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파의 한 불구자 요양원에 20여 년 간을 꼼짝못하고 누워있어야 했던 한 전신불구자가 있었다. 어느날 그가 한 잡지를 통해 다음과같이 부르짖었다. 『나는 왜 이러한 고통을 겪어야 합니까? 나는 왜 다른 사람들처럼 걷고 뛰고 돌아다니지 못합니까? 나는 왜 한평생을 침대에 꼼짝 못하고 누워있어야 합니까? 나는 나의 이 생을 원치도 않았고,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왜 나는 태어나야 했습니까? 왜 나는 이러한 고통을 짊어 져야 합니까?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입니까?』누가 이 부르짖음에 대답할 수 있을까?
불란서의 대 문호 뽈ㆍ끌로델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고통을 없애시러 오신 것도 아니고, 우리 고통의 원인에 대답 하시러 오신 것도 아니며, 우리의 고통을 나누시러, 우리의 고통에 동참하러 오셨다』
그리스도께서는「많은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 값을 치르러 온 것이다」(마태ㆍ20장 28). 그러기에 그 분은 인간의 고통을 속속들이 맛 보셨고 인간들이 신음하며 울부짖는 소리에까지 동참하셨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그러나 그 어떤 고통 일지라도 결코 절망적인 의침으로 그쳐서는 안될 것임을 당신은 시편 21편을 읊조리며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다. 그 분의 외침은 밝은 희망과 나아가 찬미의 노래로 연결되어 나간다. 「우리 조상들이 당신께 바랐나이다. 당신께 바랐기에 그들은 구원 받았나 이다.」(시편21 편5)「나는 당신 이름을 겨레에서 전하고, 그 모임 한가운데서 주를 찬미 하오리니」(동 23절)ㆍ 「나의 후예는 당신을 섬기며 미래의 세대에서 주를 들어 말하오리다. 『주께서 이같이 하셨다』이르며 태어 날 백성에게 그의를 전하오리다」(동31ㆍ21절).
그 분이 십자가에서 고통 받으실 때, 그 곁에 둘러서 있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억울하고 처참하게 돌아가시는 그 분을 위해 어떤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분은 스스로 십자가에서 내려 오시지도 않았고 또 그를 구하는 아버지의 손길도 없는 듯 했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철저히 겪으신 그 분의 고통과 인간 고통에의 동참으로, 고통은 그 말문을 닫아 버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세상의 어떤 고통도 인간의 어떤 비참도, 이제 그 분 앞에서 다시『엘로이 엘로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보다 더 억울하고 처참한 일, 그 보다 더한 고통히 어디 있겠으며, 그 분의 수치와 멸시보다 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 아무도『나는 왜?』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그 분보다 더 의롭지 못한데 그 분이 나의 고통을 지고 가셨거늘 내가 어찌『왜?』할수 있겠는가? 우리는 마땅히 우리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 그 분이 우리 죄인의 몫을 미리 지고 가셨는데 우리가 어찌 우리의 십자가를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 분의 십자가 앞에서는 말이 입을 벌릴 수 없게 되었다. 각자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그 분이 앞서 가신 길을 묵묵히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형제들의 십자가 앞에서는 그 분이 우리의 십자가를 지고 가셨듯이 우리도 형제의 십자가를 나누어 지고 갈 뿐이다.
2차 대전시 유태인 포로 수용소에서 살아 남은 한 유태인이 증언했다.
두 명의 유태인이 교수형에 처해질 때, 그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숨이 끊어 지겠지만, 거기 모여 그 장면을 바라봐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은 30분을 더 지속했다. 그 때 한 사람이『하느님, 어디 계시냐?』고 뼈아프게 중얼 거렸다. 그 때 바로 그 교수대 위에서『나 여기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갈라비아 십자가 위에서 신음 하시는 주의 음성이었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하느님, 내 하느님, 어찌 나를 버리시나이까』(시편21ㆍ2, 오늘 미사 층계송 후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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