고、비탈진 산골길은 넓혀라』(이사야 40장 4절) 아무리 얘기해도 알아듣지 못할 때의 답답함을 맛보았는가? 얘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깊은 구렁과 태산 같은 가로막힘 앞에 말문이 닫혀버린 경험이 있는가? 골짜기와 산과 언덕、절벽과 비탈길、그것은 회개를 필요로하는 자아의 모습들이 아니겠는가.
자아도취의 정도가 심할수록 그 높이와 깊이와 경사가 심할 것이다. 유식한 사람들의 독선과 무지한 사람들의 겸손은 아주 대조적이다. 반대로 무지한 사람들의 아집과 지혜로운 사람들의 온유항은 또 어떠한 대조를 보이는가.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라. 그러면 죄를 용서 받을 것이다』(마르꼬 1장 4절)세례는 한번 받은것으로 족하지만 회개는 죽을때까지 되풀이해야 할 작업이다. 『크리스찬 생활이란 끊임없는 회개의 연속』이라고 어떤이는 말했다. 회개라는 말이 현대인에게는 이방인의 언어처럼 들리거나 메아리 없는 빈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외로운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세자요한의 선구자적 역할이었다면 굳어지고 메말라가는 우리들 마음에도 회개에로의 요청인 이「소리」를 끊임없이 불어놓어야겠다. 이「외로운 소리」는 세자 요한의 시대 못지않게 우리시대에도 요청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광야의 소리」에 저항감을 느끼는 듯하다. 인생의 패배자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당연시 되는 이 「외로운 소리」는 너무나 비대하고 응결된 비 그리스도교적 사회관습과 속고 속이는 비정상적 대중 윤리와의 마찰과 갈등에서 오는 것이라 본다.
회개하면 굶어 죽는다는 논리가 구체적 사회생활、직장생활에서 공식화 되어간다면 굶어 죽지않고 또 거센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회개는 보류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합리화 되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그러기에 회개는 사회질서를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개조하여 정의롭고 진실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동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세속에 살며 세상의 질서를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바로 잡아야 할 평신도의 소명이 중대되고 어느때 보다 더욱 공동체적 소명의식이 투철해야 할 때이다. 「나」에 죽고「그리스도」안에 다시 태어나는 회개는 그래서 더욱 절실할 뿐이다.
진리를 따라 외롭게 산다는 것은 고독하고 힘든 길이다. 그러기에 외로운 사람들의 깊은 유대관계는 더욱 필요하다. 의롭게 삶으로써 얻게되는 평화는 정녕 세상의 것이 아니다. 의로운 삶은 어려워도 감미롭고、고독해도 평화와 기쁨이 가득하다. 깊은 회개로써 얻게되는 의로움과 평화는 성령의 큰 선물이기 때문이다. 『자비와 충성이 마주 서로 만나고、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리라. 정의가 당신 앞을 걸어나가면 구원은 그 걸음을 따라 가리라』
(대림2주(B)층계송)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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