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화로 상담해주는 「생명의 전화」가 지난해 12월로 개통 5주년을 맞았다. 생명의 전화란 무엇인가? 이 사회에 어떤 변화와 영향을 주고 있는가? 본보는 생명의 전화 개통 5주년을 맞아 자원봉사자 동우회 회장 조순애씨를 통해 실의와 고민 끝에 생명을 버리기 직전, 전화 한통으로 귀중한 인명을 구해온 「생명의 전화 5년」을 간추려 소개해본다.
「기쁨은 함께 나누면 곱절이 되고 슬픔은 함께 나누면 반으로 준다」
모든 이들을 경악시켰던 스승의 손에 숨진 윤상(李潤相)군의 책상 머리에 써붙여 놓은 글의 내용이다.
윤상이가 쓴 이 붓글씨의 내용을 자선 만찬의 자리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우리에게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生命의 전화」를 돕는 자선 만찬은 지난 연말 12월 3일에 있었다.
하이얏트 호텔의 5백50석을 꽉 메운 대성황의 기쁨에 앞서 우리들을 더욱 감격시킨 것은 김수환 추기경의 동참이었고 더구나 그날 추기경의 「테이블 스피치」였다.
어렵고 까다로운 주문서 같은 종교 철학의 강의가 무엇 때문에 필요할까.
그날 평범한 당신의 경험담을 이끌어 내어 우리 상담원들에게 준 격려는 멋지고 강한 당부였다.
현재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봉사자들은 2백50여 명이다.
목소리로 상대방의 괴로움을 함께 인간임에 틀림없으니 스스로도 느끼는 외롭고 슬픈 가슴속을 추기경은 따뜻한 눈길로 쓰다듬어 주었다.
『정말로 하느님이 계시다면…』
기도하는 우리로(상담원), 추기경은 조용히 손을 잡아 주었고 겸손되이 하느님 앞에 꿇어 앉도록 도와 주었다.
생명의 전화가 1976년 9월 1일 개통한 이래 만 5년 동안은 전화상담건수는 12만건이 넘으며 남녀 전화 이용율은 4대6으로 나와있다. (생명의 전화 5주년 기록사를 참조함)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뒤엉킨 실타래 같은 억울하고, 부끄러운 사연을 우리 상담원들과 함께 나눈 그 모든 이들에게도 하느님의 축복이 풍성하게 내려질 것을 기도하며 축원한다.
만찬의 날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을 위해서도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만찬에는 윤보선 전 대통령 내외분도 참석을 했고 친필액자를 내 주시어 그날 백만원이 넘는 고가로 매매도 성립이 되니 그 외 몇분 화백의 기증작품(글미)과 더불어 우리 생명의 전화를 돕는 만찬회는 크게 성공적이었다고 할 만하다.
차인대 아나운서(생명의 전화의 홍보분과위원)의 사회로 두 시간이 넘게 만찬회는 진행이 되었고 성우 고은정(생명의 전화의 홍보분과 위원장) 씨는 실제로 상담장면을 무대(?)에서 실연했다.
그날 밤 우린 모두가 사랑으로 충만했고 행복했다.
「생명의 전화」는 자원봉사자에 의한 전화상담 기구이다.
이러한 비전문 상담원에 있어서 그 본래적인 자질과 상담원이 되기 위한 교육과 훈련과정은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되므로 신규자원봉사 상담원의 선발을 위한 1차 신규 기본 교육과정(일명 시민을 위한 상담 교실)과 2차 상담교육 그리고 상담을 해나가면서 보다 성숙한 상담을 하기 위한 계속 교육의 세 가지 교육과정을 가진다.
이렇게 자원봉사자가 전적으로 사회봉사의 핵심이며 주체가 된 것은 생명의 전화가 처음이다.
실제로 생명의 전화는 전적으로 자원 봉사자로서 운영되고 있다. 그러므로 정규 사무실스탭을 제외한 이 사회ㆍ각 위원회ㆍ상담원이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오늘 전문성이 강조되는 각 분야의 사회사업이 실상은 그 역사가 불과 오ㆍ륙십여 년에 불과하다.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온갖 사회적 노력은 사회사업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인 자원봉사자도 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점에서 선구자라 할 만한 「생명의 전화」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사회복지의 중요한 열쇠는 자원봉사자 활용에 있으며 생명의 전화운동에 있어서 자원봉사자야말로 바로 이 일의 열쇠가 된다고 볼만하다.
생명의 전화의 창시자인 앨런워커(Alan Walker)는 전화 한 대가 호주의 「시드니」를 구원할 수 있는 「구원의 손길」이 되기를 확신하며 이 사업을 시작했노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 생명의 전화는 처음부터 기독교의 신앙이 터전으로 마련된 사회사업이었던 것이다.
오늘과 같은 불안한 시대에 특히 빌딩의 숲이라 할 대 도시, 서울에서의 신앙상담의 활용도는 실제로 이 시간을 담당한 16명의 목사님(천주교 신부 1명 구세군 부령 1명 포함)의 숫자가 말해준다.
신앙상담은 특수상담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로 정해논 시간을 담당하는 분들이다.
그 외에도 특수상담으로 의료상담은 매주 토요일에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현재 11명의 전문 의사가 상담에 응하고 있다.
창시자 앨런 워커에 의하면 「생명의 전화」의 탄생은 실의와 고민 끝에 자살하기 직전의 한 젊은이가 걸어온 전화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한 목사가 받은 심야의 전화 한통이야말로 한개의 밀알로 싹이 트는 만남이 되었던 것이다.
카나다에 그 국제본부를 두고 있는 생명의 전화는 창시자인 호주의 앨런 워커씨가 회장으로 현재 역임하고 있다.
대중매체로 보편화되어 현대인의 문명이기인 이 전화의 편의성은 첫째 시간과 공간의 단축이며 둘째로 익명성의 보장(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보일 필요가 없다)이라 하겠다.
이런 전화의 편의성은 지식의 유무나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쉽게 활용하게 되므로 「시드니」의 한 감리교회의 선교위원회가 시작한 생명의 구속은 생명이 당면하고 있는 공통성으로 해서 이 땅에도 그 뿌리는 깊게 내려질 것이다.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려고까지 극한 사항에 이른 한주부가 전화기를 들었던 인연으로 해서 이제 우리 생명의 전화의 한식구가 되어서 지금은 자원봉사자로서 전화대 앞에 않은 사례가 있다.
1980년 5월 26일∼29일에는 제3차 아시아 태평양지구 생명의 전화대회를 서울에서 주최도 했다.
5주년을 맞은 생명의 전화는 이제 10주년도 맞게 될 것이고 1백주년도 맞아야 할 것이다.
좀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협조가 끊이지 않는 한 성장할 것이라 그렇게 믿어마지 않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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