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반에서 그것도 이학기 (二學期) 중반에서 학업을 계속 할 수 없게 된다는건 본인이나 부모나 스승이나 똑같이 아쉬움 뿐이었다.
『선생님 이 이상 버틸 수가 없겠습니다』
수미의 어머니는 벌써 세번째나 자퇴를 선언했다. 나도 지치고 피곤하다.
『그럼 오늘 자퇴결의서를 올리겠습니다』
불과 달반만 견디면 예비고사를 치루고 그리고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수미. 수미는 심한 정서불안이라고 할만했다.
『선생님 수미가 아파요』
양호실에 누워있는 수미는 뛰어간 나에게 또 같은 얘기 뿐이었다.
『어깨에 열이 많이 나서 못견디겠어요.』
그러나 우린 안다.
골치가 자주 아프던 설희와 배가 자주 아프던 미경이 그 아이들은 모두가 노이로제였고, 신경통 통증으로 고생했던 것이나.
그러나 설희나 미경이는 격려를 하고 어루만지며, 유리그릇 다루듯 겨우 졸업과 진학을 마치고 지금은 대학생이다.
작년 우리반 반장 연이는 신경성 변비있다.
지난 오월 스승의 날이 되어 작년 우리반 아이들이랑 찾아왔을 때,
『요즘도 변비냐?』
하자 연이와 아이들은 즐겁게 웃었다.
깨끗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 것이다.
대학의 뺏지를 가슴에 달고들 와서 참새처럼 떠들다 간 그날의 연이들 생각을 했다.
그 아이들에겐 다 그럴만한 원인(?)이 있었다.
연이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생하시는 아버지에게 보답하는 길이 좋은 대학의 영문과에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변비를 가져왔으니 그 소원이 이루어진 오늘 치유가 되는건 너무나 당연했다.
그런데 수미는 좀더 심각하다.
어찌보면 수미를 위해서 아주 적극적인 어머니가 기준 없이 평가를 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무서워요』
『아버지는?』
『너무 바쁘신걸요』
수미가 잠자리로 갈때까지 수미 어머니는 움직이지 않고 붙어 있기를 한 주일 계속할 때면 수미는 숨이 막힐 것 같다.
그런 수미 어머니가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설치는 수미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 날이 무질서하게 이어진다.
생각나면 공부방에서 같이 밤새우고 마음 내키지 않으면 초저녁부터 자는지 아픈지 무관심인듯 보인다.
수미는 이학년 말부터 어깨에 심한 열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병원에 다녔지만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무질서한 관심은 아이들에게 혼란을 주고 가치관을 흔들어 놓는다.
그 어머니에게 문제성이 있다는 말을 차마 못하는 안타까움은 정말 컸다.
이렇게 유별난 부모 밑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수미처럼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몇 해 전 세계여행까지도 불사하는 한어머니는 예비고사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고시 쯤으로 밖에는 전혀 무관심하면서도 열을 내서 참견하는 바람에 나까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딸은 정상적인 성장으로 탈 없이 견뎌내는 걸 보았다.
불쌍한 수미.
지금 병상에서 치료를 받지만 쉽게 회복될지. 아니 회복된 후에 재발하면 어쩌나…사랑과 관심이란 질서를 지켜가며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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