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의의있는 축일은 부활절과 오순절 즉 성신강림절이라 볼 수 있다. 예수 부활과 함께 교회에 성신이 강림하신 것은 큰 사건이었다. 사도들은 3년간 예수를 따라 다니면서 가르침을 받으며 신앙을 돈독히 했고 수많은 기적을 경험했지만 성령을 받기 전에는 사도라 불리울 자격이 없었다. 이들은 자리 다툼이나 하는 등 권세욕ㆍ지배욕ㆍ명예욕ㆍ질투심으로 가득찬 속물 근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신앙 또한 완전하지 못했다. 사들은 예수께서 수차에 걸쳐 수난과 부활을 예고 했지만 막상 예수께서 수난하시고 죽으셨을 때 완전히 실망 했던 것이다. 뿔뿔이 흩어진 제자들은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에도 예수의 제자라는 것이 발각될 것같아 전전 긍긍하였다.
그러나 제자들은 부활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지시대로 다락방에 모여 예수께서 약속해 주신(요한 4장 16절) 성령의 오심을 기다렸다. 다락방에서의 기도는 단순히 간구의 기도 만이 아니었다. 사도들은 죄를 회개하며 제자 답지 못했던 모든 점들을 뉘우치며 구세주의 약속을 간절히 기다렸다. 그러자 10일 째 되던 날 성령께서 제자들이 모인 자리에 임하셨다. 주님의 말씀에 대한 순명 정신, 죄에 대한 회개의 기도와 약속이 주어지리라는 마음이 성신강림의 전제 조건이었던 것이다.
사도행전 2장에서 볼 수 있는 성령은 바람과 불의 형상으로 임하셨다. 구약 성서에서 볼 수 있듯이 바람은 신비로운 것이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느낄 수 있으며 자취가 있는 바람은 숨결 곧 생명을 뜻하는 것이다. 또한 바람은 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하느님의 현존을 의미하는 불은 빛과 모든 것을 태워 깨끗하게 순수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성령의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한 때부터 사도들은 적극적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며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한다. 명실공히 그리스도의 사도가 된 제자들은 일치의 성령을 받았기 때문에 베드로를 중심으로 일치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회의 일치는 획일적인 일치가 아니었다. 사도행전 16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초대 교회는 서로의 방법을 존중하면서 한마음으로 복음을 전파하여 다양성 안에 일치를 둔 것이다.
그런데 성신강림절에 나타난 현상 가운데 하나는 제자들이 성령께서 시키시는 대로 여러가지 외국어로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벨탑을 세움으로써 갈라졌던 언어가 성령의 충만함으로 일치 되었다. 이와 같은 성령으로 충만한 초대 교회 신자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사랑과 지혜, 신앙의 공동체를 이루어 인류 역사상 유례 없는 신앙의 황금기를 맞은 것이다.
성령은 하느님의 영이므로 성령으로 충만함은 전능하신 하느님의 능력으로 충만 함인 동시에 신뢰와 사랑이신 그리스도로 충만함을 뜻한다. 또한 성령으로 충만함은 성령으로 가득하다는 뜻이므로 성령이 충만한곳에는 잡음이 없다.
그리고 우리의 신앙 생활은 성령으로 시작 된다. 물과 성령으로 거듭 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성서의 말씀은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예수그리스도가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는 것이 성령에 의한 것임을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믿는이들의 마음에는 성령께서 함께 하신다. 사도 바오로가 결점이 많은 꼬린토 교회 신자들에게『여러분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이며 하느님의 성령께서 여러분 속에 살아계신다』(II꼬린3ㆍ16)는 것을 지적 했듯이 연약한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도 성령께서는 항상 함께 계신다. 또한 로마서에서는 그리스도의 성령을 모시지 않은 자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미 성세 성사로 성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성령을 충만하게 받으라는 말은 성령께서 강하게 활동하시어 마음과 생활 전체를 성령께서 주관 하시도록 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마음과 영혼 전체를 성령께서 주관 하시도록 하려면 자신을 비우고『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도록』(갈라디아 2장 19ㆍ20절) 해야 하겠다. 또한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랑의 불을 붙여 성령으로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키도록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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