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와 의미
교회에서 전례적 의미로 보아 1년 중 가장 중요한 정점을 이루는 것이 부활 대축일이고 부활 축일을 준비하는 40일간을 사순절(四旬節)이라 하여 특별한 기간으로 설정하였다. 사순절이 확정된 것은 325년「니케아」공의회서였다.
부활축일을 준비하는 기간을 40일로 정한 이유는 예수께서 인류 구원의 대사업을 이룩하시기 위해 공생활전 40일 간을 단식과 기도로써 준비 하셨던 것을 기념하고 본받기 위함이다.
40이란 숫자는 섬세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숫자가 상징하는 의미이다 성서에 의하면 40일은 하느님과 만나기 위해 회개와 속죄로써 합당한 준비를 하는 기간이며 장차 성취할 중대한 일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기간으로 상징 되었다.
노아때 새 세계 건설을 위해 홍수가 난 것이 40일간이었고(창세7ㆍ17) 모세가 심계명판을 받기 위해서 나이산에서 지낸 기간이 40일간이었으며(출애24ㆍ18) 백성들의 우상숭배로 인해 십계명판을 던져 부순후 십계명관을 다시 받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며 준비한 기간 또한 40일이었다. (출애34ㆍ28신명9ㆍ9-18) 엘리야가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호렙산으로 걸어간 기간도 40일이었다. (I열왕19ㆍ8) 마침내 예수께서도 광야에서 40일간 공생활을 준비하셨고 부활 후 승천하여 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 자주 사도들에게 발현하신 기간 역시 40일이었다. (사행1ㆍ3) 이렇게 볼때 사순절은 회개 보속 극기 단식 봉사 애덕실천 기도 공부 피정 등으로 신앙 생활을 쇄신하고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함으로써 부활 축일을 준비하고 하느님과의 만남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재(灰)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하여 부활 전날까지로서 주일을 뺀 40일간이다. 재의 수요일에 재물 축성하여 머리에 얹는 예식이 거행 된다. 참회를 권고하는 가장 엄숙 하고도 인상 깊은 예식이다. 신구약 성서에서 재를 머리에 얹는 것은 슬픔과 겸손, 속죄와 회개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초대 교회의 속죄 규정에도 재는 똑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당시는 중죄(重罪)로 인해 공공연히 참회하는 신자들에게 주교가 엄숙히 이 예식을 거행하고 성전 출입을 금지시키다가 성 목요일에 그것을 풀어 주었다. 그후 교회에서는 참회와 속죄의 규정을 완화하여 재의 축성과 재를 얹는 예식을 사순절이 시작되는 수요일에 일반 신자들을 위해 거행하도록 하였다.
재의 예식때 사제는『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라고 한다. 보통 전례때 - 형제들이라고 부르나 이때만은 사랑이라고 부른다. 흙에서 나온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창조주의 뜻을 거역함으로써 얻어진 불행을 상기시키고 속죄와 생으로 회개할 것을 촉구하고 자기 자신의 처지를 알라는 권고의말이다. 그래서 이날엔 성 금요일처럼 단식과 금육을 지키도록 되어 있다. 단식은 만 21세부터 만 60세까지이고 금육은 만 14세이상부터 죽을때까지 지키게된다.
재의 수요일은 사람의 육신도 언젠가 한줌의 재와 같이 될 것을 상기시켜 인간의 나약함과 허무함을 느끼게하고 겸손과 참회의 마음을 가지게 하며 죽음을 생각하게 해준다. 이날 사용되는 재는 지난해 성지(聖技)를 태워서 만드는데, 승리와 기쁨을 상징하는 성지(聖技)가 한줌의 재로 변함으로써 인간의 영화와 쾌락도 이처럼 허무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재의 수요일이 말해주는 이런 전례정신은 사순절의 자세를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광야(廣野)
오늘 복음(마르꼬1ㆍ12~15)을 보면 예수께서 40일간 광야에 계시면서 사탄의 유혹을 받으셨다. 출애급기에 의하면 이스라엘 민족이 에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탈출하여 가나안 땅을 차지하기까지 40년간 생활하며 시련을 겪은 곳이 광야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근경속에서 에집트의 고기남비를 아쉬워 하였던 광야에서 예수님은『돌을 빵으로 만들어 보라』는 사탄의 유혹을 받으셨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을 시험하고 기적을 강요하였던 광야에서 예수님은『성전 꼭대기에서 뛰어 내려 보라』는 사탄의 유혹을 받으셨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이 우상 숭배에 빠졌던 광야에서 예수님은『엎드려 경배하면 지상의 통치권을 주겠다』는 사탄의 유혹을 받으셨다. 그러나 그 모든 유혹을 물리치셨다. 예수님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기적을 행하는 것, 하느님께 극적인 장면을 요구하는 것, 지상의 통치권을 획득하는 것을 거절하심으로써 자신의 내적 갈등을 극복하셨다. 예수님이 봉사자의 모습을 분명히 드러내신 곳이 광야였다. 그러므로 광야는 하느님과 만나는 장소인 동시에 시련과 유혹의 장소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이기도하다.
우리들은 광야인 이세삼에서 예수님처럼 선과 악의 대결인 유혹을 당하게 된다. 유혹 자체는 죄가 아니다.
그러나 재빨리 물리쳐야 한다. 『주저하는 사람은 무엇이나 다 놓쳐 버린다』는 옛 격언은 옳은 말이다. 그런데 유혹을 물리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유혹을 물리치는데는 오히려 시련과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시련과 고통이 따르는 유혹이야 말로 신앙인의 성숙을 위한 훈련과 발전의 요소가 된다. 『유혹의 시련을 견디어내는 사람은 행복하다. 시련을 이겨낸 사람은 생명의 월계관을 받을 것이다』(야고보 1ㆍ12) 허나 유혹에 넘어가 범죄했다 할지라도 결코 좌절하거나 낙담해서는 안된다.
하느님은 겸손하고 회개하는 마음을 높이 평가하시는 까닭이다. 오히려『제발로 꿋꿋이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I꼬린10ㆍ12). 예수님은 광야에서 단식과 기도와 하느님의 말씀으로써 끊기 어려운 유혹을 물리쳤다. 그랬더니 천사가 시중을 들었다. 유혹을 물리치면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느끼게 마련이다. 우리도 기도와 성서 읽기, 굳센 믿음과 의지로 유혹에서 승리해야 한다. 사순절은 이런 의미에서 자신의 신앙을 재무장하고 공고히 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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