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회의 조직, 교실마련, 자모회 조직 등과 아울러 우리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던 것은 바로 주일학교의 주인공인 학생들에 대한 것이었다. 중고등학생들은 학생회가 조직되어 늘 능동적이었는데 국민학교 학생들은 무엇인가 부족함이 있었다. 아이들의 주일학교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를 높이기 위해 환등기, 그림이야기 등의 시청각 교재 등도 이용하고 그림그리기대회, 성경퀴즈대회, 글짓기대회 등의 특별활동을 하였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들의 주일학교에 대한 관심이나 적극성을 지속적으로 이끌지는 못하였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이 「어린이 전교회」의 조직이었다. 우선 고학년만을 대상으로 어린이 전교회를 조직했다. 임원도 선출하고 지도교사도 정하였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배우기만 하는 소극적인 교육에서, 말씀을 일상생활에서 조금이라도 실천하는 산 교육을 행하는데 「어린이 전교회」는 커다란 역할을 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미사안내도 하고, 성당주변의 청소도 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회의를 하며, 다음주의 할일을 스스로 정하고 전주의 반성도 하는 것이었다.
「미사시간에 조용히 하자」 「서로 웃으면서 인사하자」 「안 믿는 친구들을 성당으로 인도하자」 등의 목표들을 정해놓고 그들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볼 때 우리교사들은 그들에 대해 한결 마음 든든함을 느꼈다.
아이들은 말씀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하나씩 실천하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 본당 구역 안에는 안양교도고가 있다. 그해 겨울에 아이들은 어린이 전교회를 통해 양말을 모으기로 결정했다. 우리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는 동안 상상도 못하는 일지만 교도소 안의 수인들에게 양말은 배급나가지 않기 때문에, 기족들이 있어 갖다준 사람들은 괜찮지만, 가족친지가 없는 사람들은 양말조차 제대로 신지 못하고 지낸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들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고사리 손으로 양말을 한 켤레 두 켤레 모아, 드디어 한 상자를 채워 교도소에 전달하고 나올 때, 우리는 그들의 환한 웃음 속에서 어린 천사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흐뭇함을 느꼈다. 또한 아이들은 어려운 이웃에 쌀과 라면을 모아 전달했다.
아이들은 따라 나갔다가 우리는 그 집의 말도 하지 못할 정도의 어려운 처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무엇인가 말로만의 우리들의 신앙이 아니었던가 하는 일종의 깨달음이었다.
매주일 성당에서 같이 미사드리는 우리형제들 중에 이렇게도 어려운 그들을 찾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들에게 없는 서러움을 순간 순간 얼마나 많이 주어왔는지 모른다.
아뭏든 어린이 전교를 통하여 우리교사들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하여 중학에 진학 못한 학생들 진학시키기도 하면서 우리는 아이들의 순수하고 밝은 웃음 속에 보람과 희열을 느끼곤했다. 주일학교는 천국의 꽃발이요 아이들은 어린천사들이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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