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지, 우리 안나 기도 잘하지』하고 어머니가 추스르면, 아직 혀도 잘 안 돌아가는 발음으로 아기는 두손을 합장하고 고개를 숙이며『아멘』한다.ㅣ 그 모습은 조금도 거짓이 없는 기도하는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그 아기에게 어떤 소망을 부탁할 수 있다면 그 소망은 하느님의 어전에 곧바로 올라가 들어 허락될 것이다.
「아멘」은 가장 좋은 우리의 기도언어이다. 천국에서의 기도는「아멘」과「알렐루야」뿐이리란 말도 있다.「아멘」은 셈족 언어 aman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굳은」「견고한」의 뜻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첫 의미에서부터, 헤브레아어에서는 자연히 「진리」「성실」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아멘은 또한「그렇다」「그렇게 되기를」과 같은 긍정적 표현하기도 하다. 묵시록에서는 가장 강한 긍정인「예」의 뜻으로 사용된다. 우리말 공동번역으로는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묵시 ㆍ 1장7) 로 되어있다. 구약에서는 하느님을「아멘이신 하느님」 (이사 ㆍ 65장15) 으로 계시한다. 우리말 번역으로는「미쁘신 하느님」으로 되어있다. 신약에서는 예수그리스도를 바로「아멘이신 하느님」으로 칭하기도 한다. (묵시 ㆍ 3장14절 참조) 예수께서는 아멘을 매우 고유하고 특수하게 사용하신다.「진실히 진실히 너희에게 이르노니」(요한3장11등의 옛번역) 란 표현은 요한복음에 25회나 사용되는데「진실히 진실히 (=아멘 아멘)」란 표현은 예수께서 당신 말씀의 확실성, 견고성, 믿음성을 드러내는 강한 표현으로 쓰고 계신다.
변역의「정말 잘들어 두어라 」는 번역은 아무래도 제 맛이 나지 않는다. 또한 아멘은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고 드러내는 성대한 종결 환호로 쓰이고 있다. (디모 ㆍ 전 1장17 ㆍ 6장16등) 교회에서는 이 아멘을 또한 하느님 약속의 말씀과 교회의 간청기도의 응답으로서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꼬 ㆍ 후1장20)
하느님은 자비로우시고 우리를 용서하시며 구원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우리를 심판과 단죄로 위협하시는 무서운 분이 아니시다. 오히려 당신께 신뢰를 두고 의탁하는 모든 이를 결코 버리시지 않으시는 너그러운 분이시다,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하신그 모든 약속이 인간의 거듭된 배신에도 불구하고 예수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대로 이루어졌다. (꼬 ㆍ 후1장20) 오늘 복음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모습, 곧 중풍병자를 낫게 하시고 그 죄를 사하신 예수님은 용서하시고 구원을 베푸시는 자비로운 구세주의 모습이다.「그분은 이랬다 저랬다 하시는 분이 아니시다」(꼬 ㆍ 후1장19),우리는 그 분의 크신 자비에 오직 굳은 믿음으로「아멘」하고 응답하면 된다. 믿지 않았던 율법학자나 바리사이파 사람보다 창녀와 세리가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것은 그들의「아멘」의 굳셈 때문이다.
그러니까 비록 잘못이있었다 하더라도「지나간 일을 생각하지말고 흘러간 일에 채 마음을 묶어두지 말고」(이사 ㆍ 43장18) 자비로운 그분의 약속에 새로운 결심으로 새생활을 다짐하며「아멘」으로 새 출발을 하면 된다. 거듭되는 잘못과 결점 투성이의 자기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하면서, 또 잘해보려고 노력해도 잘 안되고 오해받아 상처입고, 그래서 매일 생활이 위축되어 하느님 앞에 죄스럽고, 두렵다 하더라도, 이제 또다시 용감히「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지 말고」새날과 새 세계, 희망의 날을 약속하신 그분을 바라보고,「아멘」하며 그 가슴에 푹안겨 모든 시름을 잊어버리도록 그분은 우리를 부르시고 계신다. 우리가 오랜 신앙생활을 통해서도 자신의 모습을 탈바꿈하지 못하고 나날이 새롭게 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묵은 자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고 과거의 자신에 묶여있기 때문일 것이다.「누가 의인이었나?」「누가 죄인이었나?」가 문제아니라, 뉘우치는 세리와 같이「누가 의인으로 인정 받느냐?」
(루까18장14 참조)가 문제이다. 거의 잘못은 자신을 겸허하게 낮추기 위해 매우 유익하다.
「아멘이신 하느님」께, 「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지 말고」우리자신을 온전히 맡겨드리면「주께서는 나를 성하게 거두어 주시오리다. 영원토록 당신 앞에 나를 두시오리다」(오늘 미사 층계송 ㆍ 시편40편12)아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