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순 네번 째 주일입니다.
지금까지 매주일마다 강론을 통해 우리본당 공동체가 서로 사랑하고, 친교를 나누며, 사귐이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읍니다. 아울러 이런 사랑과 친교, 사귐속에서 서로를 도우는 실천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 말씀도 드렸읍니다. 이제 우리 공동체는 단지 우리끼리만 사랑과 친교와 사귐을 나눌 것인가? 아니면 이를 어떻게 외적으로도 드러내야 할 것인가를 이번 주간에 같이 생각하고 실천토록 하겠읍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가 세상의 빛이며, 누룩이며, 소금의 역할을 해야하겠다는 말씀을 하신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읍니다. 빛은 어두움을 밝힙니다. 누룩은 적은 것이지만 밀가루를 변화 시킵니다. 소금은 썩지 않게 모든 것을 지탱해 줍니다. 이와 같은 역할과 사명이 우리 공동체에 부여 되었읍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있는것은 사실로 우리 자신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지역 사회에, 또한 이 지역 사회에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이 세상에 봉사하려 파견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공동체의 사랑과 친교와 사귐이 우리안에서만 머물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 세상, 이 지역에 파급 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이웃은 누구입니까?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을 비유로 들으시고『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의 이웃은 사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이들입니다. 이웃이라면 흔히 우리는 가까이 있는 사람, 또는 근처에 있는 사람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 비유의 말씀대로 이웃은 고통 받고 있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길」이란 뜻은 물론 길자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 세상 또한 인간 생활을 의미 하기도 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 탓보다는 남의 탓으로 고통을 받고 있읍니다. 흔히 운명이니 재수나 팔자 소관이니 하면서 그러한 고통의 깊은 원인을 외면하는 것이 우리의 태도입니다. 사랑이 단순한 동정이나 불쌍한 감정에서 나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현실적인 사실을 중히 여기고 이런 고통받는 사람이 그렇게된 원인까지도 생각 해야 합니다.
사마리아인은 누구입니까? 우리가 생각할 것은 그 당시 사마리아인의 사회적 지위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천대 받고 멸시 받으며 문화적ㆍ정치적ㆍ경제적으로 소외 됐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태도는 전혀 다릅니다.
예수를 구세주로 알아 본 사마리아 여인, 나환자로 예수님께 치료를 받고 돌아와 감사한 사마리아인, 여기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 모두가 훌륭한 일들을 한 사람으로서 상찬을 받읍니다.
사제와 레위인은 누구입니까? 성서에는「피해서 지나간 사람」으로 표현되어 있읍니다. 이 두 사람이 악의가 있어 피해간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갈 길이 바빴거나 또는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 됐을지도 모르겠읍니다. 단지 그런 비참한 상황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것은 중요한 점입니다. 고통 받고 가난한 사람을 알고, 보면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 이 것은 무관심입니다.
사마리아인은 아무 말 없이 상처입은 사람을 도운 것입니다. 어떤 정치적 발언도, 어떤 도덕적 불평도, 멋진 종교적 설교도, 흔히 있을 법한 기도도 하지 않았읍니다. 당장 행동으로 옮긴 것입니다. 이 사마리아인에게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 본당 공동체는 어떤 공동체입니까? 착한 사마리아인입니까, 아니면 그냥 피해간 사제와 레위인 같은 사람입니까?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을『보고』『마음이 움직여』『가까이 다가가서』『상처를 싸매주고』『나을때까지 돌보아준』착한 사마리아인입니까? 아니면 이런 사람들을 보고도 피해간 사제나 레위인 같은 사람입니까?
우리 본당 공동체에도 바쁜 일이 많읍니다. 본당 운영도 해야하고, 성당도 더 크게 잘지어야 하고, 아름답게 마당도 치장 해야 하고, 단체도 육성 해야 하고, 사무적인 일도 개선 해야 하고 등등 많읍니다. 그러나 그런일 때문에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한다면 사제나 레위인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 본질적인 것을 생각해봅시다.
<주교회의 인성회 제공>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