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문제점을 캐내면서 그 가정이나 부모에게 꼭 해야 할 말은 지나친 관심도 무관심만큼이나 백해무익(百害無益)함을 강조하고 싶은 때가 많았다.
성아는 외딸이다.
『성아의 고집이 엔간해야죠.』
성아의 성적향상에 대한 의논 끝에 저녁시간, 텔레비전 시청시간을 좀 줄이도록 하자는 말에 그 어머니는 간단하게 잘랐다.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제 방문을 걸어 잠그고는 밥도 안 먹으니까요.』
당신 딸의 장기나 되는 듯이 내세우며 그 어머니는 말끝마다 성아의 고집을 고집했다.
아버지의 말도 어머니의 말도 제기분에 맞지 않으면 아예 들은 척도 안하는 아이는 어떻게 하나.
그러나 성아는 우리 어른들의 마음속까지 꿰뚫어 보듯 웃었다.
『선생님 우리 엄마 고집은 국제 수준급이에요.』
성아 모녀는 서로를 아끼면서도 서로가 양보하려 들지를 않았다.
성아가 도시락을 책상에 놓고 학교에 왔다고 두 번이나 그 어머니는 학교로 가지고 왔다.
나는 잊고온 것이 아니라는 걸 직감할 수가 있었다.
『내버려 두세요. 정 배가 고프면 매점에서 빵이라도 사먹을 테죠.』
전화로 얘기하지만 그 어머니의 정성(?)도 대단했다.
성아의 어머니는 과잉관심을, 질세라 소나기 퍼붓듯이 가속화하는 것이었다.
『성아야 도시락은 꼭 가지고 와라. 어머니가 다시 학교에 오셔야 하니까. 그리고 정 안 먹겠거든 미자를 주어라』 미자는 도시락을 안 싸온다. 미자네 식구는 모두가 점심을 굶는다. 냉정하게 성아와 대화를 갖기 시작했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유치원에 가고 싶어해도 엄마는 기어코 우기셨죠』
성아 스스로 할게 없었다. 물론 일과표도 의논 한 마니 없이 어머니 생각에 의해서 정해졌다. 잡념이 강한 성아의 어머니는 그랬을게 뻔했다. 그러나 성아는 영원한 유치원생은 아니었다. 차츰 자신을 내세우려고 맞서서 우겼고 그 고집은 차츰 방패로 커갔다. 엄마가 정성껏 만든 별식이 나오면 식탁에서 일부러 딴 청을 부렸다.
『아이들은 간섭하면 오리려 옆길로 간답니다.』
나는 성아 어머니와도 상담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마루 바닥에 굴려서 키워라」는 옛말을 우스개 소리로 인용했다. 부모가 너무 바빠서 무관심했기 때문에 비뚤어진 아이들처럼 성아의 부모는 손톱까지도 앉혀놓고 깎는 과잉보호 때문에 성아는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고나할까.
공부도 사위에 들고 얼굴도 예쁘고 그리고 원만한(?) 가정에서 성장하지만 성아는 남의 말에는 일단 적수로 맞서기만 하고 긍정하는 태도가 없다.
「무력한 아이」와는 달리 「비뚤어진 아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직은 인도자의 방향을 따라야 할 이 아이들은 까다로운 난초 기르기와 같아 더도 덜도 위험하다.
성아는 옳다고 인정하는 감정에 대해서도 쓸데없는 고집 때문에 갈등을 겪게 된 아이다.
세월이 좀 가야 할 것이다. 성아의 어머니는 하다 못해 동창회에라도 나가서 시간을 써야 한다.
다행히 더 큰 피해는 오지 않지만 한 학년을 쉬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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