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3시반 한국대표단은 숙소를 떠나 환영대회장으로 향했다.
태극기를 앞세운 한국 순례단이 성가소리도 힘차게「루르드」시가를 지날 때 연도의 시민들과 성체대회 각국 참가자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환호를 보냈다.
특히 한국 여자 신자들의 우아한 한복차림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한복의 매력에 끌린 사진기자들로 한국 순례단 행렬은 중도에 몇 번이고 걸음을 멈추어야만 했다.
바실리까를 지나 성모동굴 앞 가브강변에 이르렀을 때 이미 넓은 관장은 환영대회 참가자들의 행렬로 꽉차있었다. 가브강을 가로지르는 2개의 다리를 향해 거대한 인파가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10만을 헤아리는 인파의 대이동인데도 조금도 혼란이 없다. 차분한 질서 속에 조용히 차례를 기다려 좁은 다리를 건너 대회장으로 나아가고있다.
붐비는 인파 속에서도 사진 기자들의 성화는 여전했다. 그 비좁은 인파를 뚫고 한국신자들의 한복차림을 사진으로 담기에 여념이 없다.
성모동굴 건너편 광활한 초원에 마련된 환영대회장에는 이미 수만 인파가 자리잡고 있었다.
강변에 높이세워진 야외제단에 깔린 주홍색 카아핏이 푸른 잔디와 조화를 이루며 7월의 태양아래 빛나고 있다.
제단 좌우에 세워진 높이가 15m는 됨직한 거대한 확성기를 타고 성가대의 우렁찬 성가가 구름 한점 없는 창공에 메아리친다.
여기서도 한국 신자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영어그룹 대표자 자리에 입장한 한국 대표단을 에워싼 각국 신자들은 한복의 아름다움에 원더풀을 연발하며 다투어 한국신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이날 한국대표 옆자리에 입장한 유고슬라비아 신자들의 민속의상과 한복의 아름다움은 판영대회장 분위기를 완전히 사로 잡았다.
특히 유고신자들과 곧 친숙해진 한국대표들은 돌아가며 기념사진들을 찍는 등 형제적 사랑을 나누었다.
공산치하에서도 멀리 「루르드」에까지 성체대회에 참석할 수 있는 유고신자들을 대했을때 문득 북한의 침묵의 교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되살아났다.
하느님을 믿고 따를 자유마저 잃고 암흑 속을 헤매고 있을 북한 형제들을 생각하며 분단조국의 아픔을 되씹고 있을때 갑자기 10만인파의 환성이 터져 나온다.
십자가를 앞세운 사제단 입장이 시작된 것이다.
거대한 마이크를 통해 울려퍼지는 알렐루야 송가에 맞춰 흰색과 노랑빛의 스카프가 물결친다. 10만 인파의 열광하는 모습은 나라와 인종을 초월, 하느님 안에 하나인 가톨릭 교회를 실증하는 하나의 장관, 바로 그것이었다.
터져나오는 환호, 성가대의 우렁찬 성가속에 서서히 입장하는 각국 사제단 속에는 한국 사제단의 모습도 보였다. 곧이어 각국 주교와 함께 한국 대표단 단장 이문희 주교도 입장했다.
각국 사제단에 뒤이어 교황대리 깐틴 추기경이 서서히 입장했다.
주위 신자들을 강복하며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깐틴 추기경의손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목장(牧杖)이 쥐어져있었다. 피격사건으로 병석에 누워있는 교황이 자신의 십자가를 그 대리인에게 주어 이 대회에 참석토록 한 것이다.
깐틴 추기경이 입장하자 10만인파의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전세계 보도진들의 취재경쟁 또한 치열했다. 그러나 일반 보도진의 단상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고 사전 허락을 받은 프랑스 기자들에게만 단상 접근이 허용됐다.
이윽고 깐틴 추기경의 우렁찬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울려나온다. 108개 국에서 참석한 10만 신자들에게 깐틴경은『지금 내가 갖고 참석한 이 목장은 교황님께서 직접 주신 교황님의 것』임을 알리고『교황님께서는 피격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중에서도 성체대회의 성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전하면서『교황님이 간절한 염원대로 이대회를 계기로 모두가 성체성사의 깊은 의미를 깨닫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새로운 세계건설을 위해 떼어 나누어진 빵 예수그리스도」-제 42차 만국성체대회 주제가 함축하고 있는 나눔의 참 의미 그리고 희생의 참 의미를 깊이 묵상, 이를 실천하려는 소리없는 다짐으로 환영대회장은 뜨거운 열기가 넘친다.
때마침 제단옆 국기 게양대의 교황기가 불어오는 훈풍에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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