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우리 모든 존재의 근거이며 원천이시다. 이 모든 존재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은 인간을 당신 모습으로 창조하셨고 모든 다른 존재를 선물로 주셨다. 그런데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피조물인 인간은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 시키기 위해 창조된 존재이다. 그러므로 이사야서 55장 6전에서 9절까지 지적된 바와 같이 인간은 창조주께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간은 하느님을 거부했다. 창세기 3장의 슬픈 이야기와 마태오 복음 15장의 잃었던 아들의 이야기와 같은 하느님께 대한 거부는 우리 각자의 체험 안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결국 인간은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거부 했기 때문에 자신을 거부했고 이웃까지 거부하는 파괴의 역사를 거듭해 왔던 것이다.
이 같은 모순적인 인간 상태는 원죄로부터 비롯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인간이 죄인으로 해방과 구원이 필요한 존재라면 죄는 무엇인가부터 살펴 보아야 하겠다. 인간의 죄는 하느님의 복음에 비추어 조명해 보면 그 뿌리를 볼 수 있다. 죄의 뿌리는 하느님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인간 내면에서 조화가 없어진 무질서의 상태를 말한다.
인간은 생명의 원친이신 하느님을 거부함으로써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한 존재, 즉 하느님의 씨를 보지못하는 무질서한 애착을 갖게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인간의 무질서한 애착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것으로 모든 인간이 죄중에 태어나고 죄중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죄인인 인간을 사랑하신다. 사랑할 자격 조차 없는 인간을 무한한 자기 희생으로 무조건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은 신비 롭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위대한 존재이지만 인간을 위해 몸소 인간이 되신 하느님까지 거부하고 마침내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무서운 존재이다. 십자가의 사건에는 모든 구원과 해방의 메시지가 함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십자가에서는 어두움과 빛이 만나고 미움과 사랑, 무지와 진리가 교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농락 당하고 수난 당하셨으며 힘없는 자처럼 죽으신 이 사건을 통해 무엇을 가르쳐 주시려 했는가? 이 사건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죄에서 해방 시키 셨으며 인간을 새롭게 창조하시고 완성 하셨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모습을 완성시키셨다. 결국 십자가상의 빠스카의 신비는 인간을 위해 완전히 자신을 내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의 신비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하느님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배워야만 올바른 사랑을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은 하느님께 대한 무지로부터 해방 되어야 할 존재이다. 자비와 사랑의 하느님만이 우리를 새롭게 창조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꼬린토 전서 13장의 내용도 인간에게로 향하는 하느님의 사랑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 같은 하느님의 사랑은 개인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죄의 뿌리로부터 해방 시켜 줄 수 있다. 인간은 죄의 뿌리로부터 해방 되려는 원의만 갖고 있으면 주의 사랑과 능력으로 해방(구원)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참 해방의 모델은 예수그리스도 자신과 예수를 끝까지 따른 충실한 제자들이다. 이들은 우리에게 참된 가치와 실천 방법까지 제시 해주는 스승이오, 모델인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목적이며 동시에 방법이다. 그러므로 우리는「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요한14ㆍ6) 예수의 일생, 사적하나 하나를 더욱 가까이서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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