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82년 사순절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 - 2월 24일을 맞아 사순절 사목 교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발표한 사순절 사목교서 전문이다.
친애 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구원 하시는 은총을 갈구하는 사순절이 다가 왔읍니다. 사순절은, 우리와 세상의 죄로 인하여 십자가 위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고 주님의 부활을 고대하며 회개하고 보속하고 회생과 사랑을 실천하는 은총의 시기입니다. 다시 사순절을 맞이하여, 우리 주교단은 교회와 사회의 근본인 가정의 위기를 직시하고, 건전한 가족 계획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재삼 천명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은 물론 모든 선의의 사람들에게 가정 생활의 성화를 다급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요즈음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인구 증가 억제 대책」을 마련하여 작금의 무분별한 가족 계획 사업을 더욱 활성화 시키고, 소자녀 가정에 대한 사회지원 시책을 강화하겠다고 합니다. 즉 불임 수술자나 2자녀 이하의 가정에 각종 사회복지제도의 우선권을 부여 하며, 의료 보험이나 육아 휴직제 등에서 3자녀 이상 출산하는 경우를 제외시키고 이들에게 보다 많은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입니다
대가족이나 소가족에 관계 없이 모든 가정의 행복과 복지를 추구하는 우리 주교단은 이러한 정책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읍니다. 소위「인구 폭발」로 운위되는 인구증가 문제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인정하는 바이며, 이로 인하여 야기되는 자원 고갈, 식량 부족, 환경 오염등의 문제를 국민 모두가 협력 하여 해결 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도 잘 알고 있읍니다. 국가에서 인구 조절을 위해 부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생산 증대, 자원개발, 기술혁신, 이민 정책 그리고 자연법을 따르는 건전한 방법으로 인구 문제의 해결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방법이 아무리 어렵고 생명권과 존엄성을 짓 밟으면서까지 인구 조절을 꾀해서는 안됩니다.
인간 생명의 권리와 그 존엄성을 추구 하고자 하는 우리는 무분별한 피임, 불임수술, 인공유산을 조장해 온 공권력의 남용을 단호하게 거부 합니다. 모체안에 있는 태아일지라도, 이미 영혼과 육신으로 이루어진 한 인간이며 또한 인격체이기 때문에 그 태아를 고의로 죽이는 것은 무서운 살인죄입니다.
무죄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막중한 죄라고 한다면, 죄없는 어린 아기를 햇빛도 보기 전에 죽이는 행위는 얼마나 큰 죄가 되겠읍이니까?
잉태된 태아를 죽일수 있다면 이미 태어난 아이를 죽이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며 병든 사람들과 노인들을 죽이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불임수술은 하느님께서 맡겨 주신 육체를 해치는 일이며 기타 비자연적 피임은 하느님께서 주신 귀한 기능을 오용하여 배우자를 모독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행위들을 강요하는 일은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 인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 지원 및 복지 제도에 있어서, 「3자녀 이상의 가정에 대한 차별 대우 정책도 결코 인구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 이며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유발시킬 뿐입니다. 이러한 차별대우는 모든 사회익의 근원인 인명 경시 풍조를 부채질하는 일입니다. 가족 계획과 관련 해서 추진되는 차등과세 제도에 있어서도 대가족을 거느리고 있는 가정들은 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할 악조건에 놓이기 보다는 오히려 세금을 면제 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의 입장 자체가 면세 혜택을 절실히 필요로 하기 때문 입니다. 또한 국민이 낸 세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펴 나가야 할 복지 사업에서 정작 이를 필요로 하는 가정들을 외면 한다는 것은 정부가 추구하는 복지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할 것 입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정책에 동요됨이 없이 확고한 신앙안에서 굳건히 살아가야 하겠읍니다.
자녀수는 정부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인격적 사랑으로 결합된 부부 자신들이 하느님앞에서 정당하게, 또한 자유롭게 양심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교회는 어린이 수를 결정하는 부분들의 자유를 어떤 식으로든 속박하기를 꾀하는 정부 활동이나 다른 공권력 행사를 인간 품위와 정의를 거스르는 중대한 범죄로 단속합니다. 따라서 피임, 불임 또는 인공유산 등을 강요하는 어떤 정치적 폭력도 단죄 되어야 하고 강력히 배척 되어야 합니다. 국제 관계에 있어서도ㆍ제국민의 발전을 꾀하려는 경제원조가 피임 불임, 그리고 인공 유산 등의 비자연적 산아 조절 계획을 정책에 반영시킨다는 조건하에 이루어 진다면, 이는 중대한 불의로서 단죄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모든 부부가 낙태와 같은 살인행위나 불임 수술 또는 다른 어떤 비 자연적인 산아 조절 방법을 쓰지 않고도 하느님 뜻과 자신들의 양심에 따라 가족 계획을 자연적인 방법으로 실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현재 자연적인 가족 계획의 새로운 방법들이 비자연적 방법에 비해 안전하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나 많은 사람들의 경험에 의해 충분히 입증되고 있읍니다. 또한 그 새로운 방법들은 과거에 알았던 방법들보다 이해하기도 쉽고 실천하기도 훨씬 쉽읍니다
뿐만 아니라 비용도 들지 않고, 건강을 해치는 일도 없으며,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길도 열려져 있읍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들은 자연적인 것인만큼 하느님의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며, 또한 양심의 평화를 깨뜨리지 않으며, 심리적으로도 괴로움을 끼치는 일이 없읍니다.
자연적인 가족 계획은 어떤 피임 방법이라기 보다 부부 자신들을 위한 참 삶의 방식입니다. 왜냐하면, 자연적인 가족 계획은 부부들 상호 간의 깊은 사랑과 존경심과 이해심을 불러 일으킬 뿐만 아니라 그들 상호간의 대화와 상호 협조의 필요성을 일 깨워주기 때문 입니다. 그것은 또한 모든 가정적 덕행을 조장 증진시켜주며 부부들로 하여금 서로가 얼마나 진실히 사랑하는가를 알게 해주고, 그들의 성생활을 뜻 있게 해주고 절제를 통해 참된 사랑에 도달하게 해줍니다.
현재 한국의 모든 교구, 여러 본당 그리고 가톨릭 병원에서 이 자연적인 가족 계획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읍니다. 이 시설은 모든 부부들을 돕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므로 이를 통해 모든 신자 부부들 및 젊은 남녀들은 스스로 잘배워 익힐 뿐 아니라 비신자 친지들에게도 소개해 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정부 및 사회 각 단체도 이와 같은 우리의 뜻에 호응하여,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거스르지 않고, 사회정의를 지키며, 자연을 보호 할 수 있는 자연적 가족 계획을 적극 활성화 시켜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분명, 이렇게 함으로써, 과잉 인구에 대한 문제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과 자유에 대한 권리를 해치지 않고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우리 모두는 가정을 보호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가정은 국가와 모든 인간사회의 기본 단위이기 때문 입니다. 즉 국가와 인간 사회의 번영은 바로 가정의 번영에 달려 있읍니다. 가정이 부당하게 해를 입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국가 자체도 손실을 입게 될 것입니다. 국가의 가장 큰 자원을 바로 국민이며, 국민없이는 다른 자원을 개발할 수도 없고, 개발할 필요성도 없읍니다. 이는 세계 역사와 우리나라의 최근 역사가 충분히 가르쳐주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자원의 근원인 가정들을 더 이상 파괴 하지 말아야 하겠읍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사회 지원 시책과 복지 제도에서 차별 대우를 받고 또 여러 가지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희생을 치르더라도 윤리 질서 안에서 양심을 따라 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선의의 사람들과 더불어 여하한 상황하에서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가정의 신성함을 수호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1982년 2월 24일 재의 수요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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