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교세가 이제는 1백30만을 넘는 신자수를 과시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정신적 거점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있었던 「조선교구 1백50주년 기념」신앙대회를 통해 80만 참가자의 위용과 질서감각 및 빛나는 순교자(殉敎者)가 새삼 일반국민에게 감명을 주었다.
한국 천주교 역사는 이조(李朝)말엽에 무려 1만여 명의 순교자를 낸 것으로 특징지워진다. 물론 외국선교사의 전교가 있기 전에 몇몇 학자들이 「北京」에 가서 스스로 천주교신앙을 들여온 점도 중요하지만, 그 신앙이 수많은 순교자의 피를 씨앗으로 하여 이 땅에서 뿌리내렸고 이제 풍성한 열매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성지(聖地)」라 불리우는 곳들은 거의 천주교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기리고 우러르는 곳들이다.
이번에 평생을 천주교회사 연구에 몸바쳐온 오기선(吳基先) 신부님이 사료(史料)들을 제공하고 편집내용을 책임감수하여 「성지(聖地)」ⅠㆍⅡ권을 간행하였다.
전국 14개 교구별로 따로 그지역 성지에 대한 감수를 거쳤고, 성지 주변의 지도, 성지와 그 주변 풍광을 새로이 취재하여 찍은 원색 화보, 성지에 관련된 귀중한 사료, 문헌의 복사 등에 상세한 해설문을 곁들여 편집되었다.
대형 국배판 상ㆍ하 2권에 이처럼 다채롭고 생생한 화보와 해설문으로 엮어졌으므로 이 책은 바로 「눈으로 보는 한국천주교회사」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의 천주교 신자와 모든 사람들이 집에 앉아서도 훌륭히 전국의 성지를 순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실제로 성지를 발로 디디는 순례가 더욱 좋지만 이때에도 이 책은 풍부한 예비지식을 주어 순례의 보람을 배가시킬 것이다.
이처럼 충실하고 풍부한 내용의 「성지」소개 책자가 발행된 것은 천주교전래 2백주년을 앞둔 한국천주교회의 한 경사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 땅의 모든 사람에게 성스럽고 장중한 한 정신사적(精神史的) 보고(寶庫)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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