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있어서 하느님의 말씀은 항상 지혜의 모습을 띠고 나타난다. 지혜는 옛 동양 문화권에 있어서도 공통된 관심사였다. 성서에서 지헤는 인간을 위한 가장 값진 보물이며, 하느님의 선물이요, 모든 선의 분배자며, 생명이요 행복이며 안전이요 은총과 영광이며, 부요 정의며, 모든 덕스러움의 원친이요, 하느님과의 친교를 이루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계시된 지혜는 그것이 비록 인간적으로 보아 가장 지혜로운 것으로 나타난다 할지라도 인간의 지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본성을 지니고 있다. 하느님의 지혜는 세상 통치자의 지혜가 아니며, 인간의 지혜와 유사성을 갖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하느님의 지혜가 인간의 지혜의 연장은 더욱 아니다.
하느님의 지혜는 신비롭게 감추어져 있고, 철부지 어린이에 드러내 보이셨으며, 그 것은 또한 인간적 언변과 논리 등 합리적 증거 위해 기초를 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적 지혜는 하느님께로부터 흘러나오는 영(靈)의 지혜와 맞서는 순간 전도(顚倒)되고 혼돈을 일으키며, 부족하고 어리석고, 교만한 것이 되고 만다. 인간의 지혜는 구원의 신비가 전개되는 때, 살아계신 하느님을 몰라 보았고, 영광의 주를 십자가에 못박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지혜로운 자의 지혜를 단죄 하셨고, 세상이 말하는 십자가의 어리석음으로 세상을 구원 하시기로 작성 하셨다. 참된 지혜는 그러므로 매우 역설적인 방법으로 이루어 진다. 그 분은 지혜로운 자를 부끄럽게 하시기 위하여 약한자를 강하게 하신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눈이 지혜로운 자가 되기 위해 세상 사람들의 눈에 어리석은 자가 되어야 한다.
크리스찬의 지혜는 인간적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계시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것은 인간의 지식으로서는 측량할 수 없는 신비롭고 감추인 신적인 것이다. 하느님의 지혜는 역사 속에 잠재되어 있는 섭리적 계획과 관련 되므로 즉각적으로 깨달을 수 없고, 단번에 이해될 수도 없다. 하느님의 지혜는 비밀과 베일 속에 가리워져 있기에, 그 심오한 지혜를 바오로 사도께서는『아! 깊으도다.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이여!』하고 감탄하였다.
하느님의 심오한 지혜와 인간 지혜의 어리석음이 가장 단적으로 나타난 사건이 바로 예수의 십자가 사건이다.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신다. 『유다인들은 요구하고 그리이스인들은 지혜를 찾지만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선포할 따름입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 사람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사람들이 하는 일보다 지혜롭고, 하느님의 힘이 사람의 눈에는 약하게 보이지만 사람의 힘보다 강합니다.』(오늘 미사2독서)
사순절 동안 우리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인간의 어리 석음에 가슴을 치고 통탄하며, 우리의 교만함을 고개 숙여 뉘우치고 속죄한다.
그러나 지혜는 근본적으로 그 자체가 어떤 우월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교만하지 않고 자기 푼수를 넘어 과분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 비난하거나 무시할 것이 아니다. 성서는 이러한 지혜의 기준을「나타난 결과」에 둔다. 지혜는 단순히 인식적인 면만이 아니라, 불가불 실천적이며 도덕적인 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야고보 사도는 지혜로운 삶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가르쳐 주고 있다. 『여러분 가운데 지혜롭고 지식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답게 온유한 마음을 가지고 착한 생활을 함으로써 그 증거를 보여주도록 하십시요. 위에서 내려오는 지혜는 첫째 순결하고 다음은 평화롭고 점잖고 고분고분하고 자비와 착한 행실로 가득차 있으며 편견과 위선이 없습니다』(야고 3ㆍ13~17)
주님의 말씀은 창조력과 생명력이 있으며, 지혜로운 그 분의 말씀을 따라 사는 자는 세상이 어리석게 보는 바에도 아랑곳 하지 않으며 오로지「굴보다, 진꿀보다 더욱 단」그 분의 말씀에 심취되어 산다. 이 사순절 동안 그분의 지혜로운 말씀에 더욱 가까이하며 지내야 겠다. 「주님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고 계시나이다」(오늘 미사 층계송ㆍ시편후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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