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 우리 크리스찬은, 몸은 비록 이세상에 살고 있으나 마음과 정신과 영혼은 하늘나라에서 사는 것이다. 한마디로 크리스찬의 생활은 신령한 생활이다.
세상 사람들의 육안으로는 크리스찬이 보통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이지만 실상 그 영혼은 하느님의 靈인 성신으로 새롭고 아름답게 꾸며져있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새생명으로 빛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영과 육이 아울러 천국에서 직접 하느님을 뵙고 영생을 누릴 날을 기다리면서 이세상을 끈기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우리 크리스찬이 누리는 영적생활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낙심하지 않읍니다. 우리의 외적인간(육체)은 낡아지지만 내적 인간(영혼)은 나날이 새로와지고 있읍니다.
우리가 지금 일시적으로 겪고 있는 고난은 극히 가벼운 것이며 한량없이 크고 영원한 영광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입니다.
우리는 보이는것을 바라보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봅니다. 보이는것은 일시적이지만 보이지 않는것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꼬린토Ⅱ4ㆍ16~18)
이와 같이 우리 크리스찬은 이미 성세를 통하여 어두움의 세계에서 빛의 세계로 옮겨왔으며 또 잠시후 이 고통과 시련의 세상을 떠나 영원한 기쁨과 축복의 나라즉 우리 아버지의 나라로 들어갈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금 저생명의 세계를 향해 현세를 거쳐가고 있는 중이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넘으로써 노예생활에서 자유민이 되고 또 광야생활을 거쳐 약속의 땅으로 들어간것처럼 빠스카의 주인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거쳐 부활함으로써 죄악에서 은총으로, 어두움에서 빛으로, 고통에서 영광으로 들어가셨던 것이다. 그분은 우리를 앞장서 가졌고 우리는 그분을 뒤따라 현세에서 성부께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크리스찬이 성세성사를 통해 누리는 해방과 자유는 아직 불완전한것이고 따라서 우리가 영생의 희망 때문에 누리는 기쁨도 아직은 불완전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홍해를 건넜을뿐 아직도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멀고도 험한 광야의 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길은 위험한 장애물이 많고 고통이 허다한 좁고 험한 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실망하고 좌절하며 흔히 한숨쉬고 눈물도 흘리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십자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넘어지며 하느님을 원망도 하고 그리스도를 불신하며 순례의 길을 포기하려 할때도 있을 것이다.
저「이스라엘」백성이「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시절을 오히려 그리워 했듯이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도 흔히 현세의 쾌락이나 욕망 때문에 하느님을 버리고 세상의 것으로 되돌아 가고 싶은 충동과 유혹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지닌 신앙은 확고부동한 것이 못되고 우리의 희망도 때로는 실망으로 변하고 하느님에 대한 사랑도 별안간 냉냉히 식어버리는 수가 있다.
이 광야의 생활에는 안전한 것도 확실한것도 불변하는 것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직 이세상에 살 동안에는 의혹과 불안속에 살아가게 되는것 이다.
우리는 바오로사도의 말씀처럼 『일어섰다고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해야하고 두려워 떨며 우리의 구원을위해 애써야 한다.』
우리는 이미 하늘나라의 시민이 되었으면서도 세상 사람처럼 살려하고 새세계인 저 천상 예루살렘을 바라보면서도 어두움과 죄악의 묵은 세상에 애착하려는 유혹을 끊임없이 받고있다.
우리는 과연 저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약하고 넘어지기 쉬워 자신의 힘을 조금도 믿지 못한다.
우리는 실상 그리스도의 은총안에 살면서도 죄의 힘이 우리 육신안에서 너무나 강력하게 활동하고 있는것을 흔히 체험한다.
우리는 이미 하느님의 생명으로「의로운 자」「거룩한 자」가되었으면서도 언제나 하느님앞에 죄인으로 서 있다.
우리는 바로 구원의 도상에 있는만큼 완전한 구원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참된 자유와 안식을 얻을수가 없다. 우리는 지금 영생에 대한 약속을받아 기쁨과 희망중에 살지만 또한 여러가지 욕정의 굴레와 고통의 멍에, 유혹과 죄악의 힘에 억눌려있다.
우리는 앞을 보고 나아가지만 죽음과 죄악의 세력이 그림자처럼 상시로 우리를 뒤따르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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