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언
한국주교단은 금년도의 사목지침을 「본당공동체 의해」로 정했다. 본당은 교회공동체의 세포적인 공동체이다. 교회가 가시적으로 밖에 드러나는 것도 본당이다. 교회가 쇄신되고 현대인간들의 갈망에 호응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도 본당이 쇄신되고 활성화되어야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주교단이 금년을 「본당공동체의해」로 정한 것은 당연한 일이며 한국교회 2백주년을 내다보는 오늘의 싯점에서 볼 때 더욱 의미 있고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를 창설하셨고 교회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변천해나갈 것이다. 교회는 결코 어느 한공간과 시간에 고정되지 않고 시대의 요구에 따라서 변천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가 세운 교회의 본질에는 변화가 있을 수도 없고 다만 교회의 표현이나 강조점이나 사목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교회의 역사는 이것을 증명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 제2차 바티깐 공의회(1962~5)는 교회쇄신을 위한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 공의회에서 교회의 본질을 재천명하였고 현대교회의 사목방향을 정립하였다.
교회가 만민의 구원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기에 지역에 따라 교회의 모습이 적응되어야하며 토착화되어야한다.
2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교회의 예외는 아니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를 계기로 한국교회도 많은 발전을 가져왔고, 사목의 여러분야에서 쇄신의 박차를 가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쇄신되어야 할 분야가 많다고 본다. 그중에서도 본당공동체의 쇄신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본당공동체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하에 아래와 같은 소주제를 연재하기로 한다. ①교회란 무엇인가? ②교회상의 역사적 변천 ③새 교회상 ④크리스찬 기초공동체(BCC) ⑤이상적 본당공동체 ⑥결론·새본당이 한국에도 가능한가?
①교회는 무엇인가?
제2차 바티깐 공의화는 교회를 주제로한 공의회였다. 공의회는 교회를 신비라고 선언하였다. 『교회는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와 전인류의 일치를 표시하고 이루어주는 표지이요 도구인 것이다』(교회헌장1) 교회는 일치 또는 사귐의 신비로서의 공동체이며, 이 신비가 외적으로 드러나기 위해서 교회는 표지이고 도구인 것이다. 첫째로 교회는 하느님과 인간과의 사귐의 신비이다. 둘째로 교회는 하느님 안에서 인간들 상호간의 사귐의 신비이다. 세째로 교회는 전창조물의 통합의 신비이다.
가, 교회는 하느님과 인간과의 사귐의 신비이다.
하느님은 당신 예지로 우주를 창조하시고, 인간들을 당신 생명에 참여하도록 들어높이시기로 결정하셨다. 즉 하느님은 인간과 사귐으로써 하나가되고자 계획하셨다. 성부는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을 교회에 불러 들이기로 결정하셨다. 우리의 신앙은 하느님의 예지를 자유롭게 수락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우리는 신앙으로 하느님과 사귀며 일치된다. 따라서 교회는 신앙인들의 공동체이며 하느님의 사랑을 수락하는 신앙의 공동체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권능으로 우리에게 계시하신다.
우리의 희망은 이 같은 하느님의 권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하는 것을 뜻한다. 교회는 희망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희망공동체이다. 현세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확장시킬 뿐 아니라 신앙인들은 이미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하느님은 사랑으로 우리에게 계시하신다.
구약과 신약의 하느님은 사랑자체로서 계시되며, 하느님 계획의 실현을 위한 원동력은 바로 이 사랑인 것이다. 크리스찬은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에 자유롭게 응답한다. 교회는 사랑의 공동체인 것이다.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는 세상에 파견되었기에 선고하는 공동체이기도하다. 신앙과 희망과 사랑으로 자유롭게 하느님께 응답하면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교회가 형성된다.
그러나 신앙과 희망과 사랑을 가지고 생활하는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과 사귀는 것이다. 그러기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로운 몸이기도 하다.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이시며 모든 크리스찬은 이 몸의 지체들이다. 교회의 인간적차원 이상의 것이다. 하느님을 부정하고 배척하면서 인간중심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교회라고 볼수 없다. 교회는 인간들이 하느님을 특별한 방법으로 사귀는 사람들의 공동체인 것이다. 즉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성사를 통하여 하느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성 세성사와 성체성사를 통하여 우리는 하느님과 일치되어 있다.
나, 교회는 하느님 안에서 인간상호간의 사귐의 신비이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고 사회적 존재로 창조되었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가 없이 생존할 수도 없고 그 자질을 발휘할 수도 없다.(사목헌장 12참조) 그런데 인간 상호간의 사귐에는 사랑이 필수 조건인 것이다. 인간들이 하느님을 믿고 섬기면서 서로 사랑을 나눌 때 비로소 교회가 형성된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사랑의공동체인 것이다. 예수께서는 12사도들을 선발하시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셨고, 하느님나라를 전파하도록 그들을 세상에 파견하셨던 것이다.
성령을 받은 사도들은 어디서나 복음을 선포하였고 인간들은 성령의 활동으로 그 복음을 수락함으로써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가 형성되었다.
우리는 그리스도에 의해 새로 태어남으로써 서로가 새로운 형제성으로 맺어졌고 서로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인 것이다. 이 공동체는 현실적으로 모든 인간을 다 포함하지는 못하지만 전 인류를 위하여 일치와 희망과 구원의 강력한 싹이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생명과 사랑과 진리의 일치를 위하여 선정한 이공동체를 또한 모든 인류의구원을 위한 성사로 삼으시고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도록 온세상에 파견하셨다. 그리고 이 공동체는 하느님에 의해 선택된 백성이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랑의공동체이다.
새로운 관계를 맺고 사랑의 사귐으로 생활하는 이 공동체의 특성은 어떤 것인가? 첫째로 평등성을 들 수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태어난 지체들은 품위도 같고 같은 하느님의 자녀들이며 모두가 완덕에로 불리움을 받았다. 다만 교회에는 직책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둘째로 다양성과 보충성을 들 수 있다. 이공동체는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기묘한 다양성을 지니고 발전되어간다.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를 이루면서 각 지체는 상호 보충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하여 하느님의 백성은 모두가 교회에 참여하게 된다. 세째로 보편성을 들 수 있다.
모든 인간은 이공동체를 이루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교회는 유일한 공동체로서 모든 세대를 통하여 세계 모든 민족에게 확장될 것이다 이 같은 목적으로 주님은 당신의 성령을 모든 인간에게 파견하심으로써 교회를 일치의 원천이 되게 하셨다. 교회의 보편적 일치는 가톨릭신자이건 다른 그리스도 신자이건 달리 하느님의 은총으로 구원되도록 불린 사람이건 간에 모든 인간이 이일치에로 초대를 받는다.(교회헌장13참조)
다, 교회는 전창조물의 통합의 신비이다. 인류 원조의 죄로 말미암아 모든 창조물은 분열되었다. 즉 하느님과 인간사이, 인간과 인간사이, 그리고 육과영이 분열되었다. 이와 같은 분열은 그리스도에 의해서 화해되어 일치되었다.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전창조물은 통합하게 되었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연장이기에 교회는 종말에 가서 모든 창조물을 통합하게 된다. 모든 창조물은 종말에 가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성화될 것이다. 교회는 세말에 완성될 것이며, 하느님은 새로운 땅을 마련할 것이다. 그 나라는 정의와 평화와 사랑과 일치의 나라로서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그러기에 교회는 완세론적인 신비를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교회는 하느님의 계획을 실천하는 신비로서 신앙과 희망과 사람으로 하느님과 사귀는 공동체이다.
또한 인간서로가 사랑으로 사귀는 사랑의 공동체이다. 한마디로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신앙과 희망과 사랑의 공동체이다.
이공동체는 종말에 가서 모든 창조물을 통합하여 사랑의 완성인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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