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받아 들인다는 것, 고통을 나눈 다는 것, 고통에 동참 한다는 것, 그것은 말이 쉬워 그렇지, 실제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터득한 자가 몇이나 될까? 예수께서도 수난을 앞두고 매우 착잡한 심정을 가졌음을 오늘 복음을 잘 묘사하고 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마음을 걷잡을 수 없으니 무슨 말을 할까?』 그러기에 남의 고통을 나누고 거기에 동참 한다는 것은 크나 큰 사랑 없이는 감히 엄두도 낼수 없는 것이다. 어떤 수녀회에서는 한 때 일선 사목하시는 신부님을 위해 가능 하다면 자기의 건강과 힘을 양보하고 대신 병고나 허약함을 짊어 지겠다고 결정하고 그렇게 되기를 기도 드릴 수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 일은 참으로 놀랄 만한 사랑의 행위요 자신을 송두리째 바쳐야만 가능한 그야말로 「헌신」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흔히 「獻身奉仕」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獻身」이란 몸을 바치는 사랑의 극치를 표시하는 말로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그와 같은 놀라운 사람의 행위에 해당 된다고 하겠다.
십자가상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새로운 계약 즉 조건 없는 사랑의 계약이 체결 되었다. 이러한 사랑의 계약은 예수께서 수난과 죽음을 받아 들임으로써, 즉 인간의 고통에 동참 하심으로써 이루어 졌다. 오늘 제1독서에서 나타나듯이 그 새로운 계약을 통해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사랑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얻어 죄를 용서 받고, 우리는 그 백성이 되었으며 그 분께 복종함으로써 영원한 구원을 얻게 되었다.(2독서)
그러기에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신비, 고통의 신비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하느님 사랑의 무한성이며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스스로 인간의 고통에 동참 하셨다는데서 드러났다.
그리고 우리가 그 분께 복종하기만 하면 영원한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그야말로 사랑의 계약을 무상으로 체결케 되었다. 「가슴에 세겨준 그분의 법」(1독서)을 따라 가기만 하면 부어 주실 구원의 상속은 우리에게 참으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네가 1백m만 걸어 온다면 1억원을 주겠노라고 하는데 믿지 못해 가지 않는다면 모두가 어리석다고 생각지 않겠는가?
십자가는 우리에게 이와 같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 준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의 표시이다. 그러기에 십자가를 바라보며 예수님의 큰 고통을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 더욱 유익하고 우리를 감동 시키는 것은 십자가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바라 보는 것이다. 십자가는 공짜로 얻게 된 우리 구원의 교시오, 영원의 상속인이 되게 한 희망의 표시오, 고통을 이겨낸 승리와 영광의 표시이며, 인간의 고통에 동참하신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의 표시이다. 그러기에 십자가는 우리를 더없이 사랑하시는 그 분께 대한 절대적인 믿음의 표시다.
자기를 바쳐 생명을 얻어 주는 사랑의 행위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고통을 나누고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자기를 벗어나야 이루어질 수 있기에 작은 사랑의 행위 하나속에도 죽음과 생명의 신비가 감추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십자가 안에서 고통과 죽음을 맛보며 동시에 구원의 기쁨을 맛본다. 「그 구원의 기쁨을 나에게 도로 주시고 변치 않는 마음 내 안에 굳혀 주소서」(오늘 미사 층계송ㆍ시편 50편 12) (공동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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