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부터 우리는 몇가지 큼지막한 변화의 소식을 들었다. 모두들 무언가 그 큰 소식들이 당장 우리를 새로운 어떤 존재로 변화시킬 듯이 요란을 떨었다. 우리가 매일 듣는 뉴스나 선전 등은 항상 우리의 생각을 표면으로 부상시킨다. 그래서 얕은 지식으로 흥분하게 되고 선전에 휩쓸리게되어 소위 매스콤의 노예가 된다. 그래서 실제 『사회기구의 기초 속에서 또는 대중의 안타까운 심정 속에서 또는 역사적 변화에 민감한 이들의 고민하는 의식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소리를 듣지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폴ㆍ릴리히) 표면의 소리로 인하여 보다 깊은 곳에서,영혼의 심연으로부터 사회적 심연으로부터 오는 부르짖음 그 소리에 귀머거리가 되게 한다. 상처난 자기의 영혼에 대해 그러하듯이 상처난 사회조직의 희생자들의 부르짖음에 대해서마저, 일상생활의 소음과 크고 작은 소식들로인해 귀머거리가 되고만다.
우리가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표면을 통해 첫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 첫인상을 중요시한다. 좀처럼 지워지지않는 이 첫 인상이, 그의 참 존재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크나큰 장애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오늘날 심층 심리학이나 심층사회학 등이 크게 부각되는 것도 바로 존재와 역사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자기나 사회의 표면에서는 전연 알아볼 수 없는 일들이 저 깊은 심층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표면적인 무엇에 쫓기고 갇혀있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가령 일, 휴식, 오락, 소식 등 일상 생활의 반복이나, 나아가서는 기도,자선,규칙 등 좋은 것들을 통해서까지 자주 우연적이고 표면적인 것들에 어물러,매이고 쫓기고 갇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깊은 곳, 심연에 계시는 그분,또는 존재의심 연 자체이신 그분을 만나지도 못하고 또 그분의 소리를 듣지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진리는 진리로되 죽은 진리들이 많다. 그것은 수많은
「말의 장난」 「언어의 유회 속에서 더욱 그러하다. 위대한 천재들이 심각한 고뇌속에서 크나큰 수고를 통해 발견한 진리들이, 일상의 변론이나 말의 유회 속에서 난무할때는, 하나의 천박한 표면적인 것이 되어 버리고 그 깊이를 상실해 버린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수없이 들어오고 말해왔던 그 말이 흔연히 내 머리에 와서 「쾅」하고 부딪칠때 비로소 나는 그말의 깊이를, 그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주님의 부르심은 매우 깊은, 내적이고도 개별적인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것은 결코 표면에서 찾을수도 이루어 질수도 없다. 그래서 그 표면의 아래 깊은데로 돌어가야 한다. 깊은곳에서 부르시는 소리를 듣기 위해 우리는「깊은 곳」에 살아야한다. 그것은 깊이있는 기도의 필요성을 잘 말해 준다.
그 심연에서 항상 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심연을 끊임없이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바라본다는 것은 부르심을 기다리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사부엘이 왜 세번씩이나 야훼의 부르심을 깨닫지 못했는지? (오늘 미사 1독서)
묵고 계신 곳을 알고 싶어한 요한과 안드레아에게 왜 『와서 보라』고 하셨는지?(오늘 미사 복음)생각해보자.
주님과의 깊은 내적 상봉은 부르심에 대한 응답의 결과요,
그분의 신비에의 참여이며, 그것은 성령의 힘으로 이루어 진다. 그것은 표면적이거나 겉만도는 세상의 어떤 것과는 같지않다. 그것은 영적(靈的)이며 깊은 곳에서 『주여 보소서. 당신 뜻을 따르려 이 몸이 대령했나이다』 (오늘 미사 총계송ㆍ 시편 후렴) 『야훼여 말씀하십시요. 종이 듣고 있읍니다』 (사무 상 3장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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