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크리스찬은 천국의 상속자요, 영원한 행복과 영광스런 승리의 월계관은 받을 복된 천상 시민들이다. 이것은 우리가 희망의 백성이요, 또한 그로써 영원한 자유를 현실적으로 미리 맛볼 수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 믿음의 극치는「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아브라함의 믿음」(로마 4장 18ㆍ창세 22장1-18)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믿음은 이와 같이 희망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 희망은 믿음을 통해 현재에 열매를 맺게 해 준다. 그러기에 크리스찬은 희망을 먹고 사는 불가사리라고나 할까.
미래의 목적에 대한 희망은 결코 현재를 외면케 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현재를 자유롭게 하고, 평화와 사랑과 기쁨을 이루어 주며, 인생의 길을 밝혀 주어 온갖 걱정, 특히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할 근원적인 걱정에서 우리를 해방 시켜 준다. 이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특히 죽음과 부활의 빠스카 신비를 통해 터득한 진리이다.
이 희망이 확고한 것이 될 때, 희망없는 사람들 과는 달리 헛된 것으로 자신을 채우려는 시행 착오를 범하지 않게 될 것이다. 오늘 미사 제2독서의 말씀 처럼「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당신의 아들까지 아낌 없이 내어 주신 하느님」(로마 8장 32)이시니 더 바라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한편 우리의 희망은 자칫 빠지기 쉬운 달콤한 환상 속에 머물러서는 안될 것임을 거룩한 변모의 사건은 우리를 일깨워 준다.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의 영광 스러운 모습을 보고 엉겁결에『선생님,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기에 초막 셋을 지어…』했을 때 구름 속에서『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하셨다. 예수의 영광 스런 모습은 닥칠 수난과 시련을 극복해야 할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희망의 전조등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일이나 환경 속에 파묻혀 만족해 하고 있으며, 그 속에 안주하려는 것일까? 또 우리의 희망은 자칫하면 미래적 환상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할 위험성이 있다. 신앙은 미래를 향한 큰 희망과 동시에 현재에서이다.
평화와 인내를 통항 충실성을 요구한다. 우리는 아직 현실 속에서 완전한 행복을 누리며 안주 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요 미래만 생각하고 현실을 외면할 수 있는 그러한 존재도 아니다.
우리는 그 분의 말씀을 따라 십자가를 지고 걸어야 하는 나그네들이다. 그러나 무겁고 권태로운 절망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 밝고 희망의 길을 걷는 자들이다. 사랑하는 이가 기다리는 곳을 향해,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언젠가 갑자기 설레는 마음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길은 아직 십자가의 길이요, 땀의 길임에 틀림없다. 그러기에 스스로 희생과 극기를 통해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야 한다.
십자가의 길을 밝은 마음 기쁨 마음으로 걸어가는 자를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흐뭇한 일이다. 같은 십자가를 지고 가도 한 사람은 웃으며, 또 한 사람은 우거지상을 하고 지고갈 수 있다.
크리스찬의 길은 빠스카의 길이다. 즉 죽음에서 생명엘, 미움에서 사랑에로 슬픔에서 기쁨에로, 불안에서 평화에로, 의혹에서 믿음에로, 어둠에서 빛에로, 실망에서 희망에로 끊임없이 건너가는 길이다. 우리의 매일 생활은 끊임없는 죽음과 부활의 연속이다.
생활 속의 적고 큰 일들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연결될 때 우리의 삶은 희망 넘친 삶이 될 것이며 우리의 신앙은 그 청춘을 항상 간직할 것이다. 「나는 거닐으리라 주님 앞에서, 생명의 지역에서 거닐으리라」(오늘 미사 층계송ㆍ시편 후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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