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신앙의 사회적 차원
신앙은 하느님과 개인의 관계만이 아니고 하느님과 인간 공동체와의 관계이기도 하다.
하느님은 인간을 서로 아무런 관련도 없는 개체로 창조하지 않으시고 가정의 일원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창조하시기 때문에, 사람이 행하는 모든 의식적 행위는 그가 속한 가정이나 사회에 필연적으로 관련된다.
신앙도 관념적으로 개인의 두뇌 안에 있으면 개인의 문제이지만, 어떤 형태로 표명되면 이미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고 사회의 문제가 된다.
즉 신앙생활은 결코 순 개인생활이 아니고 반드시 사회생활에 연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설픈 지식인들이 『종교는 개인의 자유이고, 신앙은 개인의 사사(私事)이다』하는 식의 오류를 퍼뜨리고 있다.
많은 가톨릭 신자들도 이런 오류를 상식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한 가정 안에서도 대단히 오랫동안 다종교(多宗敎)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가 묻거니와, 하느님은 개인의 하느님이실 뿐이고, 가정이나 사회의 하느님은 아니란 말인가? 성서 어디에 개인은 하느님을 흠숭해야 되고, 가정이나 사회는 하느님을 흠숭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이 있는가?
종교가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는 말은 어떤 국가나 집단이 특정 종교를 국민 개인에게 강요하거나 방해해서는 아니된다는 시민적 장를 말하는 것이지, 무슨 종교를 선택하든지 하느님 앞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 신앙이 사사(私事)라는 말은 개인의 신념으로서는 사사로운 것이지만 신앙생활로서는 결코 사사로운 것이 아니고 공공성(公共性)을 띤 사회생활이다.
예수께서도 당신이 가르치신 그리스도교가 이데올로기에 머물지 않고 생활로서 사회적으로 구현될 것이기에 교회를 세우셨고, 이 교회로 하여금 구원의 복음을 모든 사람들에게 선포하게 하셨다.
따라서 교회의 존재이유는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여 개인과 사회를 구원하는 데 있다.
지상사물(地上事物) 중에는 그 자체로서는 윤리적 종교적 성격을 내포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물에 인간이 작용하면 윤리적 측면이 따르기 마련이고, 윤리적 측면은 신앙생활과 깊은 관련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지난 호(성숙한 신앙 24호)에서 신앙인의 현실참여의 당위성(當爲性)에 대하여 언급하였지만, 그러한 당위성의 근거는 바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사회적 성격이다. 우리 신앙 자체가 개인의 구원만이 아니고 인류 공동체의 구원을 지향하는 기본적인 원리이기 때문이다.
신앙의 초심자(初心者)는 우선 자신의 신앙심을 확고하게 다지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성숙한 신앙인은 자신의 구원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인간 공동체의 구원에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그래서 건전한 신앙인의 가장 큰 임무가 복음선포이고, 다음으로 는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복음에 의한 현실참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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