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싯점에서 한국교회는 분명히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2백주년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한국 교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을 제시해 본다는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어제 끝 마친 서울대교구 사제 연수회인 새로운 본당상 세미나에서 한 강사는「미래는 반드시 현재 다음에 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 앞에 열려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는 확정된 운명이 아니고 창조하려면 창조해 낼 수 있는것」이라고 지적 했다. 따라서 미래의 교회상을 설정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상적인 교회의 미래상을 설정하고 미래에 조명한 현실분석 작업이 우선 되어야 겠다. 한국 교회는 현재 내외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같이 생동적이고 희망에 넘치는 교회는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한다.
그러나 2백주년을 앞둔 이 싯점에세 한국 교회는 참으로 문제가 없는가, 믿음과 사랑의 공동체로서 형제적 사랑을 나누고 있는가, 진리와 정의에 몸 바치며 이 사회 속에 빛과 소금 누룩이 되었는가 등 근원적인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최근 일간지들이 일제히 교회를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을 때 논조는 사회에 비친 교회의 모습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이같이 교회가 사회 속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신자 자신이나 교회가 자기 중심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의 향방을 알기 위해 교회는 무엇이며 신자란 어떤 사람인가를 바로 알아야 겠다. 성서상의 교회는「믿는 이들의 공동체」(사도행전 2장, 4장) 로 나타났다. 또한 사도 바오로는 교회의 믿음ㆍ사랑ㆍ일치를 설명하면서「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 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도 바오로의 지적은 그리스도와 우리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지체인 신자 서로 간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와 일치된 각 개인은 서로 일치 되어 밀도 있는 사랑을 깨닫고 나누고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하겠다. 한국 교회도 신학적으로 그리스도의 몸인데 실천적으로 사랑의 공동체인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올해 본당 공동체의 해를 맞아 숫자적 증가에 만족하지 않고 참으로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형제적 사랑을 나누고 있는지 반성해야 하겠다.
한편 영세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영세는 개인적 차원의 것이 아니며 필연적으로 몸의 지체인 공동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남과의 유대 없이 참된 의미의 영세란 있을 수 없고 영세를 통해받는 구원의 은혜 또한 받을 수 없다.
다른이들과의 유대란 곧 사랑이다. 예수께서는 가장 큰 계명으로『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던 것이다.
마태오복음 25장 31절 이하는 이웃 사랑의 본질을 보여 주며 이웃과의 사랑, 유대 없이 구원도 없음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더 나아가 꼬린토 전서 13장 사랑의 찬가에서는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소용없다고 했다.
사랑이 있는 곳에 그리스도가 계시기 때문에 사랑은 신자 생활과 교회의 본질이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교회는 사회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연장해 나가야 한다.
하느님 나라에 관한 기쁜 소식으로 마태오 복음 4장 18절(이사야서 인용)에서 제시된 메시아와 같이 교회는 인간을 진리ㆍ정의ㆍ사랑으로 해방시켜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존엄성을 이룩해 나갈 사명을 띠고 있다. 따라서 교회의 목적이 교회 자체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 듯이 한국 교회는 한국 사회 속에서 하느님 나라를 확장 해나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교회 헌장 9항은 이 메시아적 백성의 목적은 하느님 나라이니 그 나라는 하느님 친히 이 땅에 건설하기 시작하셨고 세 말에 친히 완성하실 때까지 확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사목 헌장 45항은 교회가 목적하는 것은 하느님 나라가 임하고 전 인류의 구원이 성취되기 위한 단 한가지 뿐이라고 지적 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황 바오로 6세가 지적한 바와 같이 세계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교회의 개념을 가져야 하겠다.
교회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가난과 수난의 길을 가야 한다. 그래야만 부활의 생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헌장8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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