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베들레헴」에 가 머물러 있는 동안 마리아는 달이 차서 드디어 첫 아들을 낳았다. 여관에는 그들이 머무를 방이 없었기 때문에 아기는 포대기에 싸서 말구유에 눕혔다」(루까2ㆍ7)
구세주 탄생지로서 인류 역사에 일대 전환점을 이룬 역사의 현장「베들레헴」은 2천년의 사연을 안은 채 고요 속에 잠겨 있다.
아기 예수의 힘찬 고고의 성(聲)도, 구세주에게 첫 경배를 드린 동방 박사의 모습도 이젠 찾을 길이 없다. 또한 유대인을 탄압 하던 로마 황제 아우구스또의 서슬퍼던 호구 조사령도 한 낱 역사의 유물로 사라진지 이미 오래.
어느 누구도 구세주를 맞을 자세가 되어 있지 않던 상황 속에서 외양간을 구주 강림의 장소로 택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과는 달리 2천년이 지난 지금「베들레헴 성 밖의 조그마한 외양간」터에는 웅장한「예수성탄 성당」이 우뚝 서있다.
원래 이 자리에는 기원 후 4세기에 콘스탄틴 대제가 거대한 성당을 짓고 아기 예수가 태어난 외양간 동굴 천정에는 구멍을 뚫어 신자들이 이를 통해 거룩한 주님의 탄생 현장을 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바로그 위에는 8각형의 제단을 세웠다.
그로부터 2백년후 유스띠노 황제가 현재의 대성당을 재건하고 제단에 페르시아인 복장을 한 동방 박사의 모습을 모자이크로 새겼다.
바로 이 동방 박사의 페르시아 복장으로 인해 아기 예수 탄생 성당은 614년 페르시아 침공 때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전해 진다.
그 후 십자군은 화려한 그림과 모자이크로 대성당을 장식하는 한편 북쪽에 캐터린 성당을 증축 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성당 구역은 아르메니아 전례, 그리이스 정교회 그리고 가톨릭이 나누어 관리하고 있는데 가톨릭은 캐터린 성당을 맡아 보존 하고 있고「예수 성탄 성당」은 그리이스 정교회 관리하여 있다.
오늘날「예수성탄 성당」입구는 돌을 쌓아 그 출입구를 좁게 만들어 놓았는데 이는 터키군 침공시 침략군의 군마(軍馬)가 성당에 난입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 이었다는것.
평화의 근원이신 그리스도의 탄생지를 수호 하려는 이와 같은 피나는 노력의 결과「예수 성탄 성당」과 아기 예수 탄생지는 그 많은 외침(外侵) 속에서도 하나의 손상도 없이 보존 되고 있다.
돌로 포장된 넓은 마당을 지나「예수 성탄 성당」좁은 현관을 들어서면 12개의 갈색 돌기둥이 좌우에 2열로 늘어선 4각형의 성당 안이 방문객을 위압 하듯 나타 난다.
성당안 정면에는 콘스탄틴 대제가 세운 8각형의 제단이 놓여 있고 곳곳에 쇠줄에 달린 촛대가 번쩍이고 있다.
계단을 따라 돌아 내려 가면 아기 예수가 탄생 하신 조그만 지하 방에 이른다.
아기 예수가 탄생 하신 바로 그 지점에는 고운 대리석이 깔려 있고 그 한 가운데에 은으로 만든 별이 새겨져있다. 거기엔「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동정녀 마리아로부터 탄생 하셨다」고 라띤어로 새겨 놓았다.
예수 탄생 지점 바로 옆에는 아기 예수를 강보에 싸서 구유에 눕힌 곳이 있다 2~3명이 들어설 수 있을 정도의 조그마한 이 방은 바닥보다 1m 정도 낮고 구유가 놓였던 오른쪽에는 돌로 구유 모양이 만들어져 있으며 왼쪽에는 돌제단이 놓여 있다.
탄생지점과 달리 울퉁불퉁한 돌들이 불거져 나와 있고 침침한 동굴 모양의 이 곳은 그 옛날 아기 예수가 탄생 했을 당시의 외양간 모습을 어렴풋이 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대리석으로 곱게 바닥을 깔고 쇠줄에 매달린 번쩍이는 은촛대로 장식한 아기 예수 탄생 지점에서는 옛날의 모습을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다.
스스로 가난을 택해 마굿간을 강림의 장소로 택한 예수그리스도, 그리고 오늘날 그 탄생지를 빛내고 있는 번쩍이는 대리석과 은제(銀製) 장식품들 - 이 兩者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 인지-.
만왕의 왕으로서 온 인류를 죄와 고통의 질곡에서 해방 시키신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공경의 표시이기도 한 이 숱한 장식들이 주께서 참으로 뜻하신 바와 다른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난 하게 오신 이의 탄생지에 세워진 거대한 성전을 나서는 발걸음은 웬일인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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