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조상의 얼을
오늘에 되살린 동방의 작은 나라에
다시 새해가 왔읍니다.
세월도 갔읍니다.
사람도 갔읍니다.
그 옛날
피흘려 순교한
어르신네들의 모습이 강물되어 일렁입니다.
주님,
당신을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고통의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의 언덕을 오르실때
목마르다
목마르다
목마르다 라고 말씀 하셨건만
저희들은 그 흔한 물커녕
쓰다 쓴 초와 쓸개만을
드릴 뿐 이었읍니다.
그러나 주님,
이 새해엔
어두운 침묵을 깨고
한 줄기
진정한 빛을 흐르게 하소서
차겁던 가슴일랑
망각에 놓아났던 탈일랑
모두 흙으로 덮게 하소서
지금
수많은 영혼들이
어둠으로 깃들어 있읍니다.
땅도 어둠으로 뒤덮혀
지축마저 흔들립니다.
통곡과 갈등속에서 허덕이고 있읍니다.
이웃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자꾸 많아 지고 있읍니다.
주님,
새 해엔
허리를 펴게 하소서
끝내는
자라목의 생리를 닮아야 하는
쓰디 쓰고 기막힌
고통의 나날들 앞에
해와 달과
산과 바다의 합창을
꽃과 나무와
나비와 별들의 합창을,
눈부신 하늘과 탁 트인 땅의 소리를
속속들이 지닐 수 있는
넋을 얻게도 하소서
주님,
구르는 수레바퀴에 꺼꾸러져도
부끄럼 없이 당신을 보게 하소서
보다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보다더 고통스러운 사람을 위하여
보다더 신체가 어려운 사람을 위하여
만세를 부르게 하소서.
상일절이 아니어도
광복절이 아니어도
우리들의 만세를 부르게 하소서.
팽팽한
젊은 가슴속에 익어가는
십자가의 가치를
시련의 참 무게를
팔월의 태양처럼
이글 거리게 하소서.
주님,
실로, 우리는 지금,
가슴을 열고 살아야 할 때입니다.
얼어 붙은
가슴을 열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 것을 찾고 있읍니다.
우리는 지금
그 것을 만들고 있읍니다.
그래서 우린
언제나 당신앞에선
끝없는 죄인 일 뿐입니다.
주님,
여의도 광장 하늘에 나타난
당신의 마음과도 같이 살게 하소서
당신의 아들
예수그리스도와 함께 죽은 우리니
당신과 함께 살게 하소서
겨울을 살다간
이름 모른 풀 한 포기까지도,
어제,
말없이 죽어간
이웃집의 비둘기 까지도
함께 살게 하소서.
주님,
조상의 얼을
오늘에 되살린 동방의 작은 나라에
다시 새해가 왔읍니다.
세월도 갔읍니다.
사라도 갔읍니다.
새해엔
허리를 펴게 하소서
가슴을 열게 하소서
만세를 부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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