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은 특별히 자신을 성찰하고 회개하는 시기이며 화해와 용서의 고백성사로써 하느님의 사랑과 기쁨을 체험하는 시기이다. 40일간의 회개를 부르짖는 요나의 외침을 듣고「니느웨」의 왕과 온 백성은 단식 하고 회개함으로써 죄를 용서 받고 재앙을 면하게 되었다(요나3ㆍ1~10) 예수께서도 40일간 단식 후에 복음을 전파 하시면서『회개하고 이 기쁜 소식을 믿으시오』(마르 1ㆍ15)라고 하셨다. 회개가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만일 우리가 죄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우리 말의 본 뜻은「되돌아 오는 것」「마음을 바꾸는 것」「생각을 고치는것」이다. 회개는 내적인 변화인 동시에 외적 행위의 변화이다.
하느님을 떠나서 내달리다가 방향을「바꾸어」생각과 마음과 의지를 다해 다시 하느님께로「되돌아오는 것」이다. 이것은 성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나는 죄인의 죽음을 원치 않는다. 마음을 고쳐라. 그러면 살리라』(에제18ㆍ32). 『너희는 진심으로 뉘우쳐 내게로 돌아오라』(요엘2ㆍ12). 『불의한 자는 그 가던 길을 돌이키고 생각을 고쳐 내게로 돌아오라 그러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리라』(이사55ㆍ7). 그리고 탕자가 아버지의 집으로「되돌아 오는 것」은 참된 회개의 표시였다. (루까15, 11~32)
회개는 인간의 지성과 의지에서 일어 나는 것이지만 그 필연적 결과로 좌우하게 된다. 성서에 나타나는 회개는 이처럼 인간의 전실존(全實存)을 송두리째 요구 하는 것이다 사순 2주일인 오늘 복음(마르9ㆍ1~9)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들려주는데 이 역시 우리의 존재 전체를 송두리 째 그리스도의 거룩한 모습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즉 우리 자신의 거룩한 변모인 진정한 회개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회개는 신앙과 결부 되어야만 한다. 회개와 결부된 신앙의 구원의 조건이 된다. 구원은 하느님으로부터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예수께서『<회개하고>이 기쁜 소식을<믿으시오>』라고 하신 말씀은 회개와 신앙이 한 사건의 양면임을 드러내신 말씀이다.
인간은 타락된 역사 안에 살고 있기에 순간순간 신앙인도 하느님께로의 결단을 내려야 하고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 중심으로 사는 사람임을 재확인 해야 한다. 따라서 회개는 신앙 생활의 근본적인 동기가 되고, 회개에의 요청은 죄인 뿐만 아니라 은총의 상태에 있는 신앙인에게도 해당이 되는 것이다.
회개는 자기 자신에 대한 겸허한 인식에서 비롯한다. 모든 죄는 하느님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오만에 뿌리박고 있다. 회개는 이 오만을 꺾는 것이다. 오만이 꺾이지 않는 이상 우리 인간은 자기 죄를 오히려 감싸고 정당화 하려고 들 것이다.『하느님 나의 제사는 통회의 정신, 하느님은 부숴지고 낮추인 마음을 낮추어나 보시나이다』(시편50ㆍ17)라는 말씀대로 하느님은 자칭 의인이라고 하는 사람을 의롭게 보시지 않고 참회하며 스스로 겸손한 죄인을 의롭게 보신다.
또한 회개는 기쁨과도 연결된다. 회개는 하느님의 기쁨으로 가는 길이다. 『의인들보다 죄인 한 사람이 회개는 것을 하늘에서는 더 기뻐한다』(루까15ㆍ7). 회개 하는 죄인에 대한 하느님의 태도는 재판과 처벌이 아니라 탕자의 비유에서 처럼 용서와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목욕할 때 정화의 기쁨 때문에 흥얼 거리면서 노래 부른다. 참회 하는 죄인도 진실한 고백의 기쁨을 따라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한다.
위로부터 오는 은총이 영적으로 그를 기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판공성사(判功聖事)
무릇 죄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것이다. 따라서 사회와 공동체와의 화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신앙인이 범한 죄는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데에 그치지 않고 교회 공동체를 손상시키고 약화시킨다. 그래서 하느님과의 화해는 교회 공동체와의 화해를 요하게 된다. 초기 교회 때에는 중죄(重罪)를 범한 신자는 일반 신자와 구분하여 미사 참례도 못하고 죄수의 복장을 하여 회개와 속죄를 해야했다. 그리고 다음 해 사순절에 모든 이 앞에서 공적으로 죄를 고백하여 용서를 받고 화해한 후에 죄수복을 벗고 일반 신자 대열에 들게 되었다. 그러나 6세기 말 이후로 차츰 완화가 되고 개인 고백성사 형식이 나타나게 되었다. 눈에서 티를 꺼내기 위해서는 손이 필요 하듯이 마음을 죄로부터 해방 시키기 위해서는 혀가 필요하다. 현재 교회법에서 주요한 법 여섯가지 중에 하나는 적어도 1년에 한번 부활전에 고백 성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212년 제 4차「라떼란」공의회에서 결정 되어 오늘날까지 계속 시행되어 오는 것이다. 이러한 고백 성사를 우리는 부활 판공성사라고 부른다. 판공(判功)이란 심판 신공(審判神功)의 준말로서 신자들의 영신 상태와 공부 상태를 살피고 잘못을 가려 시정해 준다는 뜻이다 고백성사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회개이다.
우리는 죽음에서 생명에로 옮기지 못하는 이름만의 신자가 되지 말고 지난 날의 죄악을 진심으로 뉘우쳐 하느님께로 되돌아와 판공 성사를 잘받음으로써 용서의 기쁨을 누리고 성령 안에서 새 생명을 누리도록 해야겠다. 사순절인 지금 회개하여 우리 삶의 방향과 태도를 올바르게 설정하고 그 길로 매진하도록 하자. 『지금이 바로 자비의 때이며 오늘이 바로 구원의 날』(II꼬린6ㆍ2)인 까닭이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