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오로는 이와 같은 인간의 실존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나는 육적인 존재로서 죄의 종으로 팔린 몸입니다. 내가 하는 일을 나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내가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것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 하는것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내속에, 곧 내육체 속에는 선한것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는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나는 선을 행하려는 의지는 갖고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지는 못합니다. 나는 내가 해야하겠다고 생각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악을 행하고 있읍니다…이런 경험에서 나는 한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곧 내가 선을 행하려 할 때에는 언제나 바로 곁에 악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나는 내 마음속으로는 하느님의 법을 반기지만 내 몸속에는 내 마음의 법과 대결하여 싸우고 있는 다른 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법은 나를 사로잡아 내 몸속에 있는 죄의 법의 종이 되게 합니다.』(로마7ㆍ14~23)
이와 같이 크리스찬은 선과 악, 빛과 어두움ㆍ양심의법과 육욕의 법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크리스찬은 성신의 은총 속에서 하느님의 법을 따라 살아야 하는데도 자신 안에 뿌리박힌 욕정 때문에 죄와 타락의 길로 떨어지려는 유혹 속에 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육체의 정욕대로 사는 이와 성신의 인도대로 사는 이가 어떻게 서로 다른가를 살펴보자.『육체를 따라 사는 사람들은 육체적인 것에 마음을 쓰고 성령을 따라 사는 사람들은 성령께서 요구 하시는 것에 마음을 씁니다.
육체적인 것에 마음을 쓰면 죽음이 오고 성령께서 요구 하시는 것에 마음을 쓰면 생명과 평화가 옵니다.
육체적인 것에 마음을 쓰는 사람은 하느님의 율법에 복종하지도 않고 또 복종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하느님의 원수가 되고 맙니다.…그러나 하느님의 성령께서 여러분 속에 계시면 여러분은 육체를 따라 사는 사람이 아니라 성령을 따라 사는 사람입니다』(로마8ㆍ5~9)
그리고 바오로사도는 갈라디아서에서 육체의 욕망대로 사는 죄악의 생활과 성령의 인도대로 사는 참된 크리스찬의 생활을 다음과 같이 비교하고 있다. 『내말을 잘 들으십시오. 성령께서 지도 하시는 대로 살아가시오. 그리고 육체적인 욕정을 채우려하지 마십시오. 육체의 욕망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께서 원하시는 것은 육정을 거스릅니다.
육정이 빚어내는 것은 명백합니다. 곧 음행ㆍ더러운 것 방탕ㆍ우상숭배ㆍ마술ㆍ원수가 되는 것ㆍ싸움ㆍ시기ㆍ분노ㆍ이기심ㆍ분열ㆍ당파심ㆍ질투ㆍ술주정ㆍ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것, 그밖에 그와 비슷한 것들 입니다. 내가 전에도 여러분에게 경고한바 있지만 지금 또다시 경고합니다. 이런 짓을 일삼는 자들은 결코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성령께서 맺어주시는 열매는 사랑과 기쁨ㆍ평화와 인내ㆍ친절과선ㆍ진실과 온유 그리고 절제입니다… 예수그리스도에게 속한 사람들은 육체를 그 정욕과 욕망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입니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으니 우리는 성령의 지도를 따라서 살아가야 합니다.』(갈라디아5ㆍ16~25)
이와 같이 우리 크리스찬의 현세생활은 성신의 인도아래 그리스도를 뒤따라 영원한 아버지인 성부께로 나아가는 빠스카의 생활이다.
성신은 하느님의 능력이고 그리스도의 영인만큼 우리가 성신의 은총아래 살 때에 죄악으로 이끌어가는 모든 욕정을 이기고 오직 그리스도중심으로 하느님만을 향해 살아갈 수 있다.
이때 우리는 빛과 은총의 생활ㆍ기쁨과 평화가 위로의 생활ㆍ죄악과 유혹을 이기는 승리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성세성사의 물을 건너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세상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는 오직 빛과 영광ㆍ영원한 자유와 기쁨ㆍ안식과 생명의 나라를 향해 순례의 길을 걷고 있는「하늘나라의 백성」이다.
그러므로 오직 그리스도만을 바라보고 성신의 인도만을 의지하며 줄기차게 우리의 목적지로 나아가야한다. 얼마 후에 우리의 모든 수고는 불멸의 생명으로 풍부히 갚음을 받을 것이다.
(베드로1장3~9절, 에페소 4장17~24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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