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찮게 들려오는 종말예언, 그것은 터무니없는 상상이나 성서의 자유해석이 빚은 결과이긴 하겠지만 멋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자들에게는 때때로 경종을 울리는 자극제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와는 달리 세상을 예언자적 눈으로 바라보고 시대의 요청을 민감하게 깨닫는 사람들은 도래할 미래의 세대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 것인가를 예고하고 시대적 소명의식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예수께서『때가 다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마르 1ㆍ15) 고 했을 때 그것은 종말의 의미가 아니라 구약시대에 줄곧 약속되어온 그때, 곧 메시아시대의 도래를 뜻한다. 하느님의 지배가 이루어지고, 인간은 이미 세상에서부터 그 왕국을 맛보게 되었다. 인간이 악의 지배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지배를 받게 되고 그 나라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니 그 나라에 속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부활과 장차 이루어질 예수의 재립 사이의 중간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아직 완전한 승리자도 아니요, 악에로의 경향은 여전히 존속한다. 끊임없이 싸우다가 때로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하느님의 뜻과 어긋난 길을 걷기도 한다.
의화된 인간은 끊임없이 싸우고 있고, 또한 악의 세력도 끊임없이 세상에서 자기의 일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 우리에게 선포하시고 가져다주신 하느님의 나라는 악과 투쟁하며 진리와 정의와 사랑과 평화에 목말라하는 많은 이들에게 힘을 부어주고 강한 희망을 심어준다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 안에 또는 우리가운데 이미 현존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이미 그나라에 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나라에 곳하기 위해서는 회개가 요구된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 (마르ㆍ15) 는 것은 도래한 하느님의 나라에 참여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 그러기에 회개란 하느님의 지배를 받아들이는 믿음의 자세요, 하느님의 나라를 향하는 방향전환이다. 그리스도의 승리는 우리에게 있어서는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악의 세력과의 계속적인 대결상태, 계속적인 투쟁 속에 머물고 있으므로 계속적인 회개가 불가피한 일이다.
신앙인으로서 이 하느님나라를 올바로 깨닫지 못하거나 체험하지 못한다면 신앙의 형태와 회개의 모습은 올바로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이 문제는 신학자 헤팅이 우리에게 잘 가르쳐 주고 있다. 만일 하느님의 나라가「순수한 마음」의 문제라면 회개는 우리의 마음씨를 바꾸기만 하면 될 것이다.
내 마음만 곱게, 순수하게 갖는다면 이 세상이야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만일 하느님의 나라가 세사 마칠 때에 갑자기 하늘로부터 나타나 이룩되는 힘이라고 한다면, 회개는 다만 신뢰를 가진 굳은 신앙만으로 족할 것이며 주관적 신앙만 갖고 있다면 이 세상 모든 일들은 악마의 손에 놀아나도 상관없을 것이다. 나만 열심히 믿고 천당 가면 되지 공동체 운운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요 남의 일에 간여하는 귀찮은 일일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나라는 밀과 가라지의 공존 속에서, 즉 악의 세력과 투쟁하면서 서서히 자라난다. 하느님의 나라는 서말 밀가루를 부풀게 하는 한줌의 누룩과 같다. 진리의 나라요 정의의 나라, 평화의 나라요 사랑의 나라인 하느님의 나라도 이 세상에는 공동체적, 전체적 변화를 통해 이루어져나가는 그 나라의 성장하는 모습일 수밖에 없다 물론 하느님 나라의 궁극적 완성은 그리스도의 재립 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인간은 이세상고 이 세상 공동체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에 참가하도록 불리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자신의생활태도를 바꾸어 나가는 회개와 아울러 내가 처한 환경과 주위를, 내 가정과 내 직장을, 국가를, 세계를 회개시켜 하느님의 나라가 확장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회개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평화와 기쁨과 사랑과 자유의 열매를 맺는다. 그것은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것이며, 하느님 백성이 이 세상에서 미리 맛보고 누리는 자랑스러운 특전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평화도 세상이 하느님의 나라로 변모되는 회개를 통해 비로소 열매맺게 될 것이다. 나의 회개는 세상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고, 세상의 회개는 나에게도 평화를 가져오리가 하느님 나라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하느님의 뜻을 따라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회개함으로써 올바른 길을 찾게 될 것이다. 『주여 당신의 길을 내게 보여주시고 당신의 지름길을 가르쳐 주소서』(오늘 미사층계송ㆍ시편24편4)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